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전자음악 신예를 좇는 VISLA의 인터뷰 시리즈 ‘Electric Youth’. 그 네 번째 주인공으로 프로듀서 오브젯(Objet)을 소개한다. 그는 서울의 하우스, 테크노 플랫폼 텍스쳐스(textures.)의 일원으로 2018년 그들의 하우스 컴필레이션 [txtrs. House vol.2]의 첫 트랙 “Vatican”을 기고, 이후에도 컴필레이션과 리믹스 앨범 등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고 작년 12월, 마침내 텍스쳐스의 새 식구가 됨을 공표했다. 또한 최근에는 미니멀한 테크노 두 곡을 첫 솔로 EP [Syntax]에 수록하여 공개하기도 했다.
텍스쳐스 내에서 가장 왕성한 작업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오브젯를 만난 곳은 자양동에 자리한 어느 작은 소품 공방. 오브젯의 아지트라 칭한 그 장소에는 각종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이 가득했다. 그리고 나는 그 공방이 오브젯의 섬세한 사운드 레이어링 원천이라 확신했다. 그와 나눈 대화, 하단에서 만나보자.
먼저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서울 기반의 하우스, 테크노 플랫폼인 텍스쳐스 소속의 디렉터인 프로듀서 오브젯이라고 한다.
텍스쳐스는 멤버 모두가 디렉터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 텍스쳐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간략히 설명해줄 수 있나?
텍스쳐스 멤버들 8명 모두 역할이 분담되어 있다. 따라서 상하관계보다는 내부에서 각자 맡은 바를 수행하는 모두가 디렉터로 활동한다.
텍스쳐스에서 맡은 역할을 알려줄 수 있나?
사실 소속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큰 역할은 없었다. 그냥 같이 음악을 만드는 프로듀서? 숟가락을 얹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개인 앨범 작업과 함께 텍스쳐스 머천다이즈 관련한 작은 일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가 이뤄지는 이 장소는 어떤 공간인가?
친구들과 함께 사용하는 다용도 작업 공간이다. 나는 이곳을 믹스와 프로듀싱, 의류를 제작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고, 다른 친구들은 실크 스크린과 텍스타일 관련 디자인을 하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작업을 하고 있지만, 하나의 공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작업실에 자리한 소품들은 친구들이 제작한 아트 퍼니처 작품들이다.
텍스쳐스 소속원이 꾸린 소규모 온라인 카페도 있지 않나? 나 또한 문이랑의 권유로 가입해서 가끔 들어가 보기도 한다. 특히 카페의 디깅 카테고리를 자주 클릭하는데 한 번은 오브젯이 잔잔한 트랙 “An Empty Bliss Beyond This World”를 선곡한 것도 본 적 있다. 디깅 란에 올리는 음악은 오브젯의 레퍼런스가 된 음악들인가?
감상적인 음악을 많이 찾아 듣는 편이라서 내가 들어보고 괜찮은 음악을 주로 올렸다. 근데 딱히 레퍼런스는 아니었다. 좋아하는 장르가 여러 가지라..
그렇다면 오브젯에게 영감을 준 뮤지션이 있나?
영감을 준 테크노 아티스트로 루크 슬레이터(Luke Slater a.k.a Planetary Assault Systems)가 있다. 소위 말하는 단순 때리는 베이스는 아닌데, 공격적이고 묵직하면서 중간중간 재미있는 소스의 요소 등에서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더 큰 전자음악의 범주로는 알바 노토(Alva Noto). 일상의 소리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작업방식에 많은 영감을 받았다. 또한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과거 엠비언트 시리즈와 비교적 최근에 들었던 [Mixing Colours] 역시 영감이 됐지. 그리고 패션에 관심이 많아 패션 브랜드 에디토리얼 영상, 컬랙션에 등장하는 음악에서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사실 이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딱히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많은 것 같네.
오브젯이라는 단어를 활동명으로 삼았다. 활동명은 어디서 따온 이름인지?
그냥 ‘Objet’라는 단어의 철자 조합과 글자의 모양이나 어감, 의미가 좋다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큰 의미는 없었다.
알바 노토, 브라이언 이노 등의 현대 예술 아티스트들이 오브제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래서 단순하게 생각한 건데, 오브젯 또한 그들과 같은 엠비언트를 제작할 것 같다. 생각해보니 실제 오브젯은 댄스 트랙에 딥한 소스를 레이어하지 않나?
그렇지 않아도 엠비언트 트랙을 다음에 공개할 앨범에 수록할 계획이다. 그런데 예상했지만 엠비언트 트랙을 제작하는 것이 댄스 트랙보다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더라. 곡을 천천히 긴 호흡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진 않은 것 같다. 듣기만 하다가 제작하려니 잘 안 되는 것 같고,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프로듀싱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대학생때 취미로 프로듀싱을 시작했다. 입대한 후에도 휴가 때마다 집에서 음악을 만들었고, 말년 휴가쯤 텍스쳐스를 알게 돼서 내가 만든 음악을 싣고자 문이랑에게 처음 연락했다. 앨범 [txtrs. House vol.2]에 첫 트랙 “Vatican”은 그렇게 실렸다.
컴필레이션뿐만이 아니라 코나(KONA)의 [Connexion (Jamais Vu Remix)] 앨범에 “Do Not Disturb” 리믹서로도 참여했다. 오리지널과 정반대의 테크노 리믹스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당시 리믹스 작업은 처음이라 감을 못 잡아서 한 세 번은 갈아엎었다. 원곡에 소스가 많아서 모든 소스를 활용하기에는 내가 원하는 느낌을 살리기 쉽지 않았는데, 애시드, 패드 부분을 집중적으로 활용하여 완성할 수 있었다. 공개된 후에 원곡과 비교해서 들어보니 느낌이 전혀 다르더라.
코나와는 어떠한 피드백을 나눴나?
말로 전해주는 피드백보다는 파티에서 많이 틀어준 것 같다. 그리고 내 리믹스 트랙이 플레이될 때 사람들이 신나게 잘 놀더라는 후문을 들려주기도 했다. 나 또한 춤을 목적으로 제작했기에 관객의 반응에 더 관심이 가는 편이다.
오브젯 또한 텍스쳐스 파티에서 디제잉을 펼친 것으로 알고 있다.
디제이로 부지런히 활동하진 않았지만 텍스쳐스 파티에서 한두 번 플레이했다. 텍스쳐스 기획의 마틴(Martyn) 내한 파티에 플레이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취소되었다. 나 역시 야심 차게 준비한 트랙과 내가 만든 트랙이 좋은 음악과 섞여 나올 때 관객의 반응이 좋으면 큰 에너지를 얻는 편, 지금 내 EP [Syntax]가 공개된 시점에서 파티가 모두 취소되어 아쉬울 따름이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첫 솔로 EP [Syntax]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자. EP에 두 곡을 담았는데 더 많은 곡을 담고자 한 욕심은 없었나?
나의 첫 솔로 앨범이니 욕심이 컸지만 조급하거나 힘을 너무 많이 준 느낌을 내기 싫었다. 그래서 짧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악적인 느낌을 많이 담으려 했다. 또한 [Syntax]는 사실 작년부터 계획했던 거다. 지금보다 좀 더 빨리 공개하려던 EP였는데 발매가 살짝 늦춰졌다. 여기 담지 못한 트랙은 아마 다음 앨범에 담기지 않을까 예상한다.
[Syntax]는 구문론, 즉 문장에 적용되는 법칙이지 않나. 이러한 워딩이 기발하다 생각했다. 테크노 음악이라 더욱이 잘 맞는 것 같았다.
타이틀 네이밍은 작업 과정중에 생각하는 편이라 일단은 큰 생각 없이 트랙을 만들었다. 그리고 거의 만들었을 때쯤 계속해서 들어보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 과정에서 어렴풋이 알고 있던 단어 ‘Syntax’를 가제로 붙였다. 문장 배열을 의미하는 단어가 테크노의 규칙성과 변주에 잘 맞아떨어진다 생각했기 때문인데, 결국 잘 어울린 거 같아서 좋다.
또 다른 트랙인 “Seersucker”는 어떤 이유에서 면직물을 타이틀로 정하게 됐는지.
시어서커는 멀리서 보면 매우 거칠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매우 세밀한 격자 구조를 띠고 있다. “Seersucker” 트랙 또한 러프한 느낌 속에서 세밀하며 조밀한 규칙성을 가지고 싶다고 느껴서 그렇게 지은 것 같다.
본 EP의 아트워크 또한 직접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본 EP 외 커버 아트워크를 제작한 경험이 있나?
외주로 작업한 경험은 없다. 프로페셔널한 실력은 아니고 내가 필요하면 편집할 수 있을 정도로만 다룰 줄 안다. 사실 이번 [Syntax] 또한 외주를 맡길까 생각했는데, 음악의 주관적 느낌이나 의도를 잘 담을 수 있는 건 결국 나라고 생각해서 직접 작업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커버아트는 무얼 의미하는지?
큰 의미를 넣으려 하진 않았다. 트랙의 분위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느낌 정도? 커버 아트에 들어간 요소를 얘기하자면 단순한 노란색 사각형 뒤에 거친 흑색의 배경을 사용했다. 직접 촬영한 사진을 원하는 느낌의 텍스쳐로 편집했다.
노란색을 택한 이유는 가시성이 좋아 눈에 띄는 색이기 때문이었고, 첫 아트 커버인 만큼 그에 맞춰 사람들이 수많은 트랙을 지나치다가도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노란색이 자신감과 낙천적인 태도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와 정반대인 성격이라 이 앨범 커버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자 특히나 노란색을 택하게 됐다.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음악 제작에서 커버아트까지 모두 관여했는데 정작 릴리즈 파티를 펼치지 못해 정말 아쉽겠다.
아쉽지만 잠잠해지길 기다리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현장의 음악을 들어보면서 놀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트랙을 만드는 데 필요한 고민에 시간을 쓸 수도 있고, 음악이나 파티 외적으로도 좀 더 생각할 시간을 마련해준 것 같아 소중한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남은 2020년 계획이 있다면?
아까 이야기한 것으로, 계획한 엠비언트와 테크노 트랙을 정규 앨범에 수록할 예정이며 하반기에 발매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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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황선웅
사진 │백윤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