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3가. 시간의 그림자가 짙은 이 거리는 서울의 속사정을 혼자 껴안은 듯하다. 해가 저무는 하루, 인쇄소 간판불이 꺼진 불야성 서울의 중심 을지로는 그저 어둡다. 생소한 낡음에 끌려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대던 인스타그램 멋쟁이들도 스스로 만족하고 밝은 동네로 떠나갔다. 오래된 저층 건물이 둘러싼 빛도 인적도 드문 길. 발길을 옮겨 깊은 골목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 본다. 붉은 형광등이 비추는 입구가 홀로 서 있다. 수상쩍지만 몸이 이끄는 대로 노후불량 건물에 바짝 붙은 철제 계단을 올라 문을 연다. 새로운 바람이 을지로 3가에 살살 부는 요즘, 하나의 움직임을 포착하려 한다.
을지로 3가 334-8 계단을 오르면 3층의 음반 매장 클리크 레코드(Clique Records), 복합공간 디 엣지 서울(The Edge Seoul)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한국계 프랑스인 유현성(Antoine)과 그의 친구 프랑스인 커티스 캄부(Curtis Cambou)가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다. 살을 에는 겨울, 디 엣지 서울에서 유현성은 웃으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었다. 소문이 무성한 이 공간을 그와 함께 차근히 탐색해보기로 한다.
클리크 레코드를 시작한 계기는? 처음에는 온라인 기반이었는데.
음악은 언제나 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다. 끼리끼리란 말이 있듯, 프랑스에 있는 지인 역시 음악으로 사귄 이가 대부분이다. 6년 전부터 서울에서도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문화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주목한 점은 빠르게 성장해온 전자 음악 신(Scene)과 서울이라는 도시 그 자체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하나쯤 있을 법한 전자음악 음반 매장이 이곳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나를 비롯한 주변 디거(Digger)들은 디스콕스(Discogs)나 주노 레코드(Juno records) 같은 온라인 매체를 통해 음반을 구매했으니 클리크 레코드 또한 자연스럽게 작은 온라인 스토어로 시작했다. 다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유기적(Organic)인 경험과 재미는 온라인 주문으로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주로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친구들과 직접 만나 같이 음악을 듣고 신나게 노는, 말 그대로 패거리(Clique)를 만드는 일이었다. 딱히 큰일을 벌이자는 생각도 없었다. 나는 단지 새로운 음반을 들여와 친구들과 듣고 즐기고 싶었다.
그러다가 2016년에 들어 결국, 레코드숍을 열었다.
팝업 스토어를 몇 번 진행해보니 찾아오는 사람도 불어났다.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패거리가 커진 것이다. 오프라인의 맛을 보고 나면 결코 온라인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따라서 더 긴밀하게 친구들과 접촉할 수 있는 패거리만의 공간을 찾았다.
패거리의 아지트로 을지로를 선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우선 잘나가는 동네로 들어갈 돈이 없었다. 사람이 몰리는 동네는 미련 없이 포기했다. 어차피 자주 가는 곳도 아니고. 그저 음악이 좋다면 어디에 있건 찾아오겠지, 하고 생각했다. 을지로는 서울의 중심이자 신도시(Seendosi), 호텔 수선화 같은 친한 친구들이 있는 동네라 자연스럽게 눌러 붙었다
클리크 레코드의 음반 셀렉션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에 특화된 숍인 만큼 하우스, 테크노 음반이 많다. 나아가 전자음악의 과거와 현재를 취급하는 매장이다. 분명 주류는 아니다. 전자음악의 사이사이 아프리카, 브라질, 뉴 에이지 등의 음반도 갖춰 놓았다.
을지로 매장이 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온라인 스토어가 폐쇄되었다.
우리가 게으르기 때문이다. 하하. 사실, 대대적인 보완을 거친 뒤 홈페이지를 다시 공개하려 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두 명이 운영하느라 애로사항이 많지만, 최근 웹 디자인에 통달한 친구가 도와주기로 했다. 느긋함이 클리크 레코드의 분위기가 아닐까? 2018년에 새롭게 공개될 공식 홈페이지를 기대해주기 바란다.
소규모 레코드숍인 클리크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운영하는가?
음악 문화가 꽃핀 도시들을 살펴보면 그 문화의 허브(Hub) 공간이 도시 곳곳에 있다. 보통 그 역할을 맡는 장소는 음반 매장이다. 로컬 음반 매장에 들리는 사람은 새로운 음악을 접할 뿐만 아니라 현지인과 직접 교류하면서 지역의 신을 만들어간다. 그 장소를 통해 같이 무언가를 만들거나, 새로운 음악을 공유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갖가지 화학작용이 벌어진다. 클리크 레코드는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관심사를 공유하는 패거리의 장소다. 그리고 나와 내 파트너는 금전적 요소에 흔들리지 않는다. 클리크 레코드를 만들 때의 철학을 지키기 위해서다.
어떻게 하면 금전적인 부담을 덜 수 있나?
꽤 수고로운 프로젝트나 파티의 경우 당연히 손해를 보고 싶지 않다. 그래도 투자한 정도만 되찾을 수 있다면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클리크 레코드는 취미 생활의 연장선에 있다. 즉 클리크 레코드 이름으로 행하는 모든 일에는 재미가 우선순위에서 첫 번째를 차지한다. 앞서 말한 비슷한 취미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시너지를 일으키는 그 재미를 말한다. 가게를 통해 이득을 보거나 명성을 얻으면 당연히 기분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별 상관없다. 어찌 됐건 난 내가 하는 일에 행복을 느끼고 싶다. 앞으로 이 장소가 지역 음악 문화에 긍정적인 발전 요인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지역 음악 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의미는?
유행에 편승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유행과 문화는 다른 개념이다. 유행은 받아먹기 쉽고 접근하기도 쉽지만 비눗방울처럼 금방 터지고 만다. 이렇게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유행과 달리 문화는 다양한 접근을 통해 자라난다. 때로는 한 가지의 문화가 자리 잡는 데 한 세대가 걸리기도 한다. 문화 관련 인식 발달과 지식의 축적이 동시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 유행과 문화를 잘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기업이 아직 여물지 않은 문화 기반을 자사의 상품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가 빈번하기 때문. 이는 현대사회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아직 자정 능력이 부족한 미성숙한 문화 기반에 자금이 몰리면 유명세와 돈을 좇는 사람도 늘어나서 균형 잡힌 발전이 힘들어진다.
그렇기에 클리크 레코드는 지금까지 해온 일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매장을 운영하면서 우리는 좋은 한국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 그 중 뮤지션 몇몇은 꽤 고립된 상황이었기에 매장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음반을 발매하거나 한국 외 음반사 관계자와 연락을 주고받을 기회를 만들었다. 반대로 내한한 해외 아티스트가 매장에 와서 국내 뮤지션과 친분을 쌓는 경우도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앞서 말한 문화의 허브 역할이 궁극적으로는 클리크 레코드의 목표 아닐까.
어느 정도? 그러나 자라나는 한국 전자음악 문화의 중심이 되고 싶다거나 신 그 자체가 되고 싶다는 거창한 말이 아니다. 클리크 레코드는 클리크 레코드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뿐이고, 때때로 작은 허브의 역할을 담당하면 족하다. 이곳은 크기도 작을뿐더러 간단한 철학을 유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클리크 레코드는 모과(Mogwaa)의 첫 EP, [Déjà Vu] 발매에 도움을 주었다.
모과라는 사람 자체에 끌렸다. 그리고 라이브 공연으로 접한 그의 음악 세계가 클리크 레코드의 취향과도 잘 맞아 떨어졌다. 그와 협업해서 우선 카세트 테이프를 녹음했고, 그 후 클리크 레코드 친구들의 도움으로 미국 시카고 레이블, 스타 크리쳐스 유니버설 바이브레이션스(Star Creature Universal Vibrations)를 통해 [Déjà Vu]의 바이닐을 내놓았다. 곧 미국 순회공연을 갈 수도 있다고 들었다.
클리크 레코드는 올해 여러 아티스트와 카세트테이프를 녹음할 예정이다. 작년의 모과 EP가 그 첫 번째 프로젝트였으며, 참여한 친구들에게 좋은 경험으로 남은 것 같아 기쁘다. 이외에도 내 파트너 커티스는 두 개의 레이블 브레인댄스 레코드(Braindance Records)와 대한 일렉트로닉스(Daehan Electronics)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브레인댄스 레코드는 음반 몇 장을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서 유통 중이고, 대한 일렉트로닉스는 한국의 80, 90년대 실험, 전자음악을 발매할 예정이다.
일생의 대부분을 프랑스에서 살다가 한국에 왔다. 이 공간에 녹아든 프랑스의 색채라면?
물론 프랑스에서 보낸 시간이 내 사고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래도 클리크 레코드와 디 엣지 서울은 프랑스식 공간이 아니다. 여기는 곧잘 놀러 오는 친구들과 세계 각지의 아티스트가 준 영향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프랑스가 아닌 한국에서 클리크 레코드를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첫째, 프랑스에서 음반 매장을 열면 경제적인 부담이 커진다. 지금 우리 패거리끼리 놀자는 철학을 유지하기 어렵다. 둘째, 프랑스에는 이미 클리크 레코드와 같은 성격의 음반 매장이 있기에 애초에 클리크를 시작한 동기와는 거리가 있다.
오랜 기간 요리사로 일한 경력이 있다고 들었다. 클리크 레코드와 공간을 공유하는 디 엣지 서울에서 여러 요리와 음료를 판매하는데, 음식과 음악 취향 사이 모종의 관계를 느끼는지.
당연하다. 모든 것은 취향(Taste)이고, 취향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만큼 클리크 레코드에서 파는 음반이나 디 엣지에서 내놓은 음식은 모두 나와 파트너의 선택에 달렸다. 물론 유행에 따라 어디서나 잘 팔릴 만한 음식이나 음악이 있다면 솔직히 아주 조금은 타협해보는 일도 고려하겠으나 아까도 말했듯 트렌드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우리의 취향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이들도 있겠지.
클리크 레코드와 디 엣지 서울의 구조가 흥미롭다. 나뉜 듯 합쳐진 이 공간의 디자인을 설명하자면.
본 장소의 디자인은 포스트 포에틱스(Post Poetics)의 조완이 도왔다. 디 엣지 서울과 클리크 레코드의 공간 둘 다 조완의 작품이고 우리는 좋은 친구다. 그는 내가 6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만났으며 비슷한 음악 취향을 공유하며 급속도로 친해졌다. 조완은 전자음악 문화를 깊게 이해하는 디자이너이기에 딱히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아도 우리가 원하는 디자인을 끌어냈다. 조완을 만난 건 행운이다. 타이포그래피의 포스터는 물론이고, 매장 내 물건 하나하나에 그의 손길이 묻지 않은 데가 없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한다.
클리크 레코드와 디 엣지 서울은 원래 별개의 공간이었으나, 이후 가운데를 뚫어서 연결했다. 지금은 매주 공연을 위해 설치된 디제이 부스가 연결 고리를 가로막았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클리크 레코드와 디 엣지 서울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한 공간이다.
디 엣지 서울을 클리크와 함께 운영하는 배경이 궁금하다.
몇 년간 주방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요리, 술, 커피뿐만 아니라 파티가 공존하는 공간이 디 엣지 서울이다. 타이밍이 환상적이었다. 이전 직장을 관두려고 마음먹은 시기에 클리크 레코드 옆 공간 세입자가 나갔다. 이때다 싶어서 빠르게 계약서에 도장부터 찍고, 청소를 끝냈다. 너무 더러운 상태라 여기에서 뭘 하는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였다. 친구들이 말렸지만 그냥 추진했다. 운 좋게도 잘 정리되어서 지금의 디 엣지 서울이 완성되었다. 가끔은 꿈을 좇을 때 남의 말을 안 듣는 방식이 먹힐 때도 있는 것 같다. 하하. 이곳도 클리크 레코드와 마찬가지로 간판을 대놓고 홍보하지는 않으나 친구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유지 중이다.
디 엣지 서울의 이름에 담긴 이야기가 있다면.
들어봤자 재미없는 이야기인데. 클리크 레코드의 이름과 관련 있다. 단어 클리크(Clique)의 뜻은 두 가지인데, 아까 말한 ‘패거리’의 의미 말고도 수학적 의미가 또 있다. 설명하자면 꼭짓점으로 이루어진 집합 중 모든 두 꼭짓점이 변으로 연결된 집합이 클리크인데, 클리크 레코드의 로고는 사실 그 수학적 의미가 반영된 거다. 꼭짓점 3개 집합의 클리크는 삼각형이니까. 그리고 꼭짓점은 모서리Edge처럼 보이지 않나. 그래서 클리크 레코드 옆에 붙은 한 모서리라는 뜻의 디 엣지 서울이 되었다. 주류 문화 저변에 서 있는 우리의 처지를 잘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고.
이름의 의미를 열심히 설명했지만 사실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장소 자체가 멋지면 이름도 멋있게 들리고, 장소가 구리면 네이밍도 이상하게 들리기 마련이다. 역시 설명하고 보니 더 재미없다.
두 공간의 관계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손님의 행동 패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음반을 사러 클리크 레코드에 들린 후 볼일을 보고 바로 떠나는 사람, 반대로 디 엣지에만 들리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연결된 구조의 특성상, 디 엣지에서 쉬다가 겸사겸사 클리크 레코드를 둘러보거나 음반을 둘러보다 디 엣지에서 쉬다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턴테이블이 없어도 바이닐을 사가는 손님을 종종 봤다. 연인이 들렸을 때 음반에 관심 없는 한쪽은 디 엣지에서 쉬고 있던가.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별개로 운영 중이다. 애초에 용도가 확연히 다른 장소라 똑같은 소셜 미디어 계정을 쓰는 게 어색했다. 그렇지만 클리크 레코드와 디 엣지 서울은 여러모로 연결된 공간이다.
21세기를 사는 음반 매장 주인으로서 디지털 음원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궁금하다.
80년대나 90년대, 디지털 매체가 없던 시절에 바이닐을 사는 행위는 조금 비싼 취미였다. 돈 없으면 원하는 음반을 사기 위해 허슬(Hustle)해야 하는 시대를 지나서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음원을 살 수 있다. 놀라운 일이다. 온라인 매체를 통해 음악을 구매하는 경험은 재미가 덜하다고 앞서 말했지만, 이것은 나 개인의 의견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페티쉬다. 음반 겉표지 디자인, 속표지의 내용을 직접 들고 만지고 읽는 신체적인 경험에 집착해서 그렇다. 또 직접 음반을 소유하는 편이 더 기억에 남더라. 만약 당신이 직접 매장 을 찾아가서 원하는 음반을 구매하면 여러 프로듀서와 레이블 따위의 세부 정보를 더 잘 외우게 될 것이며, 그 음반은 당신만의 것이 된다. 조금 너드(Nerd) 같지만 만약 당신이 디제이나 음반수집가라면 동의할 거다. 자기만의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거지. 일종의 로맨티시즘이다.
그러나 디지털 음원을 차별하면 안 된다. 좋은 음악은 좋은 음악이다. 노트북으로 음악을 틀던 바이닐로 음악을 틀던 좋은 것을 그 자체만으로 즐겨야 하지 않을까? 자신이 선별한 음악을 잘 이해하고 그 문화를 사랑한다면 디지털, 바이닐에 관계없이 좋은 디제이라 불릴 만하다고 생각한다.
디 엣지 서울에서 여러 번 진행한 ‘Project Archive(Experimental Music Performance)’, ‘Hear To Listen’ 그리고 ‘Sound System’ 공연은 그 이름만 듣고는 이해하기 힘들다. 간단한 설명 부탁한다.
‘Project Archive’는 미국 시카고에서 기계 소리와 실험적인 음향을 공부한 친구 조정연(JY) 가 맡아서 진행하는 공연이다. JY가 주체적으로 초대한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그 내용인데, 솔직히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을 만한 성격의 프로그램은 아니다. 우연히 디 엣지에서 노이즈(Noise) 음악을 접한 사람은 대부분 “이게 뭐야?”의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전자음악의 주류 장르인 하우스, 테크노 음악의 기반이 되는 게 바로 노이즈다. 클리크 레코드의 성분과 잘 맞아서 꼭 해보고 싶었다.
한국의 노이즈 음악 문화는 작지만 9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작년에는 상수의 닻올림(Dotolim)이란 즉흥, 실험 음악 단체가 페스티벌 ‘닻 올림픽’을 다시 열기도 했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 아니라 한국에 이미 존재하는 움직임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Hear To Listen’과 ‘Sound System’은 좀 더 많은 사람이 즐길 만한 공연이다. 먼저 ‘Hear To Listen’은 디 엣지 서울을 찾은 손님을 위해 디제이가 음악을 틀고 사람들은 그 음악을 들으며 요리나 음료를 즐기는 시간이다. 반면에 ‘Sound System’은 클럽 파티다. 가구를 다 빼고 모두 자유롭게 춤추는 자리다.
디 엣지 서울에서는 각종 공연 말고도 도자기 교실를 연 적 있는데, 행사를 기획할 때 기준이 있다면.
디 엣지 서울이 카페나 바(Bar) 혹은 클럽이라고 정의되는 일은 피하고 싶다. 이 곳에는 각종 실험과 예술 활동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손님에게 재미있는 경험을 주는 열린 장소다. 목표를 세워서 기획을 짜기보다는 찾아오는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행사가 대다수다. 그 도자기 교실만 하더라도 해방촌에서 도자기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분의 친구가 놀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흐른 경우니까. 흥미로운 아이디어는 언제나 환영이다.
가장 기억에 남은 이벤트라면.
지금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디 엣지 서울에서 작년만 일곱 번의 해외 아티스트 공연을 열었다. 또 클럽 베뉴(Venue Korea), 미스틱(Mystik Seoul), 콘트라(Contra Seoul), 피스틸(Pistil Seoul)와 함께 진행한 파티 역시 모두 훌륭했다.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작년 7월의 클리크 레코드 2주년 파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토요일은 베뉴, 일요일은 디 엣지에서 이틀 밤 내내 파티를 열었다. 그리고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일본 오사카의 음반 매장 레어 그루브 레코드 숍(Rare Groove Record Shop)과 레벨레이션 타임(Revelation Time)의 음반 셀렉터이자 좋은 친구들인 노리오(Norio)와 Az가 찾아와 토요일 밤 클럽 베뉴에서 음악을 틀었다. 그리고 주말 낮에는 그 둘이 가져온 음반을 같이 팔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일요일 밤에는 로컬 프로듀서 모과와 성식(SungSig)의 라이브 공연을 디 엣지에서 진행했다. 친구들과 기쁨을 나눈 자리로, 우리에게 의미가 깊은 행사였다.
클리크 레코드를 찾는 손님의 유형은?
클리크 레코드의 경우 음악으로 친해진 친구들과 로컬 디제이가 60%다. 30%는 외국인인데 오스트레일리아와 유럽에서 온 손님이 대다수고 가끔 미국에서 온 사람도 있다. 음악을 좋아하고 음반을 모으는 여행자는 어느 나라를 가든 간에 그곳의 음반 매장을 찾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매장에 들린 외국인 손님은 보통 로컬 출신이 아니면 알기 힘든 파티 정보도 알 수 있고 현지인 친구도 만들 수 있다. 나머지 10%는 이곳이 어떤 곳인가 순수한 호기심에 찾아온 사람들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관심을 가진 케이스가 아닐까. 많지는 않다.
외국인 손님 비중이 생각보다 높다. 실제로 해외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반을 들고 찍은 ‘매장 인증샷’을 클리크 레코드 소셜 미디어 계정에서 여러 번 봤다.
인터넷 덕분이다. 외국인 손님은 인터넷으로 서울의 음반 매장을 검색하거나 소셜 미디어 계정에 드러난 우리의 취향을 보고 찾아온다. 전 세계의 전자음악 신은 일견 거대해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매우 좁다. 게다가 한국은 아티스트와 디제이의 아시아 투어 주요 거점 아닌가. 그래서인지 종종 한국을 방문한 전자음악 아티스트가 이곳에서 자신의 음반을 발견하곤 한다. 그런 경우 홍보 차 아티스트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계정에 올린다. 하지만 애써 초대하지는 않는다. 이것 역시 자연스럽게. 가끔 죽이 잘 맞으면 따로 매장에서 라이브 셋을 진행하기도 한다.
요즘 주목하는 서울의 문화, 여러 흐름 중에서도 한 지점을 꼽자면.
무엇보다 클럽 파티 문화의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 6년 전,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그저 놀랍다. 전에도 클럽은 있었지만 그 시간 동안 각지에서 등장한 각종 분야의 젊은 디제이들과 서울 곳곳에 생겨난 다양한 클럽을 보면 파티 문화가 빠르게 변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요즘은 거의 매주 새로운 클럽이 개업하는 것 같다. 혹시 빠른 성장 속도가 클럽 간의 경쟁을 심화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서울의 클럽 파티 문화는 아직 성숙하는 단계다. 클럽이 주말마다 나눠 가지는 파이의 크기가 애초에 작다는 말이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 클럽의 숫자는 너무 많다. 그래서 한곳에 몰리면 다른 클럽은 손님이 텅텅 빌 수밖에 없다. 이때 클럽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사업 지속을 위한 경제적인 선택이 불가피하기에 클럽들은 각기 고유한 성격을 점차 잃어가게 되는 건 아닌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늘어나는 점은 분명 좋지만, 지금의 형태는 조금 과하다. 서울의 많은 클럽이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되길 희망한다.
지금의 구조에 무언가 더하고 싶은 요소가 있다면?
전혀 없다. 무엇보다 그럴 공간이 없다. 위에 건물 옥상에는 공간이 조금 남는데, 날이 따뜻해지면 그곳에 이것저것 가져다 놓을 수도 있다. 작년에 옥상에서 하고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게을러서 진행하지 못했다. 옥상에 신경을 쏟을 여력이 없기도 했고. 그래도 올해는 작년보다 더 의미 있게 사용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클리크 레코드와 디 엣지 서울의 철학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 달라.
정직한 음악을 소개하는 곳. 우리에게 정직한 음악이란 두 가지 의미가 합쳐진 것이다. 첫째, 우리의 취향이 좋다고 판단한 음악이다. 둘째, 유행과 멀더라도 고유의 방향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국내외 아티스트의 작품, 그래서 정직한 음악을 말한다. 이를 통해 서울의 전자음악 문화 기반을 다지는 장소이자 다른 국가의 전자음악 신과 한국의 신을 잇는 다리로 인식되고 싶다.
덧붙일 말이 있나.
나는 반자본주의자가 아니다.
클리크 레코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디 엣지 서울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진행 / 글 │ 홍석민
사진 │ 김현수
*해당 기사는 지난 2월에 발행한 VISLA Paper 3호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VISLA Paper는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