밴드 새소년은 EP [여름깃]으로 2018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과 최우수 록 노래 부분을 동시에 석권했다. “절망이 없다”, “크게 숨을 쉬자” 등의 노랫말로 희망을 이야기하며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환한 웃음으로 미래를 노래했기에 수많은 팬을 확보했다. 그러나 2월 18일 공개된 EP의 타이틀은 [비적응], 즉 세상, 혹은 주변 환경에 어울리지 못한 ‘부(不)’가 아닌, ‘비(非)’라며 세상과 등을 맞대고 노래한다.
[여름깃]으로부터 2년 반, 그 사이 새소년은 베이시스트와 드러머가 각각 박현진과 유수로 구성이 변경되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복잡, 다사다난했던 경험이 음악으로 빚어진 걸까? 새소년의 리더 황소윤에게 [비적응]을 물었다.
Mini Interview
[여름깃]으로부터 [비적응]까지 2년 반, 그동안 새소년은 어떻게 지냈나.
황소윤: 세상의 바깥과 안에서 숨 쉬며 지냈다. 매일 일어나는 사건에 최대한 의연하게 해쳐나가려는 노력과 함께. 멤버 구성도 바뀌고 투어와 공연과 앨범 준비 기타 등등으로 한켠 여유로운 듯 보이나, 사실은 굉장히 지속해서 달렸다.
부적응이 아닌 ‘비적응’이라 했다. 이는 스스로 적응치 않는 의지로 해석된다. [여름깃]으로 대중은 물론 비평단에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세상을 배타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고 바라보며 본 건가? 적응을 거부한 이유가 있다면.
황소윤: [비적응]을 노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깃] 이후 공백 2년 반, 그 시간 안에 만들어진 곡이다. 되려 나를 세상 바깥의 어떤 것이라고 알던 때에서 세상 속의 누군가라고 인식한 순간, 허무함이 밀려왔다. 그러니까 나는 나 그대로 서 있는데 주변 환경이 변화하며 세상 속 존재에 맞춰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순간을 느끼니 내가 무엇에 ‘비’적응하고 있나, 아니 나는 원래 썩 잘살고 있는데 어떤 프레임 속에 내가 ‘비’적응하는 인물이 되었나 싶기도 하고.
스스로 적응을 거부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무엇엔가 맞추게 되는 건 내 성격에 힘들뿐더러, 그것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라면 더더욱. 다만 사람들과 ‘함께’ 살아내야 한다는 키워드가 내 안에 자리했고, 그 연대와 공존을 위해 필요한 적응을 느끼며 살아갔다.
이번 EP [비적응]은 황소윤의 중성적인 보컬이 특히나 도드라진다. 작곡에서 녹음까지 도맡으며 어떤 생각으로 마이크를 쥐었는지.
황소윤: 중성적 보컬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나는 그냥 내 목소리로 살아온 것이지. 누구라도 자기 목소리에 이름이 붙는 건 썩 자연스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내 목소리에 꼬리표를 붙여야만 하는 사람들이 대략 ‘중성적이다’, ‘남성적이다’라고 얘기하겠지. 난 굳이 내 목소리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 필요가 없다.
이 이야기를 굳이 하는 이유는 이번 앨범의 보컬 녹음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과 닿아있기 때문이다. 곡마다 자연스러운 개별적-통합적 자아를 어떻게 세심하게 표현할 것인가, 그것이 어떤 성적 분류, 강함과 약함 등으로 구분 지은 것이 아닌 황소윤 하나의 목소리로 얼마나 유연하게 풀어낼 것인가, 어떤 방에서 부를 것인가, 어떤 마음으로 부를 것인가, 이와 같은 것들이 큰 과제였다. 가장 연기자, 가장 당사자의 마음으로 부르는 일에 집중했다. 누워서 부르기도 하고 불을 끄기도 하고 고독해지기도, 안락해지기도 했다. 어렵고도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트랙마다 미묘하게 다른 목소리의 감정을 느껴본다면 좋겠다.
“엉”, “덩”, “이”. 세 트랙은 각자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또한 한 트랙으로 묶지 않고, 이처럼 단편으로 잘라놓은 이유가 있다면?
황소윤: 나는 큰 모순점을 가지고 있다. 강박적이고 복잡하면서도 시원하고 단순한 부분들. 정말 진지했지만, 제목은 각각 “엉”, “덩”, “이”. 세 곡을 한편의 옴니버스 영화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앞선 트랙과는 달리 관찰자의 시점으로 세상, 사람들을 바라봤을 때 이야기다. 각각 비슷하지만, 또 각각 완전히 다른 곡이 되기도 한다.
[비적응]은 어떻게 감상해야 하나. 팬을 위해 직접 코멘트를 남기자면?
황소윤: 비적응은 1번 트랙부터 7번 트랙까지 차례대로, 가능한 집중해서 한 번에, 해석과 감상은 알아서 잘! 가사 속에 숨겨놓은 것들과 전작 [여름깃]에서 이야기했던 것들이 어떻게 또 달라지는지 비교하고 살펴보면 재밌을 수도.
선 공개된 “집에”가 공개된 지 어언 다섯 달이 지났다. 당시 이를 공개하며 앞으로 나올 앨범을 이루는 하나의 힌트라고 했다. EP [비적응]에는 앞서 언급된 힌트와 새소년이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나?
황소윤: 없다. 우리의 이야기는 장편소설이 아니다. 정해진 결말을 미리 넘겨 볼 수 없다는 말. 또 하나의 기록을 마쳤으니 또 어떤 것들이 찾아올지 궁금해하거나 자연스레 맞이해야겠지. 나조차도 [비적응] 다음에 뭐가 나올지 참 궁금하다.
새소년의 2020년, 무척 바쁠 것이라 들었다. 어떤 행보가 기다리고 있나.
황소윤: 무척 바쁠 것이다. 먼저 오는 3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에 초청되어 텍사스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그 후로도 천천히 가능한 많은 것들을 보여드릴 테니 긴장하고 기다리고 계시길!
진행 / 글 │ 황선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