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음악 듀오 Two Tone Shape, 첫 정규 앨범 [Fantastic Machines] 공개 / 미니 인터뷰

JNS의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한 허니베저레코드(Honeybadger Records)가 또 한 장의 LP를 발매했다. 바로 전자음악 프로젝트 투톤쉐잎(Two Tone Shape)의 첫 정규 앨범 [Fantastic Machines]. 캐비넷(Cabinett)과 글라스 캣(Glass Cat), 두 명의 프로듀서로 구성된 투톤쉐잎은 각각 신시사이저와 드럼머신을 관장하여 라이브 공연과 음원 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그러한 투톤쉐잎의 앨범 [Fantastic Machines]는 두 프로듀서가 라이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실제 전자악기가 가져다주는 우연성과 불확실성에서 비롯됐다. 앨범의 제목은 그들의 애정이 담긴 ‘기상천외한 소리를 내는 기계’를 이용했기에 [Fantastic Machines]라는 제목을 붙이게 됐다고. 또한 만물의 태초, 우주의 근원, 모든 것의 시작들과 같이 ‘처음’만이 가질 수 있는 위대함을 신시사이저로 표현해보고 싶었다니, 가이아(Gaia)급 포부에서 비롯된 서사 역시 역력히 확인할 수 있으리라.

반면 웰메이드 앨범인 만큼, 두 프로듀서가 이를 어떻게 빚어낼 수 있었는지에 관한 궁금증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VISLA는 앨범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하여 투톤쉐잎에게 직접 질문을 던졌다. 이하는 그들과 주고받은 대화, 음악과 함께 찬찬히 따라가보자.


Interview

두 프로듀서가 투톤쉐잎을 결성한 계기가 궁금하다.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고, 어떤 계기로 함께 활동하기 시작했나?

캐비넷: 글라스 캣은 옛날부터 내 작업실에 종종 놀러와 어깨너머로 배워가던 동생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언젠가부터 내가 배우고 있었다. 결성은 2017년, 마지막 날에 있었던 내 첫 라이브셋에 드럼머신을 조금 쳐달라고 부탁해서 시작한 거지만 이런 재능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계속 같이하자고 졸랐다.

글라스 캣: 캐비넷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햇수로는 10년이 됐다. 성인이 되고 문학 공부를 위해 프랑스에서 지내다 한국에 잠깐 들어왔을 때 형이 준비 중인 프로젝트 하나를 설명해 줬고, 그렇게 며칠 지나지 않아 첫 라이브 공연을 했다. 오랫동안 봐와서인지 길게 대화해보지 않아도 모든 면에서 이해가 빨리 됐다. 그래서 첫 공연 이후 자연스럽게 투톤쉐잎이라는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믿고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태초의 위대함’이라는 키워드가 앨범의 시작점으로 작용했다고 들었다. 다소 거룩할 수 있어서, 흔히 생각할 수 있는 키워드나 영감이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어떻게 생각하게 된 것인가?

평소 큰 생각 없이 다양한 주제로 잡담을 많이 나누는 편이다. 우주와 철학은 그중에서도 입에 자주 오르내리던 주제 중 하나라서 자연스럽게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눠보는 단계에 올랐던 것 같다. 또 전자음악의 선구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니 그들은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경외감을 음악으로 풀어내기도 했고, 수많은 과거의 예술가들도 이 주제에 영감을 받아 작품으로 표현한 경우도 많지 않았나 싶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우리도 그 시작점에서부터 앨범을 만들어간다면, 그들과는 다르게 어떤 방향으로 나아 갈지 궁금했던 것 같다.

2년 전의 EP [Shapes]와 결이 달라진 듯하다. 과거에는 로파이(Lo-Fi), 빈티지 느낌이 물씬 풍겼지만 [Fantastic Machines]는 보다 더 ‘세련됐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가장 큰 차이는 사용한 장비의 변화에서부터 온 것 같다. EP [Shapes]를 만들 때는 TR-8, TB-03 등 빈티지 복각 악기를 사용했고, 후에 모듈러 시스템과 모던 신디사이저들이 늘어나자 그에 맞는 음악 스타일이 필요했다. 아티스트의 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정규 앨범이라는 포맷의 특징과 사용한 악기의 장점을 잘 살려내려는 노력이 섞여져 이런 차이가 생기게 된 것 같다.

아이디어를 나누는 과정에서 ‘좋은 앨범’의 기준과 조건을 세웠다고 들었다. 각자에게 좋은 앨범의 기준은 어떤 것일까?

캐비넷: ‘좋은 앨범’이란 시간이 지나도 한번쯤 다시 들어보면 질리지 않는 앨범. 듣는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앨범. 잘 팔리는 앨범이다.

글라스 캣: 내게는 주제와 창작자의 생각이 선명히 드러나면서도 음악적인 재미와 연출을 놓치지 않는 점이 중요하다. 듣는 동안은 생각이 멈추고 듣고 난 후에는 다양한 생각들이 마구 몰아쳐야 한다. 좋은 앨범을 듣고 난 후에 기분이 좋아지거나 창작 의욕이 샘솟기도 하는 등 그 생각의 소용돌이가 여러 형태로 발산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좋은 앨범’은 한번 찾아내게 되면 이런 경험만을 위해서라도 여러 번 다시 듣는 경우가 잦다.

또한 앨범에는 기상천외한 소리를 내는 기계가 사용됐다고 들었다. 어떠한 기계와 악기가 사용되었나?

전기를 재료로 소리를 직접 만들어서 연주해야 하는 신시사이저라는 악기야말로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말 기상천외한 방식의 악기가 아닐까 싶다. 앨범 전반적으로 주력이 되는 신시사이저는 시퀀시얼(Sequantial)사의 Prophet Rev 2인데, 이 장비만의 넓고 불안정한 악기적 개성을 살려보았다. 무그(Moog)의 Subsequent 37은 기름지고 복잡한 느낌이고. 리듬으로는 TR-8S 드럼머신을 통해 클래식한 808이나 909 사운드를 가공해서 썼고, 개성이 강한 소스들은 금속적인 사운드의 머신드럼(Machinedrum)과 언제나 새로운 사운드가 만들어지는 유로랙(Eurorack) 모듈러 신시사이저를 사용했다.

MUSHXXX가 목소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샘플을 채집하지 않고 직접 목소리를 부탁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MUSHXXX는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뮤지션이고, 자신의 음악을 직접 만들게 된다면 더 멋질 거라 예상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연락했다. 또한 다른 시각으로 볼 줄 아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다. 앨범 작업이 절반 이상 진행되었을 때 신시사이저와 드럼머신 외의 새로운 악기가 필요했었고, HBRTRX에 수록되었던 “Constant”, “Telecom” 에서처럼 우리의 목소리를 직접 녹음해 사용했을 수도 있지만 이번엔 여성의 목소리를 사용해보고 싶었다.

로컬 신에도 전자음악 하우스, 테크노를 라이브로 시도하는 여러 그룹과 아티스트가 많아지고 있는 듯하다. 그들과 투톤쉐잎의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이제 그 수가 많아지면서 보통 하우스/테크노 라이브 셋에 사용되는 장비들만 봐도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퍼포밍 할지가 어느 정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최대한 그 예상을 깨려고 한다. 이런 비장르적일 수도 있는 태도에 우리는 차별점이 있다고 본다.

디제잉의 연장선으로 해석되는 라이브의 느낌이 아닌 조금씩 우리가 좋아하는 전자음악의 매력이 잘 표현되는 방향의 라이브를 만들고 싶다. 다만 아직은 댄스음악이 좋아서 하우스 중심의 라이브를 하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Fantastic Machines]의 바이닐이 12월 중에 릴리즈가 될 예정이다. 또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담은 EP나 싱글들을 국내외 레이블들을 통해 발매시켜볼 계획이고, 그러면서 천천히 다음 정규앨범의 완성을 자연스레 그려나갈 것 같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사운드트랙도 시도해볼 생각이다.

Two Tone Shape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Honeybadger Recrods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에디터 │ 황선웅
포토그래퍼 │유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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