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drum과 함께하는 추석 연휴 초입 지하의 밤 @cakeshop

마침내 다가온 9월 13일 금요일. 수많은 개인 앨범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입증한 전자 음악 신(scene)의 교두보 프로듀서, ‘머신드럼(Machinedrum)’이 2017년 12월 이후 근 7년 만에 다시 서울의 베뉴 케이크샵(Cakeshop)을 찾는다. 기념할 만한 그의 두 번째 긱을 서포트하기 위해 로컬 신 또한 똘똘 뭉쳤다. 우선, 서울의 UK 뮤직 크루 ‘김치 팩토리 호미즈(Kimchi Factory Homies)’, 그리고 로컬 앰비언트 신을 대표하는 듀오 ‘살라만다(Salamanda)’의 두 멤버 예츠비(Yetsuby)와 우만 써마(Uman Therma)의 B2B 셋. 마지막으로 최근 왕성한 활동을 통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신에 이름을 각인하는 데 성공한 아티스트 ‘베이비 야나(BÉBE YANA)’의 라이브 셋 또한 준비되어 있어 9월 13일 하루 케이크샵을 찾아올 이들을 위해 최고의 밤을 선사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프로듀서 머신드럼. 공백기인 근 7년의 세월 동안 그는 다양한 프로듀서와 협업, 그리고 본인의 작업물 또한 활발히 발매하는 등 그가 보여주었던 전자 음악의 비전을 넘어 더욱 새로운 지평에 다가섰다. 그의 불타는 창작혼을 뒤로 하고, 잠시 쉬어가는 느낌으로 발매한 개인 앨범 [3FOR82]. 본 앨범은 데뷔 앨범을 발매하던 젊은 시절의 본인을 회상하고, 그가 성장할 수 있었던 전자 음악 커뮤니티에 대한 헌사를 아끼지 않는 중요한 이정표의 위치를 점하는 앨범으로 이어졌다.

지난 세월 동안 그의 활동과 비전에 과연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아래 작성된 글은 다가올 내한 공연을 더욱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먼저 읽어볼 가이드로 이해하면 좋겠다.


근 7년 동안, 머신드럼은 꾸준히 개인 앨범을 발매하는 한편 신예 발굴에도 힘써왔다. 그가 발굴한 신예들은 후술할 지미 에드가(Jimmy Edgar)를 포함, 빛바랜 뮤지션들을 다시 영광의 길로 끌어들이며 신의 발전에 이바지하기도 한다. 이번 글에는 그의 작법 그리고 신예 발굴과 함께 달라진 그의 작업관에 주목하며 내한 공연을 기대감을 높여 보도록 하겠다.

우선 그의 개인 릴리즈를 먼저 짚고 넘어가 보자. 가장 먼저 떠오를 머신드럼의 레코드들이란 명실상부 풋워크의 마스터피스, [Room(s)]. 그리고 머신드럼의 특기인 특유의 앰비언스를 드럼 앤 베이스와 결합한 [Vapor City]가 있을 테다. 머신드럼은 2024년인 현재까지도 UK 베이스와 풋워크를 장르적 토대로 삼아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러한 장르적 토대 안에서도 매번 새로운 실험을 진행하며 전자 음악 신의 모두에게 많은 감명을 주었다. 데뷔 시절 그는 글리치 합을 주로 다루었고, 또한 신드론(Syndrone) 명의로 IDM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Tstewart’라는 새로운 이름을 빌려 그간 스타일과는 사뭇 다른 어쿠스틱 장르를 선보였다. 2012년에는 키치한 하우스 EP [SXLND]를 발매, 그 후 시간이 지나 지미 에드가(Jimmy Edgar)와 협업한 프로젝트, J-E-T-S(제츠)의 1집, [ZOOSPA]는 트랩의 향기가 짙게 묻는다.

지난 7년간의 행보에서 주목할 수 있는 것처럼, 그는 개인 앨범 발매와 함께 다수의 아티스트, 그리고 프로듀서와 협업을 진행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차츰 쌓아갔다. 그중에서도, 이번 내한 공연에서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바로 2016년 발매한 개인 앨범 [Human Energy] 이후로 이어지는 팝 친화적인 움직임이다. 해당 앨범을 기점으로 머신드럼은 풋워크와 덥스텝 리듬에 밝은 무드의 샘플을 올리고, 다양한 래퍼와 R&B 싱어가 피쳐링으로 참여했으며, 댄스 뮤직에 가까운 베이스와 드랍을 강조했다. 이러한 작법은 영국의 프로듀서 러스티(Rustie)가 연상되지만, 누군가의 손을 빌리지 않은 오로지 그만의 문법으로 다시 만들어진 퓨처 베이스에 가까웠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의 스타일은 이후 몇 개의 싱글과 리믹스, 그리고 2020년 발매한 그의 개인 앨범 [A View of U]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지난 세월 동안 이루어진 그의 팝 친화적인 행보 뒤에 감춰진 그의 장기, 바로 드럼 앤 베이스를 비롯한 파티 튠이 그의 활동 배후에 있었다. 2020년 발매한 개인 앨범 [A View of U] 이후 1년 후 발매한 EP [Psyconia], 그리고 홀리(Holly)와 합작한 EP [天の川 (River of Heaven)]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머신드럼은 그의 작업 골조를 리퀴드 펑크(Liquid Funk), 정글, 점프 업, 하프 타임 베이스 등의 댄스 뮤직 장르들과 믹스해 고유한 스타일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트랙들은 데뷔 시절에 발매한 트랙들에 비해 좀 더 대중 친화적인 색채의 옷을 입었다. 파티 튠과 머신드럼의 스타일이 만들어낸 진귀한 트랙들은 영국의 댄스 음악 채널 ”UKF“에 소개되며 괄목할 만한 평가를 받기도 하는 등, 10년대 전후로 이루어진 그의 실험은 전자 음악 평단과 애호가 모두에게 수많은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2024년 발매한 근작 [3FOR82]. 본 앨범은 그의 데뷔 시절에 자주 돋보이던 번뜩이는 센스와 아이디어를 조금 덜어내는 한편, 다년간 축적된 노하우로 정제된 사운드 디자인을 첨가한다. 그는 [3FOR82]를 작업함에 있어 그가 음악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을 돌아보고, 그의 데뷔 시절에 동경하던 영국의 레이브 신을 토대로 삼으며 DOS 컴퓨터의 작곡 프로그램 ‘임펄스 트래커(Impluse Tracker)’를 중심으로 하여 작업했다고 밝힌다. 이처럼, 그의 최신 작품인 [3FOR82]는 그의 초기 작업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향후 작업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10년대 전후로 이루어진 그의 스타일 연구와 동시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음악 신 안팎에서 훌륭한 신예를 발굴해냈다는 것이겠다. 제츠를 함께한 지미 에드가는 메르크 레코즈(Merck Records)에서 그의 음악 활동을 시작했지만, 무명이던 그의 데뷔를 강력히 요구한 것이 당시 레이블 직원이었던 트래비스 스튜어트(Travis Stewart), 바로 머신드럼이었다. 또한, 애시드한 사운드와 정글, 그리고 테크노의 크로스오버로 평단의 수많은 찬사를 얻은 영국의 전자 음악 뮤지션 ‘론(Lone)’이 2012년 발매한 개인 앨범 [Galaxy Garden] 또한 협업으로 참여한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예 발굴 시스템은 2024년인 현재 그가 제공하는 샘플 팩을 이용한 작곡 배틀 ‘COMPO’로 확장되는 등 지금까지도 수많은 신예 프로듀서에게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머신드럼의 손길은 수많은 R&B 싱어와 래퍼들에게도 닿았다. 그중 몇몇 아티스트들은 그의 페르소나가 되기도 하는 등 그들의 작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우선, 미국의 걸 그룹 데니티 케인(Danity Kane)의 전 멤버 돈 리처드(Dawn Richard, 이하 D∆WN)는 [Human Energy]의 대표곡 “Do It 4 U”에 목소리를 올린다. 얼터너티브 R&B 가수로 활동하던 돈은 [Human Energy] 발매 후 두 달 뒤인 11월에 네 번째 앨범 [Redemption]을 발매한다. 머신드럼은 그의 개인 앨범 15트랙 중 10트랙을 담당한다. [Human Energy]의 연장선으로도 들리는 이 앨범은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캐나다 출생 아티스트. 로첼 조던(Rochelle Jordan) 또한 그와 작업의 연이 닿았다. 오랜 활동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던 로첼 조던은 결국 2021년 [Play With the Changes]으로 재도약에 성공한다. UK 베이스의 맛이 진하게 느껴지는 이 앨범의 전반적인 프로듀싱 또한 머신드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최근 “Nasty”로 틱톡 스타가 된 티나셰(Tinashe) 또한 머신드럼의 수혜를 입었다. 2023년에 발매한 다소 짧은 분량의 정규 릴리즈, [BB/ANG3L]에 그의 트랙이 일부 수록된 것. [BB/ANG3L] 또한 아이디 매거진(I-D Magazine)과 피치포크(Pitchfork)를 포함, 많은 매체의 호평을 받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인연으로 2024년인 현재까지도 둘은 협업하고 있다. 이외에도 ‘제시 보이킨스(Jesse Boykins III),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 파더(Father), 쿠치카(Kučka), 서브 포커스(Sub Focus)’ 등 수많은 뮤지션들이 그의 곡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제 협업은 그의 중요한 작곡 과정이 되었다. 섬세히 소리를 조율하듯 머신드럼은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며 음악에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지난 7년간 개인의 작업과 더불어 신예 발굴에도 힘쓴 프로듀서 머신드럼. 금요일 진행되는 내한 공연에서 그와 함께 작업한 이들의 이름 역시 확인할 수 있을 테다. 그가 신에 쌓아온 걸출한 발자취는 물론, 그의 연이 닿은 아티스트의 곡이 울려 퍼지는 녹사평역 지하의 밤. 추석 연휴를 전후로 진행될 그의 내한 공연을 색다르게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티나셰와 함께한 더 랏 라디오(The Lot Radio) 믹스. 그간 콜라보레이션에 집중한 모습을 그의 지난 긱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Editor | 박주훈, 김성우
이미지 출처 | Planet 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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