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프림(Supreme)이 ‘더 머펫츠(The Muppets)’와의 협업을 다시 한번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슈프림의 대표 스케이터 숀 파블로(Sean Pablo)가 캐릭터 ‘미스 피기(Miss Piggy)’가 가슴에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사진이 공개된 것인데, 이는 곧 공개될 24 SS 컬렉션의 일부로 추정된다. 명실상부한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한 슈프림이지만, 슈프림의 아이코닉한 박스 로고 티셔츠를 입은 개구리 커밋(Kermit the Frog)의 이미지는 아직까지도 많은 쇼퍼들의 뇌리에 박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 머펫츠’와의 협업이 성사된다면 이를 반기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
커밋은 미국의 전설적인 극작가이자 영화감독 짐 헨슨(Jim Henson)이 1950년 여러 ‘머펫’ 중 가장 처음에 만든 캐릭터로, “샘과 친구들(Sam and Friends)”에서 처음 그 모습을 보였다. 이후 1976년부터 1981년까지 미국 방송 “더 머펫 쇼(The Muppet Show)”에 주인공 격으로 등장하며, 주로 사회자 역할을 맡았다. 2004년 짐 헨슨 컴퍼니가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 인수된 이후에는 그의 히트 프로그램이자 “세서미 스트리트”의 뉴스 기자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디즈니의 인수 이전과 이후, 그리고 세서미 스트리트의 등장 이전과 이후의 기억이 혼재되어 유년 시절에 봤던 커밋의 정체에 관해 혼란을 겪는 시청자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인형 같은 외형 때문에 머펫 쇼 자체가 아동극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더 머펫 쇼”는 본래 섹스, 폭력 등의 주제를 거침없이 다루는 성인극이었으며, 블랙 코미디와 패러디를 주로 구사하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슈프림과 “더 머펫 쇼”가 2008년 진행한 첫 협업 역시 ‘섹시함’과 ‘위트’라는 키워드를 공유했기에 극강의 시너지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협업 대상으로 추측되는 미스 피기에 관한 설명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미스 피기는 커밋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애인으로, 1975년 ‘더 머펫 쇼: 섹스와 폭력(The Muppet Show: Sex and Violence)’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극에서는 이른바 ‘디바병(diva behaviour)’에 걸린 페미니스트 성향의 유명한 연예인으로 묘사된다. 배우이자 매거진 에디터, 가수, 커밋이 진행하는 토크쇼의 호스트 등 다양한 직업을 지닌 팔방미인인 미스 피기는 ‘미국 팝 음악의 여왕’이라 불리는 재즈 음악가 페기 리(Peggy Lee)에서 캐릭터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더 머펫쇼와 슈프림의 첫 협업에 관한 설명을 조금 덧붙이자면, 2008년에는 뉴욕과 LA 등지에 슈프림 박스 로고 티셔츠를 입은 커밋의 포스터 다량이 불시에 부착되었다. 공식적인 발표 없이 부착된 포스터들은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기 시작했는데, 후에 가서야 해당 사진이 테리 리처드슨(Terry Richardson)이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갤러리 콜레트(Colette)에서 슈프림의 08 SS 시즌을 위해 전시한 사진 중 한 장인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커밋과 박스 로고 티셔츠로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해당 협업은 아직도 슈프림의 가장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협업이 있기 이전인 2005년에 슈프림은 우탱크랜(Wu-Tang Clan) 소속의 래퍼 랙원(Raekwon)과의 협업 과정에서 “세서미 스트리트” 속 캐릭터 엘모(Elmo)를 무단으로 사용한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짐 헨슨과 법정 공방으로 불거질 수 있는 문제를 이후 공식적인 협업으로 유연하게 대처하면서도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줘 스트릿 문화 추종자들에게 컬트적인 인기를 끌 수 있게 된 기틀을 닦은 것이다.
이번 협업에 관해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지만, 언제나 모두의 주목을 끌어 온 슈프림이기에 다시 돌아온 커밋 그리고 더 머펫츠와의 협업이 기대가 된다. 곧 모습을 보일 이들의 24 SS 컬렉션을 통해 그 진위를 파헤쳐 보자.
이미지 출처｜Britannica, IMDb, GOAT, Bon Appét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