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의 장수 방송이 걸어온 길,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1998년 5월 첫 방영 이후 26년간 자리를 지켜온 SBS의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폐지 위기를 맞았다. 방송사의 책임 프로듀서(CP)로부터 담당 PD가 프로그램 폐지를 통보받았다고 전해진 것. SBS 측은 프로그램이 오래된 인상을 주며 동시에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며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실제로 “세상에 이런 일이”는 최근 2%대, 2023년 최고 시청률은 3.4%로 높지 않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반발해 방송에 연관된 PD들은 “프로그램의 평가 기준에는 수익만이 아니라 조직 내에서 담당하는 역할까지 아우르는 무형의 가치도 포함돼야 한다”고 반발했다고. 또한 해당 프로그램은 “처음으로 구성과 편집을 배우는 작가 및 PD가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실력을 쌓는 장”이라고 언급되기도 하는 만큼, 이번 폐지 소식은 시청자와 방송 스태프 모두에게 아쉬운 소식일 터. SBS의 시사교양 본부 PD들은 폐지가 아닌, 시간대 이동을 요청한 상태이며, 현재까지 SBS 측은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의 26년

앞서 언급한 대로, 1998년 5월 6일 첫 문을 연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당시 목요일 저녁 7시부터 55분간의 시간을 편성받았다. 해당 시간대는 SBS 8시 뉴스 직전의 프로그램으로, 당시에는 꽤 대중적인 입지를 다지기 위한 시간대 편성이었을 것. 현재만큼 SNS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이니 만큼, 시청자에게 있어 “세상에 이런 일이”는 본인과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아니었을까.

이 때문이었는지 “세상에 이런 일이”는 2007년, SBS 연예대상 올해의 프로그램 부분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쾌거를 이룬다. 해당 부문은 시청자가 직접 뽑는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는 수상이었으며,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연예 대상에서 큰 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꽤 이례적이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가 가진 또 다른 이례적인 기록이 있다면, 바로 26년간 단 한 번도 메인 MC가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패널은 여러 차례 변경됐지만 프로그램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는 두 MC 임성훈과 박소현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26년간 두 사람이 아닌 다른 이가 안방을 차지한 적은 그들이 각각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뿐. 그마저도 그들은 영상 통화로 얼굴을 비췄다. 결국, 26년이 넘는 시간 동안 두 MC가 ‘완전히’ 자리를 비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랜 시간 프로그램을 지키며 말로 다 하지 못하는 꾸준함을 보여준 이들에게 제작진 측은 지난 2018년, 1,000회를 맞이해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최근 들어서 “세상에 이런 일이”에 주로 등장하던 기인 이야기는 “궁금한 이야기 Y”가, 특별한 동물의 이야기는 “TV 동물농장”에서 다뤄지며, 소재가 애매하다는 비판이 종종 일기도 했다. 하지만 늘 비슷한 패턴의 내레이션이 SNS에서 소소하게 밈(Meme)으로 쓰이기도 하는 중. 주로 팬이 본인의 아이돌을 보며 ‘XXX야, 오래오래 행복해야 한다~(세상에 이런 일이 톤)’과 같은 식으로 말이다.

기인 열전, 하루 80개 어묵 홀릭 아저씨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는 단연 특정 음식만 계속해서 먹는 기인이다. 2014년에는 어묵을 하루에 80개씩 먹는 할아버지가 등장했다. 해당 에피소드는 현재 유튜브에서 644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도시락에 어묵을 싸 들고 다니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뜯어먹기도 하고, 시장에서 아내에게 잠시 차에서 뭣 좀 가져오겠다며 분식집으로 뛰어 들어가 30여 개의 어묵 꼬치를 단숨에 해치우다 아내에게 들켜 도망가는 등 어묵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야무지게 어묵을 먹다 도망가는 모습이 귀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사실, 주인공이 어묵을 먹게 된 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국 각지를 돌며 운송하는 주인공의 직업 특성상, 늘 식사할 곳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녔고 동시에 식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돈을 절약하려다 보니 어묵을 먹기 시작했다고.

“세상에 이런 일이”의 고정적인 패턴을 따라, 주인공은 제작진과 함께 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는다. 대부분의 경우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고, 오히려 또래 나이대보다도 건강한 편’이라는 평을 듣는 것이 일반적.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달랐다. 비만과 고혈압, 당뇨가 있다는 진단인데, 의사가 어묵을 하루 10개 미만으로 줄이는 것을 권고하자 허탈해하는 주인공의 표정은 그가 얼마나 어묵에 진심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주인공이 아내에게 어묵을 줄이기로 약속하며, 해피 엔딩으로 끝난 어묵 아저씨 에피소드.

대참사 에피소드 ‘황조롱이 공격’

2017년에는 사람을 좋아하는 참새 ‘새순이’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사람의 머리 위에 앉아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깃털을 정리하는 등 보통의 참새와는 다른 행동 양상을 보인 것. 하지만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자,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제보자가 촬영을 위해 새순이를 부르는데, 어찌 된 일인지 새순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헐레벌떡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뛰쳐나간 그는 연신 ‘안돼!’를 외치지만 손 쓸 도리가 없다. 한 건물의 창틀 위에서 새순이가 참새의 천적인 황조롱이에게 잡아먹히고 있던 것. 새순이에게 기꺼이 머리를 내어주던 사람들은 망연자실한 채, 촬영은 끝이 났다. 제보자와 촬영팀, 시청자 모두 비통함을 감출 길이 없던 새순이의 이야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선풍기 아줌마’

“세상에 이런 일이”가 단순히 신기한 인물, 사건만을 취재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방송은 안타까운 사연을 알리며, 사회에서 멀어진 이들이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2004년 방영된 ‘선풍기 아줌마’ 에피소드는 당시 성형 중독에 빠진 과거 전도 유명했던 가수 한혜경 씨의 이야기를 담았다. 젊은 시절 일본을 오가며 활동할 정도로 꽤나 인지도가 있던 주인공은 명성을 얻기 시작하자 성형 수술에 탐닉하게 됐다고. 단 한 번의 성형수술은 거듭되는 재수술을 불러왔고, 그렇게 얻게 된 신체 이형 장애, 그리고 이를 고치기 위한 성형 수술이 연거푸 발생하며 그의 커리어에도 문제가 생겼다.

성형 중독으로 인해 그는 환청마저 겪으며 더욱 깊고 어두운 곳으로 본인을 몰아넣기 시작했다. 불법 수술과 환청, 중독으로 인해 그는 스스로 파라핀과 콩기름을 본인의 얼굴에 직접 주사한 것. 이에 따라 얼굴이 크게 부풀어 오르는 등의 부작용을 겪으며 얼굴이 선풍기만 하다는 의미의 ‘선풍기 아줌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해당 방송 직후, 불법 성형 수술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며 대중의 경각심을 일깨운 시발점이 됐다. 이뿐 아니라 한혜경 씨의 재건 수술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도. 실제로 이 회차의 주인공은 2006년, [선풍기 아줌마]라는 제목의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고. 이어 2008년, “세상에 이런 일이”의 500회 특집에서는 한층 밝아진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이 외에도 각종 방송을 통해 근황을 전하기도 했던 주인공이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렇듯 26년간 한 자리를 지켜오며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대들보 역할을 해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여기에는 시청률을 비롯한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점에는 의심할 바가 없겠다. 수많은 90년대생의 어린 시절 추억과도 같은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현재도 토요일 오후 6시 50분에 방영 중이니, 혹 어린 시절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이라면 오는 주말 저녁, SBS로 채널을 돌려봐도 좋겠다. 프로그램의 미래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유명 연예인의 말마따나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 진짜 늦었’을 테니까.


이미지 출처 | SBS, PD저널, 동아일보

김소라
Visual.... something...☆〜(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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