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는 여전히 반사회적 행위와 예술 사이를 오가며 논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어떻게 다뤄지던, 대중이 느끼는 이미지가 어떻든 간에, 할 사람들은 신경 안 쓰고 계속해서 창작활동을 이어간다.
LA에서 시작된 크루 MSK(Mad Society Kings)의 일원인 RAMS는 전 세계를 돌며 고난도의 장소에 그래피티를 남기는 방식으로 주목받는다. 최근 그는 미국에서 2달여간 생활하며 그래피티와 일상을 기록한 사진집 ‘DISPOSABLES’를 발간했다. 이번 사진집은 지하철과 건물 외벽을 비롯한 ‘불가능해 보이는’ 장소를 캔버스로 삼아온 그의 행적을 생생히 보여주는 동시에, 불법이라는 범주에 항상 발을 걸치고 있기에 완전히 인정받을 수 없는 긴장감도 함께 포착한다. 밧줄과 등반 장비를 사용해 눈에 띄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장소에 대한 RAMS의 도전이 사진 속에서 한층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으로도 배송이 가능하다고 하니 관심이 있다면 하단의 링크를 확인해보자.
사진집 발간을 통해 자신의 흔적을 하나의 기록물로 정리하고자 한 RAMS는, 그래피티가 계속해서 변화하는 도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확장해 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사진집에서 드러나는 이야기와 그의 작업이 담고 있는 리스크와 내면의 매력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자.
Mini Interview
가능한 만큼 소개 부탁한다.
내 이름은 RAMS이다. 나는 80년대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 그래피티 크루 MSK의 일원이다. 전 세계를 다니며 그래피티 작업을 하고 있다. 가시성이 좋으나 도달하기 어려운 장소, 그리고 도시별 메트로에 그래피티를 그리는 작업을 전문으로 한다.
그래피티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
내가 자란 도시는 그래피티로 가득 차 있었다. 어릴 땐 그것이 무섭기도 했지만 동시에 흥미로웠다. 청소년 시절에는 유튜브와 당시에 활발했던 그래피티 웹사이트를 통해 미국 그래피티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그래피티는 힙합 문화와 랩과 깊게 연관되어 있었고, 나는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그런 문화에 매료되었다. 어린 나이에는 명성, 물질적인 것들, 그리고 존경(Respect) 같은 것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나는 길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항상 예술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요소들이 나를 그래피티라는 취미로 이끌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이 일에 빠져들어 결국 내 삶 전체가 그래피티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전 세계를 오가며 작업을 하게 된 계기.
나는 인구가 약 500만 명 정도인 작은 나라에서 왔다. 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면 여행이 필수다. 그래피티의 본질이 그렇다. 여행하면서 작업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이걸 배워가는 중이지만, 진지한 그래피티 작가라면 여행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그래피티 라이터가 밧줄을 타지는 않지 않나. 밧줄을 타며 작업하게 된 사연이 궁금하다.
등반 장비를 사용해 이전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 많은 주요 도시들은 그래피티로 가득 차 있거나, 그래피티가 빠르게 제거된다.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 있는 벽을 등반 장비를 사용해 작업하면, 다른 사람의 작업을 덮지 않고 깨끗한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으며, 그래피티가 더 오래 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매일 그 벽을 지나가는 수천 명의 사람이 내 그래피티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작업 지역을 선정하는 기준을 알려달라.
각국의 수도가 보통 우선순위다. 그다음은 규모와 가시성, 그리고 건물 접근성이다. 예를 들어, 지붕에 접근하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이나 위험이 필요한지 등을 고려한다. 이외에도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지금 언급한 것들이 주된 기준이다.
소셜미디어에 그래피티가 노출되는 것에 관한 개인적인 견해가 궁금하다.
소셜 미디어로 보는 그래피티는 실제로 보는 것과 절대 똑같을 수 없다. 주변 환경, 스케일 그리고 그래피티를 특별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들을 완전히 놓치게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볼 수 없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기도 하다. 이것은 양날의 검과 같다. 내 작업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된다는 점에서 유익할 수 있다. 특히 자주 여행하지 않는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전 세계의 다양한 작업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나 자신이 노출될 위험도 있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결과를 알게 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내가 맞다고 느끼는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의 작업이 노출되었을때 인상 깊었던 반응이 있다면.
전 세계의 주류 매체가 보통은 그래피티를 긍정적으로 다루지 않는데, 불법적으로 그려진 그래피티조차 긍정적으로 다룬 기사를 쓴 것을 보고 놀랐다. 이는 이 하위문화 바깥에 있는 사람들도 진짜 그래피티가 가진 매력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작품 활동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감정이 있나?
그래피티 자체는 특별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래피티를 하는 행위 자체가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DISPOSABLES’ 프로젝트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그것은 삶에 대한, 그리고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하는 행위에 관한 이야기다. 앞으로의 작업 계획 혹은 목표. 내가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한국을 방문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