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환경 속 더욱 더 자유롭고 활동적인 움직임 위해 탄생한 아웃도어 기어, 그러나 이제는 자연을 넘어 도시,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며, 그 범위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갖가지 기능성 소재로 무장한 현대의 아웃도어 웨어가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지만, 과거 유수의 아웃도어 브랜드가 내놓았던 브랜드의 ‘클래식’을 재조명, 당시보다 발전된 소재로 그들의 아카이브를 새로이 좇고 있다. 그렇다면, 긴 시간 프랑스 아웃도어 마켓을 선도한 밀레가 100여년의 긴 역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등산 배낭을 생산하던 작은 공방에서 지금의 밀레가 있기까지, 그 역사를 되짚어 보자.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밀레는 1921년 창업자 마크 밀레(Marc Millet)와 그의 아내가 캔버스 토트백을 제작하는 자그마한 공방으로 처음 이름을 알렸다. 7년 후 그들은 알프스의 시작점 안시(Annecy)로 회사를 옮겼고, 이곳에 정착해 밀레 아웃도어의 토대가 될 그들의 첫 번째 프레임 팩을 개발했다. 이렇듯 등산용 백팩을 주력으로 생산하던 밀레는 1945년 그들의 자녀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가족 사업을 이어 받은 레이몬드(Raymond)와 르네 밀레(René Millet)는 등반가의 개척정신에 힘을 북돋기 위해 등반에 적합한 배낭 개발에 힘을 쏟았고, 등반가 루이스 나슈날(Louis Lachenal)과 모리스 에리조그(Maurice Herzorg)가 1950년 밀레의 안나푸르나 50(Annapurna 50) 배낭과 함께 안나푸르나 정상을 정복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밀레는 자신들의 브랜드에 혁신을 가져다줄 수 있는 기술 고문으로 산악인 월터 보나티(Walter Bonatti)를 영입해 그들의 도전정신에 박차를 가했다. 그 영향일까, 월터 보나티와 르네 데메종(René Desmaison)은 1963년 밀레의 위대한 업적이라 불리는 그랑조라스 등반에 성공했다. 1964년 밀레는 세계 최초로 나일론 소재를 활용한 배낭을 제작했다. ‘쉐르파 50(Sherpa 50)’이라고 명명한 그들의 첫 나일론 배낭은 방수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으며, 캔버스 배낭에 비해 가벼운 무게로 수 많은 등반가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오랜 시간 등산용 배낭을 제작하던 밀레는 1982년 등반가의 여러 의견을 종합한 등산 의류 라인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등반에 필요한 여러 의류를 제작했지만, 대중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킨 제품은 밀레의 다운재킷이었다. 이는 프랑스어로 패딩을 귀엽게 이르는 듀벳(Duvet)으로 통칭되었는데, 특히나 프랑스 학생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전문 등반가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밀레라는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큰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의 유서 깊은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Millet) 역시 그들의 오랜 아카이브를 다시 끄집어 내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밀레 클래식(Millet Classic)을 통해 과거 밀레의 아카이브를 지금의 동향에 걸맞은 디자인으로 선보이는 중이다. 최근 진행한 LMC(Lost Management Cities)와의 협업 컬렉션에서도 과거 밀레의 레트로 다운재킷, 듀벳을 전면에 내세워 레트로 유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도시 속 현대인의 유연한 활동, 그리고 꺼질 줄 모르는 레트로 열풍 속 밀레 클래식의 약진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