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두 브랜드 Ennoy, everyone의 지휘자 ‘Ryo Miyoshi’

지금 일본 내 조용히, 그러나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움직이고 있는 브랜드로 엔노이(Ennoy), 그리고 에브리원(everyone)이 있다. 두 브랜드의 공식 인스타그램을 찾아가 보아도 별다른 정보를 찾을 수가 없는데, 이는 이들의 다소 까다로운 발매 방식에서 찾을 수 있겠다.

엔노이의 경우에는 온라인을 통해 미리 사전 등록 후 전달된 링크를 통해 추첨 구매를 해야 하고, 에브리원은 온라인 숍을 운영 중이나, 직접 입어보기 위해서는 유텐지 어딘가에 있는 맨션 속 쇼룸을 방문해야 한다. 방문 역시 온라인을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하니 마음이 내킨다고 바로 구경할 수 없다. 때문에, 위 두 브랜드의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마켓 플레이스 메루카리(Mercari)나 야후 옥션(Yahoo Auction)을 통하는 게 가장 수월하며, 이런 연유로 세컨드 마켓에서의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두 브랜드를 전개 중인 디렉터가 있으니 그가 바로 미요시 료(Ryo Miyoshi). 평소 일본 패션 마켓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 매거진을 자주 뒤적거렸다면, 익숙한 이름일 수도 있겠다. 미요시 료는 앞서 언급했던 에브리원과 엔노이의 디렉터이자 나카메구로의 편집 스토어 ‘소 숍 & 호스텔(SO shop & hostel)’을 운영 중인 팔방미인 재주꾼이다.

대학 졸업 후 하라주쿠의 독립 레코드 숍 빅러브 레코드(BIG LOVE Records)에서 일을 시작한 미요시 료는 2009년 편집 스토어 1LDK로 적을 옮겨, 10년이 넘는 긴 시간 브랜드의 틀을 다졌다. 2018년 1LDK에서의 독립 후에는 편집숍과 민박을 겸한 공간 소 숍 & 호스텔의 디렉팅을 맡아 의류와 라이프스타일 등 료 본인의 취향을 담은 다채로운 브랜드의 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미요시 료의 브랜드 이야기로 되돌아가 엔노이는 미요시 료, 그리고 일본의 유명 스타일리스트 야마모토 코이치로(Koichiro Yamamoto)의 프로젝트 스타일리스트시부츠(Stylistshibutsu)와 함께 진행 중인 프로젝트성 브랜드다. 언제 어디서나 편안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모토로 스웨트와 트레이닝 셋업 등의 의류를 내놓고 있다. 브랜드의 특징이라면, ‘The Ennoy Professional’이라는 문구를 중심으로 브랜드 로고에 조금씩 변주를 준 그래픽만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 종종 영국의 음향장비 브랜드 탄노이(Tannoy) 로고를 오마주한 그래픽 티셔츠를 발매하는데, 꽤나 반응이 좋다. 그저 좋은 품질의 옷에 적재적소의 로고 플레이만으로 엔노이만의 감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전 발매한 모자에 ‘The Extreme of Simple’이라는 문구를 삽입할 정도니,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되겠다.

엔노이가 스타일리스트시부츠와 함께하는 브랜드라면, 에브리원은 미요시 료와 그의 파트너 아니카 세테르그렌(Annica Settergren)이 진행하는 브랜드다. 브랜드 이름은 바로 전 등장한 야마모토 코이치로가 지어줬다고. 엔노이의 아이템이 일상적인 스포츠웨어에 맞춰져 있다면, 에브리원은 그보다 조금 더 세련된 헤드 투 토(Head to Toe)의 일상복을 제작한다. 스웨트셔츠와 토트백과 같은 기본적인 아이템을 제외한다면, 흔한 로고, 그래픽조차 넣지 않는다. 셔츠의 넥라인 아래, 트라우저의 허리춤에 매달린 태그가 에브리원의 옷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표시다. 가격 또한 만만치 않은데, 흰 면 티셔츠의 경우 15,300엔, 청바지가 33,000엔, 그리고 최근 발매한 캐시미어 소재 크루넥 스웨터는 99,000엔에 판매 중이다. 접근하기 쉽지 않은 금액임에도 제품 대부분 품절이라는 점이 현재 에브리원의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제품 설명에 적혀진 구매 시 주의사항의 목록도 꽤 재밌다. 몇 가지 꼽아 보자면, ‘과거 온라인이나 매장에서 동일 상품을 구매했다면, 주문을 취소, 당연히 한 사람당 1점의 제품만 구매 가능(다른 사이즈도 구매 불가), 당연히 리셀 목적의 구매는 불가, 위 사항을 지키지 않았을 시 해당자의 주문을 모두 취소, 여러 제품을 구매해도 모두 개별 배송으로 진행’이 있다. 1LDK에서의 스트레스가 컸던 것일까. 티셔츠 한 장을 사는 데에도 지켜야 할 사항이 상당히 많다. 모든 제품은 ‘MADE IN JAPAN’으로, 자체 제작하는 아이템 외 아프레세(A.PRESSE)나 파라(FARAH)와 같은 자국 브랜드와의 협업 또한 종종 이루어지는 편.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미요시 료가 저 먼 브루클린의 실크스크린 업체이자 패션 브랜드 룩스튜디오(LQQK STUDIO) 일부 제품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는 현재 룩스튜디오의 일본 디스트리뷰션을 맡은 민나노(MIN-NANO)와의 연이 닿아있는 것 같다.

아무튼, 이런 타이트한 구매 정책에도 그 인기는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는 것. 특히, 멋진 스타일링으로 이슈를 모으는 모델 아리하라 미유키(Miyuki Arihara)와 배우 야기 리카코(Rikako Yagi)와 같은 유명인의 착용으로 구매에 그 치열함을 더하고 있다. 몇 번의 타이핑과 클릭으로 뭐든 손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지금, 미요시 료의 이러한 브랜드 운영 방식은 외려 재미있는 게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알아갈수록 흥미를 더하는 두 브랜드 엔노이와 에브리원, 그리고 이를 진두지휘하는 명장 미요시 료가 제안하는 즐거운 놀이에 슬쩍 참여해 보는 건 어떨지.

Ryo Miyoshi 인스타그램 계정
Ennoy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veryone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Miyoshi Ryo, Ennoy, everyone, Stylistshibut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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