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GSHOT #2 송기호

디지털 세상을 유영하다 뇌리에 박힌 인물을 탐구하는 ‘MUGSHOT‘ 시리즈의 두 번째 에피소드를 위해 제작자 송기호가 뿌까머리를 하고 VISLA 사무실을 찾았다. 매번 넘치는 상상력으로 한 편의 동화 같은 작업물을 선보이는 아지카진 매직월드(Azikazin Magic World)의 프로듀서이자 영상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 RPG 게임 속 평화로운 마을 NPC 같은 그와 나눈 흥미로운 대화를 함께 즐겨보자.


당신은 누구인가.

송기호라는 본명으로 제작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아지카진 매직월드의 프로듀서이자 기획자 중 한 명이다. 따로 영상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아지카진 매직월드는 어떤 팀인지.

팀원들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음악을 매개체로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경험을 전달하는 팀이다. 여기서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경험이라 하면, 어떤 캐릭터의 세계에 몰입하거나 그 안에서 모험을 하며 느끼는 노스탤지어 같은 것들을 의미한다.

음악을 매개체로 삼는다고 했는데, 아지카진 매직월드의 작업물은 비단 음악뿐만이 아니라 디오라마나 게임 형식의 영상을 동반하며 많은 부분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다채로운 작업물이 나오는 방식이 궁금하다.

‘멤버들이 어떤 걸 하고 싶어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어떤 프로그램이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것보다 직접 손으로 만드는 것에 더 흥미와 재미를 느낀다. 그래야 ‘뭔가 하고 있다’ 그리고 ‘애정을 쏟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앨범 작업을 하는 도중 ‘뭔가가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만들게 된 게 ‘매직월드 코스모스(Magic World Cosmos)‘라는 디오라마 시리즈다.

멤버들끼리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 점으로 모일 때가 있는데, 어떤 때는 이게 공연이 되고, 어떤 때는 뮤직비디오가 되기도 하는 거지.

그럼 제작자 송기호는 아지카진 매직월드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프로듀싱. 팀원 모두가 재능이 넘친다. 그 친구들의 자원을 하나로 모아서 실제적인 작품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거지. 스케줄을 잡거나 기획을 하기도 하고.

아지카진 매직월드의 작업물에는 여러 캐릭터가 등장한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 구성이나 캐릭터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는 편인가.

우선 캐릭터는 멤버 라이언클래드(Lionclad)가 기획한다. 그리고 세부적인 배경이나 스토리 라인은 팀원 전체가 관여해 만들어 가는 편이다.

영감을 받는 부분이라면 나 같은 경우에는 절대적으로 ‘게임’이다. 나머지 멤버들도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데, 여기서 재밌는 포인트는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지에 따라 각자가 그리는 이미지의 성향이 다르다는 거다. ‘젤다의 전설(The Legend of Zelda)’부터 ‘파이널 판타지(Final Fantasy)’, ‘드래곤 퀘스트(Dragon Quest)’ 그리고 ‘메이플 스토리’와 ‘크레이지 아케이드(Crazy Arcade)’까지 정말 각양각색이다. 이런 것들이 기본적인 바탕이 되고, 이 모두가 하나의 그릇 안에 섞였을 때 나타나는 것들이 우리가 창작하고 있는 결과물이다.

멤버 전원이 게임을 즐기기도 쉽지 않을 텐데 흥미롭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주로 콘솔 게임을 즐기는 편인데, 나는 좀 전에 언급했던 ‘메이플 스토리’나 ‘크레이지 아케이드’ 같은 온라인 게임에 더 끌린다.

아지카진 매직월드의 작업물이나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만 봐도 아날로그한 것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 것 같다. 작업물 외의 생활에서도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따르려는 사람인가.

사실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아날로그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더라. 예를 들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미니 DV 캠코더의 경우 아버지가 사용하셨던 물건이라 그 경험이 자연스럽게 나한테까지 전해진 거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MP3로 음악을 듣는 게 편하다고 느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CD나 LP, 혹은 미니 DV가 아닌 더 큰 테이프가 들어가는 캠코더의 경우에는 관심이 가지 않는다. 내가 유년기에 직접 경험했었던 기계들에 대해서만 애정이 생긴다. ‘같이 살고 있다’ 혹은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그렇다면 아지카진 매직월드 밖에서의 송기호는 어떤 사람인가.

팀 내에서 주로 프로듀서로 활동했다면, 밖에서는 영상 제작자의 위치에서 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감독으로 영상 전반에 대한 프로세스를 배우고 있기도 하다.

어떤 영상을 주로 제작하고 있나.

딱히 정해두지는 않았다. 스스로를 뮤직비디오 제작자나 영화 제작자 혹은 광고 제작자라고 말하지 않고 ‘영상 제작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결국 영상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서 어떤 것이든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가 있다면?

‘리듬’이 제일 중요하다. 시각적인 이미지가 만드는 리듬이나 편집의 호흡이 만들어 내는 리듬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게임을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은데,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게임은 무엇인가.

해적이 업데이트되기 전의 메이플 스토리. 아까 언급했던 아지카진 매직월드의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이전의 메이플 스토리에 존재한다. 모험하는 듯하면서 동시에 친구들과 연대하는 느낌이랄까?

그렇다면 현재 빠져있는 게임이 있다면?

‘매직 더 개더링(Magic The Gathering)’이라는 TCG(Trading Card Game) 게임을 즐긴다. 유희왕 같은 게임인데, ‘매직 더 개더링’이 세계 최초의 TCG 게임이다. 최근에 한글 지원을 중단해서 이제 더 이상 한글판 팩이 나오지 않게 돼서 상당히 씁쓸한 상태다.

작업물에도 게임에 관한 것을 많이 녹여내려 하는 편인지.

아지카진 매직월드 내에서는 모든 팀원이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어떤 캠페인을 기획할 때 게임적인 요소를 많이 넣으려고 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도 게임에서 느끼는 편안함을 녹여내려 한다.

최근 넥슨(Nexon)이나 닌텐도(Nintendo)의 역사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데 그런 책에서 하나같이 하는 말이 ‘플레이어들의 10년, 15년 뒤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책을 통해 읽게 되는 것, 음악을 통해 듣는 것보다 게임은 보다 직접적으로 그 안에서 사람들과 연대하는 과정을 통해 더 또렷한 기억을 남길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어렸을 때 경험했던 게임을 발판 삼아 현재 창작을 이어가고 있는 것들이 사실 그런 기억들이 스며들어서 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고 있는 책이 뭔가.

넥슨의 역사를 다룬 ‘플레이(Play)’라는 책과 닌텐도의 4번째 대표이사 이와타 사토루(Iwata Satoru)에 관한 ‘이와타에게 묻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

뜬금없지만 송기호가 믿고 사는 것, 송기호의 믿음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내일 서버가 종료되더라도 오늘 한 마리의 슬라임을 잡자.

앞으로 아지카진 매직월드에 속해서나 개인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있나.

내년을 목표로 더 부지런히 작업물을 내고 잘 해보는 것?

송기호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장재혁
Photograpy | 김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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