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MA Session – Brenmar @ Term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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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불 뮤직 아카데미(이하 RBMA)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또 어떤 행사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던 RBMA 세션이 터미너스에서 열렸다. RBMA는 전 세계를 다니며 음악 워크샵, 파티 등의 플랫폼을 진행해 온, 음악계의 지평을 넓힐 재능 있는 인재들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다. 1998년 베를린에서 시작해 다양한 도시에서 진행되었고, 지난해에는 도쿄에서 열렸으며 올해는 파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높은 경쟁률이 보여주듯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RBMA는 음악적 독창성, 뛰어난 창의성, 문화적 다양성 등을 기반으로 60여 명을 뽑는다. 이렇게 뽑힌 음악가들은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며 특별한 경험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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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MA에 대한 이해와 소개를 돕기 위해 열린 강연은 브렌마(Brenmar)가 초청되었고 아킴보(Akimbo)가 진행을 맡았다. 아킴보는 라일론 더햄(Rhylon Durham)이라는 본명의, 라싸(LHASA)라는 밴드를 진행했던 드러머이자 DJ, 프로듀서이다. 익스페리멘탈 록, 펑크와 같은 음악을 사랑하다 남미 여행을 통해 그곳의 리듬과 음악을 접한 그는 부산으로 와서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다. 브렌마와 같은 해 RBMA에 참가했고, 이번 강연에서 좋은 질문을 많이 던졌다. 브렌마는 얼마 전 풀스 골드(Fool’s Gold)에서 [Award] EP를 낸 DJ, 프로듀서이다. 강연은 브렌마에 관한 소개로 시작했고, 브렌마가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선보이는 시간이 있었다.

강연은 가장 최근 발표한 [Award]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브렌마는 그간 작은 레이블에 있었고, 지난 2년 반 동안은 인디펜던트로 활동하며 공식적인 음반 발표가 없었다. 이는 자신만의 것을 형성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자신만의 소리를 찾기 위해 연구를 하던 중 2년 전부터 에이트랙(A-Trak)과 알고 지냈다고 한다. 허나 2년 전에 계약했다면 브렌마라는 이름이 풀스 골드와 동등하게 위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에는 좋은 곡이 빨리 밀려나는 지금의 음악 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워낙 젊고 유능한, 많은 프로듀서가 음악을 빨리, 많이 만들고 있으며, 인터넷이나 최근의 핫한 음악만을 다루는 클럽들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음악을 만들었다면 다음 단계로 빨리 털고 나아가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장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음악이 빠른 속도의 변화를 하는 건 전자음악뿐만이 아니라 힙합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하며, 작품 하나를 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썼어도 일단 얼마나 긴 시간을 썼든 앨범을 내고 나면 그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가지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후에는 브렌마가 걸어온 음악 커리어에 대해서 짧게 얘기했다. 위 영상은 2006년에 누군가가 브렌마(당시 이름은 브렌마 섬데이(Brenmar Someday))를 찍은 영상이며, 그도 아킴보처럼 밴드의 드러머를 경험했다고 한다. 2010년까지도 브렌마는 밴드에 있었고, 밴드는 익스페리멘탈 록, 노이즈 계열의 음악을 했다. 그는 밴드를 위해 곡을 쓰기도 했고, 밴드는 영미권 투어도 진행했다. 하지만 12살 전후로 17살 때까지 힙합 키드였고, 이후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 등을 접하며 전자음악에 눈을 떴다고 했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로는 프리재즈, 노이즈 음악을 하고 싶었고, 자신은 시카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뉴욕에 7년째 있지만 자란 곳은 시카고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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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야기는 시카고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브렌마는 시카고 하우스, 주크 계열의 음악을 들었고 풋워크가 있는 파티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음악만큼은 사랑한다고 한다. 시카고 힙합의 변화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치프 키프(Chief Keef)를 포함해 많은 래퍼가 등장하면서 양적 성장을 이룬 것도 그렇고 킹 엘(King L)을 중심으로 하는, 남부 음악에서 영향을 받은 드릴(Drill)이 생겨난 것도 좋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새로운 장르 이름을 붙이는 것도 자신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늘 ‘기타 등등’이라고 할 수 없을뿐더러 장르라는 것은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장르에 지역 이름이 붙는 것과 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저지 클럽, 볼티모어 클럽, 뉴올리언스 바운스처럼 지역이나 국가만의 정체성도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아프리카 하우스를 이야기해준 덕에 집에 와서 찾아들었는데, 기존의 장르가 가진 문법에 아이덴티티를 끼얹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대략 감을 잡게 되었다. 그러면서 에티오 재즈도 생각났다. 결국, 외부로부터 영향을 받는 건 당연하지만, 그 밖을 위해 음악을 만드는 것보다는 본연의 소리라는 것에 집중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브렌마는 오리지널리티라는 것도 결국 적재적소의 타이밍과 그것에 맞게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후 그가 강조했던 건 ‘망해보라’는 경험의 중요성이었다. 어차피 실패는 당연하기 때문에 뭔가를 느꼈을 경우 그 느낌에 충실히 행동하라는 것이다. 브렌마 역시 자신만의 사운드를 위해 꽤 오랫동안 방에만 있었고, 이후에는 열심히 작업하고 데모를 보냈다고 한다. 거기서 잘 안 되었다고 좌절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서 계속 망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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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는 에이블턴 라이브를 열어 “Award” 프로젝트를 직접 보여줬다. 이후 소리 만드는 비결 몇 가지 등을 직접 보여줬다. 소리를 만들고 잡는 방법도 흥미로웠으며 개인적으로는 “Award”라는 곡이 74트랙으로 구성되어있다는 게 놀라웠다. 음악을 들으면서도 정교하다고 느끼기는 했으나, 실제로 보니 구간 하나하나를 만드는 데 굉장한 공을 들였다는 것이 보였다. 그는 하나의 곡을 만들면서도 계속 무언가를 시도하며 기분 좋은 우연을 찾는 과정을 좇았다고 했다. 나중에는 결과를 돌이켜보며 그것이 어떻게 나왔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게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실험하면서 찾아오는 기분 좋은 우연을 만나는 과정이 자신에게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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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RBMA에 대한 짧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처음에 자신은 ‘에너지 드링크 아카데미’라고 들어서 내가 그걸 왜 해야 하나 싶었는데, 자세한 설명을 듣고 지원했다고 한다. 다행히 본인은 한 번의 지원만에 참가할 수 있었다고. 그때 이미 자신은 어느 정도 이름이 있었고, 투어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점도 이야기했다. 자신이 RBMA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에리카 바두(Erykah Badu)를 만난 일, 그리고 제이지와 오래 일하고 있는 엔지니어 영 구루(Young Guru)에게서 조언을 들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뭔가를 배우거나 공부하는 것은 아니며 영감을 얻고 좋은 경험을 얻는 자리라고 한다. 끝으로 그는 지원서를 쓰는 과정 자체가 잃을 것이 없는 흥미로운 것이며, ‘대체 내게 뭘 원하는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괴상한 질문이 많아도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자기 생각으로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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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보다 훨씬 더 깊이 있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나머지는 지면상 생략하고, 혼자만 알고 있도록 하겠다. 한 시간 예정이었던 강연은 두 시간이 되었는데, 이 강연만으로도 나는 이런저런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굉장히 얻은 것이 많았는데,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 같다. 음악에 대한 탐구 같은 걸 즐기는 사람에게도 좋은 자리가 될 것이다. 이후 몇 가지 질문을 받고, 장소는 케익샵으로 옮겨졌다. 머리로도 흡수하고 몸으로도 흡수하고, 얼마나 좋은가.

작성자ㅣbluc
사진ㅣ서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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