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같이 가늘고 긴 몸통을 가진 고양이와 쥐, 피라미드 몸통의 강아지, 목에서 곰돌이가 자라난 고스 펑크 소녀, 두 다리를 가진 손가락. 가만히 듣고 있자면 어딘가 기이한 듯하지만 실제로 이들을 마주한다면 귀여운 구석을 쉬이 발견할 수 있을 존재들. 3D 아티스트 다모의 SNS 피드는 이렇듯 괴이하고 사랑스러운 생명체로 한가득이다.
2022년, 다모는 첫 번째 개인전 ‘너는 뭐가 문제니?’를 통해 우리 각자의 이상함을 좀 귀엽게 봐주면 어떨까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세상은 귀여워할 수 없는 문제투성이다. 개인의 삶도, 사회도 엉망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부지기수. 다모는 2024년 4월, 개인전 ‘다모의 꿈: 다모난 세상’으로 한 번 더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우리 이 세상에서 아주 잠시라도 벗어나 보자고. 2년 만의 개인전, 그 문을 이제 막 열어젖힌 다모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3D하는 다모라고 한다.
2년 만의 개인전이라고 들었다. 오랜만의 전시를 앞둔 소감이 어떤지.
정말 오랜만에 여는 개인전이라서일까, 이전에 어떻게 준비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때 나 참 열심히 준비했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나는 2년 동안 무엇이 달라져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첫 개인전 ‘너는 뭐가 문제니?’에서는 흔히 ‘문제’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귀여워하고 사랑스러워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자는 주제 의식이 있었다. 이번 ‘다모의 꿈: 다모난 세상’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가 있을까?
있다. 한 마디로 ‘귀여워할 구석이라곤 없는 다-모난 세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일단 전시명이 귀여우니 반은 성공한 듯싶다. 일전 꿈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전시 제목의 ‘꿈’은 자면서 꾸는 꿈일까, 아니면 앞으로의 목표를 의미하는 꿈일까?
후자에 가깝다. 꿈에서 영감을 받지 못한지 꽤 되기도 하였고, 그저 사람들이 제 작업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것이 내 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두 번째 개인전을 준비한 것 같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쭉 보다 보면 괴이하지만 어쩐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생명체가 쉼 없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모두 ‘다모난 세상’의 주민으로 상상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 등장할 될 주민을 간략히 소개해 줄 수 있나.
꽃밭을 걷고 있는 아저씨. 아저씨도 행복한 꿈을 꿀 때가 있겠지, 상상하며 만든 작업물이다. 지구별에 불시착한 외계 생명체가 처음으로 만난 지구 생명체인 작은 아기 고양이도 있다. 고장 난 비행접시는 뒤로하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에게 푹 빠져버린 모습을 하고 있다.
3D 작업뿐 아니라 도자기, 타투, VR 스케치 등 수단 가리지 않고 작업해 온 것으로 안다. 이번 전시는 어떤 형태의 작업을 주로 만나볼 수 있을까?
아무래도 최근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건 VR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직관적으로 형태를 조형할 수 있고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그렇다. 전시에서도 VR로 빚어낸 3D 작업물을 여럿 만나볼 수 있다.
단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애니메이션도 볼 수 있나.
애니메이션에 관해서는 아직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은 상태다. 그저 단순하게 기이한 생명체가 가득한 다모의 세상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긴 했다. 내가 만들어낸 몇 가지 이야기 중 하나를 영상으로 제작해 볼까 싶기도 하고. 아직은 생각뿐이다.
다모가 빚은 생명체들은 ‘모나지 않게 점토마냥 이리저리 주물러진’ 텍스쳐를 갖는다. 디지털 세상에 존재하는 이들임에도 묘하게 어딘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드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이런 텍스쳐를 고수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작업물이 그래픽 작업물인지, 실존하는 조형물인지 사람들이 가끔씩 헷갈려할 때, 조금 웃기고 재미있다고 느낀다. 물론 그걸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만드는 존재가 어딘가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데, 그게 좋아서다.
디지털 아트 분야에서 주로 작업하지만, 물성을 가진 작업을 자주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종종 아쉽기도 하다. 3D로 작업한 것은 화면 안에서는 입체로 존재하지만 만질 수 없고, 이를 이미지화해 인쇄하면 물성을 갖게 되지만 반대로 우리가 다각도로 그것을 살펴볼 수 없다는 점에서 말이다. 본인의 작업을 물화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지 궁금하다.
작업을 물화하고자 하는 욕망은 정말 크다. 실제로 인형도 만들어봤고, 3D 프린팅도 해봤고, 가면도 만들어봤고, 직접 점토로 빚어내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보다 과감하게 무언가를 시도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일단 제작하는 과정에서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고, 제작 후에 그 작업물을 처리하는 데에 곤혹스러운 적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무작정 물성을 가진 작업물을 만드는 것에는 조금 거부감이 생겼다.
지난 개인전에서는 스케치나 아카이빙 북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스케치를 모두 소장하거나 아카이빙 북으로 만들게 된 계기가 있는지도 묻고싶다.
어떤 작업물이든지 간에 3D 프로그램에서 바로 뚝딱 만들어내는 작업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상상은 직접 손으로 그려 구체화한 후 그 스케치를 기반으로 3D 작업을 진행하는데, 개인적으로 그 과정이 너무 재밌고 흥미롭다. 누구나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다. 그것을 어떻게 본인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내는지, 그 과정을 공유하면 작업물들을 보는 게 더 흥미롭지 않을까.
지난 개인전 이후 ‘Youthbath’, 봉제인간 등 다양한 브랜드나 아티스트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개인전을 준비하는 것과는 무엇이 달랐나.
혼자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개인전은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기획하고, 머릿속에 그려내고 그것을 실재화하는 것이라면, 협업은 아무래도 상대방이 원하는 이미지와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미지의 중간 점을 찾아내 제작해야 한다는 차이점이 제일 크다.
‘다모의 꿈: 다모난 세상’ 전시 이후의 계획이 있다면?
우선은 전시 준비로 잠시 중단했던 3D 과외 수업 일을 재개할 생각이다. 그리고 밀렸던 숙제를 해내듯, 쌓여있는 외주 작업을 진행할 예정.
마지막 질문이다. 다모에게 다모난 세상이란 무엇일까?
가장 다모스러운 세상. 요상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들이 잔뜩 있지만 아무래도 괜찮은 세상.
전시정보
다모 개인전 ‘다모의 꿈: 다모난 세상’
일시 | 2024.04.16(화) ~ 04.21(일) / 10:00 ~ 21:00
장소 | 서울 용산구 청파로45길 34, 2F Atypical galler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