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디자이너가 아닌 조각가로서 Karl Lagerfeld가 남긴 조각품 컬렉션

지난 19일 갑작스러운 이별을 고하고 영면에 든 패션계의 거장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의 또 다른 예술적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영국 런던의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Carpenters Workshop Gallery)에서 진행 중이다. 오는 8일까지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건축학(Architectures)’이라는 제목으로 고대 그리스·로마 양식에서 영감을 받아 본인이 직접 디자인한 조각품 컬렉션을 소개한다.

무엇보다 고대 그리스를 연상시키는 조각의 형태 속에서 동시대 건축학적 풍경을 살펴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 짙은 회색의 정맥을 지닌 하얀 대리석 아라베스카토 판타스티코(Arabescato Fantastico)와 흰 정맥을 지닌 검은색의 대리석 네로 마퀴나(Nero Marquina)를 사용하여 시각적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조각은 고전 황금비율이 지닌 정밀함과 엄격함에 기반하는데, 이는 칼 라거펠트가 고전적인 양식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걸 분명히 말해준다.

고전적인 재료와 양식 속에서 작가는 컬렉션의 구성을 통해서 현대적 가치를 표현한다. 게리동, 탁자, 램프, 콘솔, 분수, 거울 등으로 이루어진 조각은 그 다양한 형태와 함께 기능적 조각이라는 정체성을 띤다. 단순히 감상을 위한 용도가 아닌 기능성이 존재한다는 말. 이처럼 고전적 양식과 현대적 가치가 결합되어 균형을 이룬 칼 라거펠트의 조각품 컬렉션은 디자인 영역이 아닌 조각 혹은 미술의 영역에서 새로운 현대 신화를 추구한다. 그의 다양한 예술적 경험이 단순히 패션의 영역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 시대를 신화적 인물로 살아간 그의 손에서 완성된 컬렉션은 생전 바람처럼 현대의 신화로서 관객을 기다리는 중.

Carpenters Workshop Gallery 공식 웹사이트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