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바그의 아이콘 ‘Anna Karina’ 별세

지난 12월 15일 프랑스 영화의 혁명 누벨바그(Nouvelle Vague)를 대표하는 배우 안나 카리나(Anna Karina)가 향년 79세의 나이로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누벨바그는 1950년~60년대의 영화사의 새로운 경향을 일으킨 사조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영화잡지 카예 뒤 시네마(Cahiers du Cinéma)에 영화 비평을 기고하던 작가들이 훗날 기존 영화체계를 뒤집는 획기적인 작품들을 만들며 작가주의적인 특징을 갖는 일종의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덴마크 출신이던 그녀는 14살이라는 나이에 단편 영화에 출연하였고, 17세에 무작정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예술가들이 모이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광고 에이전트로부터 눈에 띄게 된다. 이후 피에르 가르뎅(Pierre Cardin), 코코 샤넬(Gabrielle Bonheur “Coco” Chanel)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만났고 코코 샤넬의 조언을 받아들여 이름을 안나 카리나로 바꾸게 된다.

이후 안나 카리나는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는 유일한 생존 작가인 장 뤽 고다르(Jean-Luc Godard)의 첫 번째 배우자였으며 그의 뮤즈가 되었다. “여자는 여자다(Une femme est une femme)”에서 21세라는 어린 나이로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였고, 1962년 베니스영화제(Venice Film Festival) 심사위원상을 받은 “비브르 사 비(Vivre sa vie)”로 그녀는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배우 이외에도 직접 제작을 맡기도 했으며 가수로 활동도 하였다. 2008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참석했었다.

특히 그녀를 가장 인상 깊은 배우로 만든 작품 “비브르 사 비(Vivre sa vie)”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았지만, 끝끝내 사회 속에서 버려지는 인물을 연기했고 당시 사회적으로 약자인 여성을 그려내기도 했다.

이것을 고다르는 극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관찰하는 시점으로 연출해냈다. 장 뤽 고다르와 함께한 작품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잘 알려져 있기에 그녀를 고다르의 뮤즈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에 가둬놓고 싶지 않다. 그녀는 지금까지도 누벨바그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인상적이고 아름다웠다.

장 뤽 고다르뿐 아니라 밴드 시가렛 애프터 섹스(Cigarette After Sex)에게도 그녀가 주는 영감은 유효하다. 시가렛 애프터 섹스 라이브의 백 스크린에는 “비브르 사 비(Vivre sa vie)” 속에서 안나 카리나가 눈물 흘리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밴드의 느와르적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그녀의 얼굴은 이들의 공연을 실제로 본 사람들에게 강렬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Cigarette After Sex 라이브 영상

앓고 있던 암으로 세상을 떠난 그녀는 파리에서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하였다. 많은 이들이 사랑한 배우, 그녀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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