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0년 동안 창작 활동을 이어온 작곡가 수잔 치아니(Suzanne Ciani). 무려 반세기, 셀 수 없이 많은 변화와 격동을 거쳤을 테지만, 그 혼란 속에서도 꾸준히 시대를 초월한 음악을 제작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1970년대에는 부흐라(Buchla) 모듈러 신시사이저를 벗삼아 독창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창조, 낯설고 실험적인 인식의 전자음악이 지금의 주류로 자리 잡기까지 크게 기여하였다.
오는 10월 12일, 수잔 치아니는 ‘소닉블룸 2024(sonicBLOOM 2024)’ 페스티벌을 통해 마침내 한국 팬들과 만난다. 과거 내한 이력이 있지만, 부흐라 신시사이저를 가지고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그. 이번 무대는 수잔 치아니가 항해한 50년 시간의 파도를 몸소 체험할 절호의 기회며 또한 장엄한 우주를 느낄 수도 있을 것. 이하는 수잔 치아니와 나눈 짧은 담화문. 그가 이번 내한 공연에 어떻게 임할지 좋은 힌트도 포함하고 있으니 느긋하게 살피자.
한국 방문을 환영한다. 한국은 첫 방문인가?
사실 예전에 피아니스트로 한국을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는 내 솔로 피아노 곡들을 연주했었지. 이번엔 완전히 다른 장르와 악기, 그리고 다른 차원의 경험을 위해 한국에 오게 되어 정말 기대가 크다. 부흐라를 가지고 한국에 온 건 처음이니까!
모듈러 신시사이저의 가능성을 아주 일찍이 인식하고, 50년 넘게 사용 중이다. 모듈러 신시사이저가 당신의 음악 여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모듈러 신시사이저는 내게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특히, 통제된 무작위성과 공간적 변화를 통해 음악을 다루는 방식이 달라졌지. 덕분에 내가 다루는 음악적 재료들이 훨씬 더 유연해졌다고 할 수 있다.
모듈러 작업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특별한 인물이 있었다면?
돈 부흐라(Don Buchla)와의 만남은 정말 특별했다. 개인적으로는 그를 전자음악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부를 정도니까. 그는 새로운 공연 악기를 만드는 데 있어 혁신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으로,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대가였다. 무엇보다도 타협하지 않는 그의 예술적 철학이 인상적이었다.
경력이 50년이 넘는데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 중인데, 오랜 음악 인생을 이끌어 온 중요한 철학이나 개념이 있나?
항상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한다. 그 작은 목소리가 언제나 진실을 알려주고, 무엇을 해야 할지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거든. 그게 나를 여기까지 이끈 가장 중요한 원동력인 것 같다.
최근에 주목하는 기술 발전이나 신시사이저 모듈이 있나?
애니모그(Animoog). 이 악기는 터치에 아주 민감하고, 표현력이 매우 풍부해서 연주할 때 느낌이 정말 좋다. 곧 더 발전된 공간적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라 기대가 크다.
‘소닉 블룸’에서 연주될 곡에 관해 예고하자면?
“4개의 시퀀스에 대한 즉흥곡(Improvisation on Four Sequences)”를 연주할 예정이다. 이 곡은 1970년대에 작곡되었으며 내가 작성한 ‘국립예술기금 보고서(Report to National Endowment)’라는 논문에 기록되어 있다. 해당 논문은 내 웹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이번 공연은 4채널 서라운드 사운드로 진행되며, 음악적 움직임(사운드의 흐름과 공간적 변화)이 음정, 음색, 리듬만큼이나 중요한 음악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이미지 제공 | Suzanne Ci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