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존 홉킨스(Jon Hopkins)의 다섯 번째 스튜디오 앨범 [Singularity]는 타이틀 그대로 ‘특이점’을 주제로 삼은 앨범이다. 그러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주장한 ‘특이점이 온다’에서의 특이점, 즉 인공지능과 기술의 발달이 인간을 초월하는 ‘초 인공지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존 홉킨스 개인이 도달한 특이점으로 15년 전 상상했던 앨범을 마침내 실현시킬 수 있었기에 특이점이라는 말을 빌려온 것. 되려 존 홉킨스는 인공지능의 거듭되는 발전을 재앙이라 한다. 어느 호텔 체크인에서 버츄얼 어시스턴트에게 문자가 날아온 일이 있었는데, 이에 “Fuck off” 라 답장을 할 정도로 인공지능을 멀리한다고.
그러한 존 홉킨스가 2월 6일 “Scene Suspended”를 공개, 이는 그랜드 피아노 한 대, 바이올린 한 대, 총 두 대의 어쿠스틱 악기 구성으로 레이어를 켜켜이 쌓은 트랙이다. 과한 인공 장치 혹은 이펙터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인공지능과 기술 발전을 절망적으로 바라보는 존 홉킨스가 절로 떠오를 것. 그의 디스코그라피 중에서도 비교적 담백한 발라드, 존 홉킨스 특유의 테크 하우스, 혹은 짖뭉게진 리듬 파트는 완전히 배제된 채로 서서히 흘러간다. 이는 1월 5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공연에서 초연된 트랙으로 한 달 만에 디지털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