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영국과 미국이 폭발적으로 펑크/하드코어 문화를 형성하고 진화해나갈 무렵, 아이러니하게도 서구권 국가가 아닌 일본에서도 이에 맞먹는 수준의 펑크/하드코어 신(Scene)이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때 탄생한 하드코어 펑크 1세대인 영국의 디스차지(Discharge)나 미국의 어그노스틱 프론트(Agnostic Front)는 여전히 레전드 밴드로 활동 중이지만, 아쉽게도 펑크/하드코어의 젊은 세대에게 그들의 활동은 더는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 반면 디스차지와 어그노스틱 프론트가 왕성한 활동을 하던 시기에 일본에서 활동하던 데스 사이드(Death Side), 기즘(G.I.S.M.), 어그레시브 독스(Aggressive Dogs) 같은 밴드들이 최근에 재결성하며 활동을 보이는 데는 전 세계 펑크/하드코어 신 팬들이 열광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일본의 신이 현재까지 강한 오리지날리티를 유지하고 있으며, 도시와 지역마다 각자 개성 넘치는 신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지난 5월 11일, GBN 라이브 하우스(GBN Live House)에서 열린 ‘Make Me Dance Vol.1’을 통해 오사카 유스크루 브레이브 아웃(Brave Out)은 첫 내한공연을 무사히 치렀으며, 이후에도 한국에서 또 한 번 공연할 것을 약속했다. VISLA는 그들과 인터뷰를 진행해 현재 오사카 하드코어 신의 상황과 그들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Mini Interview with Brave Out
브레이브 아웃 멤버 각자 소개를 부탁한다.
타카사고 : 기타의 타카사고다. 브레이브 아웃 외에도 렁 스테이트(Wrong State)라는 하드코어/파워 바이올런스 스타일의 밴드와 바이올런트 피그즈(Violent Pigz)라는 하드코어 펑크 밴드를 하고 있다.
히데타츠 : 드럼의 히데타츠이다. 브레이브 아웃 이외에도 렁 스테이트에서 드럼, 사이코시스(Cycosis)에서 보컬을 맡았고 최근에는 이전에 참여했던 넘버나인(Numbernine)에서 드럼을 맡을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브라이트사이드 부킹(Brightside Booking) 또한 운영하고 있다.
츠지모토 : 베이스의 츠지모토다. 기재나 앰프개조가 취미다. 지금은 브레이브 아웃이 유일한 밴드 활동이다. 옛날에는 멜로딕 펑크 밴드를 하거나 넘버나인에서 세션 베이스를 했었다.
요시카와 : 브레이브 아웃에서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 요시카와다. 파이어드 슈텀프 레코즈(Fired Stomp Records)를 운영하고 있다. 브레이브 아웃의 머천다이즈 디자인 또한 담당하고 있다.
브레이브 아웃의 결성과 현재까지의 디스코그래피를 설명해달라.
요시카와 : 브레이브 아웃은 나와 패디(Paddi, Violent Pigz/Man Against Man)가 오사카에서 새롭게 유스 크루 밴드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나눈 뒤 조리(Zori, Cycosis/Hoist/X-video/Man Against Man/Now Or Never)가 멤버를 모아 시작한 밴드다. 우리 모두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을 좋아하니 ‘Out’이라는 단어를 넣으려고 했고, 여러 가지 생각한 결과 ‘Brave Out’이 지금의 밴드 이름이 되었다. 몇 번의 멤버 교체를 거쳐 지금의 멤버가 되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아주 좋은 멤버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이 4명이 아니었다면 [Growing Distance] 7인치 앨범이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다. 4명이 각각의 자리에서 잘 기능하고 있다고 본다. 오사카 안에서 특히 하드코어를 사랑하며, 활동적이고 창의적인 멤버들로 구성되었다. 정말 훌륭한 멤버를 만나 고마운 마음이다.
타카사고 : 첫 번째로 발매된 음반은 2013년의 [Demo CD]이다. 2014년에 베이스의 츠지모토가 참여하면서 [Demo Tape], 2016년 [Growing Distance] 7인치 바이닐, 그리고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의 필 더 번(Feel The Burn), 호주의 올 인(All x In)과 10인치 스플릿 앨범을 발매했다.
펑크, 하드코어 신에 어떻게 입문했는가.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요시카와 :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신나는 음악을 찾고 있었다. 봄 소풍으로 고베의 한 놀이공원에 갔는데 그사이 나와 친구들은 그곳에서 빠져나와 산노미야의 상점가로 갔다. 상가 안에 있는 타워레코드(Tower Record)였는지, HMV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거기서 NOFX의 [So Long Thanks For All The Shoes]의 CD를 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친구에게 빌린 싸구려 CD플레이어로 들었다. 확실히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It’s My Job To Keep Punk Rock Elite”의 인트로를 처음 들었을 때가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때까지 들었던 음악 중 가장 신나는 음악이었다. 그 때 비로소 내가 누군지 깨달았던 것 같다. 반 친구들과 한 마디도 안 하고 버스 안에서 그 곡만 계속 들었다. 그리고 한동안은 NOFX나 펑크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만 계속 했다.
히데타츠 : 펑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일본의 더 블루 하츠(The Blue Hearts)라는 밴드를 좋아하게 되면서부터다. 라몬스(The Ramones), 더 댐드(The Damned), 버즈칵스(Buzzcocks)를 듣게 됐고,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배드 브레인즈(Bad Brains)와 크로맥스(Cro-Mags)를 알게 된 것이 중요한 전환기였다. 첫 펑크 공연은 2008년 일본에서 공연한 고릴라 비스킷(Gorilla Biscuits)이었다. 그 직후 바이오해저드(Biohazard)가 천명 규모의 라이브 하우스에서 공연했는데, 그 공연도 기억에 남는다. 그때 모인 관객이 나를 포함해 총 10명 남짓이었지만 그들은 상관하지 않고 전력으로 연주했다.
타카사고 : 나는 고등학교 때 동급생에게 하이스탠다드(Hi-STANDARD) 등의 멜로딕 펑크의 밴드를 배운 것이 계기였다. 대학생 때 멤버들과 처음으로 대면했고 그들이 하드코어를 가르쳐 주었다. 거즈(Gauze)나 오우토(Outo)의 잽코어(Japcore), 마이너 쓰렛(Minor Threat), 배드 브레인즈의 아메리칸 하드코어 등 CD를 대량으로 리핑해서 들었다.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지금도 밴드를 하거나 공연을 보러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츠지모토 : 처음에는 노 유즈 포 어 네임(No Use For A Name)과 같은 멜로딕한 펑크부터 시작했지만, 컴백 키드(Comeback Kid)나 스틱 투 유어 건즈(Stick To Your Guns)같은 메탈릭/멜로딕 하드코어를 듣기 시작하면서 하드코어로 옮기게 되었다. 타카사고를 만나서 유스 크루(Youth Crew)를 제대로 배웠다. 이는 분명 2013년쯤이었을 것이다.
오사카에 큰 영향을 끼친 밴드와 대표적인 베뉴 등 오사카의 로컬 신이 궁금하다.
요시카와 : 오사카는 라이브 하우스도 많고, 밴드도 정말 많다. 주말마다 펑크나 하드코어 이벤트가 열리고, 해외 밴드들도 많기 때문에 펑크나 하드코어를 접할 기회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특별히 큰 신이라고 하긴 어렵고, 작게 분포되어 있다. 우리와 가까운 밴드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밴드라면 팜(Palm)과 산도(Sand)라고 생각한다. 라이브하우스를 이야기하자면 호카게(Hokage)일까. 호카게는 팜의 멤버가 맡고 있고 해외에서 온 하드코어 밴드들도 자주 연주하는 곳이다. 라이브 하우스를 빌리거나 대관료를 지불하고 출연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우리들은 대체로 스튜디오 라이브를 하는 편이기에 라이브 하우스 신에서 보면 조금 흥미로운 존재들이다.
오사카 신에서 활동하는 밴드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렁 스테이트의 초대 보컬리스트였던 노부(NOBU)가 도쿄로 이사왔을 때 “오사카의 하드코어 공연에는 여성이나 외국인이 상당히 많은 편인 것 같다. 물론 이들은 도쿄에도 있지만, 오사카에는 훨씬 많아서 놀랐다”라고 말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확실히 오사카에서는 밴드에 외국인 멤버가 있다고 해도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다. 대체로 오사카 신은 오픈마인드인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히데타츠 : 마쯔야 쵸우의 지하 일 층은 개인적으로 아지트 같은 곳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라이브 하우스이면서도 하드코어 공연이 많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라이브뿐만이 아니라 디스트로(Distro, DIY 신에서 개인, 밴드, 레이블 등의 주체가 타 밴드, 레이블 등과 로컬 창작물을 교환하는 행위, 일련의 활동) 같은 다양한 움직임으로 장소가 유지되고 있다. 타카사고가 지하 일 층의 점원이었던 것도 있고 해서 브레이브 아웃이 기획한 공연이 많았다. 나에게도, 브레이브 아웃에게도 가장 의미 있는 베뉴가 아닐까. 그리고 우리들은 라이브하우스가 아닌 스튜디오에서도 많은 라이브를 해왔다. 우메다의 스튜디오 키(Studio Key), 신사이바시 레드 핫 스튜디오(Red Hot Studio), 신사이바시 엘엠 스튜디오(LM Studio)과 같은 장소들이 있다.
타카사고 : 오사카의 신 중에서도 우리는 언더그라운드에 가까운 스타일의 활동을 해오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작은 스튜디오 공연이나 라이브 하우스(지하에 위치한 호카게 같은) 공연들이 자본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신을 만들 수 있는 DIY 개념의 토대를 세워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느낀 매력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2019년에 일본에서 하드코어 키즈라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요시카와 : 하드코어 키즈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 하드코어를 듣는 시간은 정말 행복하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꼭 한번 들어봐야 하는 하드코어 음원을 듣거나, 못 봤던 하드코어 공연 동영상을 본다. 아침에 일어나서 직장에 갈 때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시간에도 꼭 펑크나 하드코어를 듣는다. 펑크와 하드코어를 안 듣는 날이 없다. 펑크나 하드코어를 접하는 순간이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나답게 존재하는 시간이다. 최고다. 펑크와 하드코어를 만난 것이 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었다.
타카사고 : 일본에서는 해외 밴드를 초청하는 프로모터가 많아서 2019년에는 많은 해외 하드코어 밴드를 볼 수 있었다. 즉, 일본은 하드코어를 즐기기에 축복받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우리를 포함한 하드코어 키즈들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도 많다. 신의 압력이나 폭력, 섹슈얼 마이너리티를 포함한 여러 편견까지. 브레이브 아웃의 활동 전반에서 메시지나 쇼,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그러한 문제를 마주 보는 시간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히데타츠 : 현시대는 온라인으로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있지만, 하드코어를 방해하는 정보가 너무나 많다. 10 정도만 알아도 적당할 일을 100으로 풀어주니 혼란을 초래한다. 필요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하드코어가 무엇인지조차 정확히 모른 채 문화를 접하는 이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신에 직접 나오는 사람들은 각기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넘치는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각자 이 음악에 다다른 것이다.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훌륭한 신이 여기 있다고 자랑하고 싶다. 불의는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과 거기에 영향을 받은 생각에 의지해 우리는 항상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츠지모토 : 어려운 질문이다. 하드코어의 가사나 신, 음악을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분명 신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나 만남은 좋은 의미를 남길 거라 생각한다. 물론, 음악 이외에도 일이나 가정에 관해 깊이 생각하고 대화하면 의미 있는 만남이 된다고 생각한다.
파이어드 스텀프 레코즈(Fired Stomp Records), 브라이트사이드 부킹(Brightside Booking)은 어떠한 레이블, 부킹 에이전시인가.
요시카와 : 예전에 스테판(Stephen, Union Of Faith/ex-The First Step)이 갑자기 유니온 오브 페이스(Union Of Faith) 데모의 일본판을 배급해주지 않겠냐고 연락했다. 그 데모 테이프를 발매하기 위해 파이어드 스텀프 레코즈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내가 시작했지만, 지금은 타카사고가 운영하고 있다. 주로 브레이브 아웃와 렁 스테이트의 음반을 발매했다. NOFX의 “I’m Telling Tim”에서도 자신들의 레코드를 자신들이 발표하고 노래하고 있잖은가. 사실 반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만, 본인들의 음반은 자기들끼리 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금전적인 리스크도 있고 프레스 업자와의 거래가 귀찮을 수도 있지만, 사실 막상 해보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대체로 가능하니까. 반면 타인의 레이블에서 발매하는 일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 난 내 레코드를 어떻게든 만들고 싶었다. 내 밴드 음반을 만드는 것이 오랜 꿈이었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내 레이블이 필요했다.
타카사고 : 또한 우리는 ‘FIRED STOMP SHOWCASE’라는 이벤트도 열고 있다. 일본 전국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하드코어 밴드를 부르거나 진을 만들고, 비건 요리를 만들어 팔거나 우리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하드코어 공연을 기획한다.
히데타츠 : 브라이트사이드 부킹을 통해 나는 해외 밴드를 일본으로 불러 투어를 진행하거나, 로컬 공연을 기획하거나, 인터뷰를 투고하는 등 여러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일련의 일을 통해 이 음악에 대한 대중이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미 해외 팀도 내년까지 스케줄을 잡았고 여름에는 도쿄 하드코어 넘(Numb)의 레코드 릴리즈 오사카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8월 10일 신사이바시에서 진행할 판게아(Pangea)의 공연이다. 한국 팬도 타이밍이 맞으면 와달라.
한국 투어 뒤 브레이브 아웃 멤버들의 계획은?
타카사고 : 10월 중국의 하드코어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또 2020년에 발매하는 새로운 7인치를 대비해 곡을 작업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의 플러쉬(Flush)를 일본으로 초대하려고 계획 중이다.
츠지모토 : 곡 작업과 공연 정도일까. 개인적으로는 좀 더 레코딩 기재를 갖춰서 작업하고 싶다.
최근의 플레이리스트는?
타카사고 :
Coolside – Explorasion of Self
Hardstance – Foundation
Waterweed – Defuse
Slant – Vain Attempt
Adventures – Supersonic Home
CROSEED OUT – discography
히데타츠 :
Mil-Spec – Changes
Combust – The Void
Unified Right – Straight to Hell
Ekulu-7inch
Mindforce – Excalibur
Take Offense – Tensions On High
Never Ending Game – Welcome to the
Hangman – A Vile Decree
Magnitude – Era Of Attration
Regulate – In the Promise of Another Tomorrow
이외에도 30장 정도 더 머리에 떠오르지만 일일이 거론하기는 힘들다.
츠지모토 : 최근 일본 공연이 결정된 겟 업 키즈(Get Up Kids)나 에드 시런(Ed Sheeran)을 자주 듣는다. 일본에서는 워터위드(Waterweed)의 새 앨범. 영화의 영향을 받아 퀸(Queen)을 다시 듣고 있다.
요시카와 : 최근 자주 듣는 것은 게임 센터(Game Center)와 피스 옵 마인드(Piece of Mind) 정도. 게임 센터는 과거 라이프리스 시티(Lifeless City)와 페이탈(Fatal)의 멤버가 새롭게 시작한 인디록 밴드인데 정말 최고다. 모두 꼭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페이탈 역시 꼭 체크하길 바라는 일본의 하드코어 밴드다. 이 밴드의 음악은 퓨어 애로우 레코딩(Pure Arrow Recording)의 밴드캠프 페이지로 전부 들을 수 있으니 체크해달라. 그리고 얼마 전 가족끼리 드라이브 나갔을 때는 계속 하이어 파워(Higher Power)를 들었다.
진행 / 글 │ 여창욱
사진 │손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