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알 수 없었고, 그것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1분 1초가 무섭게 온라인 네트워크 상에서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지의 여러 단면들과 일상, 그리고 사회·문화적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얘기는 단지 기성 세대, 혹은 주류 사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80년대 중·후반 힙합을 근간으로 태동한 도시 문화는 최근 수년 간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유럽 및 중남미 등지에서도 빠르게 흡수되어 저마다 독특한 형태로 발전하였다. 특히, 근래 미디어와 기술이 발달하면서 문화의 교류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특정 도시에서 파생된 거리 문화는, 다른 지역의 젊은이들이 새로이 받아들여 또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양상은 딱히 인종이나 국가에 구애 받지 않고, 세계 전역에 걸쳐 눈에 띈다.
힙합 문화가 태동했던 시기를 잘 묘사한 영화 Wildstyle
위와 같은 환경에서 국내에 일본이나 영국 등 소프트 파워 강대국들의 이모저모는 많이 소개되고 있으며, 그 정보는 비주류 문화들 사이에서도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영어권 유럽 국가들의 정황은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리투아니아의 BMX 씬, 룩셈부르크의 스트릿 댄스 씬에 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매해 여름, 덴마크에서 개최되는 CPH PRO라는 스케이트 보드 컨테스트를 알고 있는가?
유럽 국가들은 독자적인 문화 아래 미국에서 전파된 도시 문화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소화하였다. 그 결과, 최근 음악, 패션, 스트릿 댄스, 스케이트 보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아티스트들이 출현하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씬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 예로 스트릿 댄스는 미국이 총 본산이라고 할 수 있으나, 요즘 프랑스를 필두로 많은 유럽 국가에서 각광받고 있다. 올해 국내에서도 처음 예선을 치른 저스트 데붓(Juste Debout)을 비롯하여, 스트릿 댄스 캠프(SDK), 썸머 댄스 포레버(Summer Dance Forever), 서클 언더그라운드(Cercle Underground) 등의 대규모 행사가 해마다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고, 그 수준은 매우 높다. 현재 프랑스나 독일의 뉴 스쿨 댄서들은 세계적인 명성을 구가하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움직임이 90년대 즈음부터 태동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 존재했던 특별한 ‘에너지’가 이들에게서도 느껴지는 것 같다. 아직은 언어뿐만 아니라 국가의 이름 조차 생소하지만, 유럽의 크고 작은 나라에서 하루가 다르게 일어나는 재미 있는 움직임들에 주목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로컬을 기반으로 한 토대가 꽤나 단단하거니와, 자문화 컨텍스트 안에서 좋은 결실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취지 하에, 앞으로 덴마크를 중심으로 하여 비영어권 국가들의 거리 문화 전반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제법 거창한 시작인 것 같지만, 소소하게 풀어갈 예정이다. Stay t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