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HIJUN WANG & ARIA DUAN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와 함께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받는 용품, 마스크(Mask). 팬데믹으로부터 비롯된 이례적인 수요 급증으로 전 세계 다양한 브랜드가 자사의 공장을 동원해 마스크 제작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지금, 스니커를 활용해 마치 예술 작품과도 같은 마스크를 선보이는 이가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마스크 커스터머 왕쯔쥔(Zhijun Wang)은 스니커 마스크(Sneaker Mask)라는 이름으로 각종 스니커의 갑피와 부속품을 재료 삼아 기상천외한 비주얼의 마스크를 완성한다. 스니커를 해체하고 한땀 한땀 손수 바느질해 제작하는 스니커 마스크는 뉴욕 현대 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MoMa)를 비롯한 여러 미술관에 전시될 만큼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최근에는 물자 부족으로 쉽게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이를 위해 누구나 손수 만들 수 있는 마스크 템플릿을 고안, 다국적 언어로 배포하는 공익활동까지 펼치고 있다. 이렇듯 마스크라는 사물로 획기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왕쯔쥔 그리고 그의 아내 두안 아리아(Aria Duan)와 마스크에 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눠보았다.

두 사람 모두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왕쯔쥔(이하 Z) 내 이름은 왕쯔쥔이고, 내 이름을 단 디자인 브랜드 쯔쥔 왕(ZHIJUN WANG)을 2009년에 설립했다. 내 아내 두안 아리아를 2015년에 만났고, 그때부터 함께 일하고 있다.

두안 아리아(이하 A) 내 이름은 두안 위통(Yutong Duan)이고, 아리아라고 불린다. 쯔쥔을 처음 만났던 초창기에는 그의 작업물 촬영을 도왔다. 지금은 브랜드 프로모션을 주로 담당하며 전시 일정을 조율한다.

마스크를 만들기 전에도 쯔쥔은 이미 커스텀 나이키 스니커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스니커에 관심을 갖게 계기가 궁금하다.

Z 처음 나이키 운동화를 구매한 1995년도 즈음부터 농구 잡지에 나오는 운동화를 따라 그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학교 수업 도중에도 교과서의 빈 페이지에 운동화를 그리느라 여념이 없었지. 운동화를 그리는 일이 10대 시절의 가장 큰 취미였고, 미래에 나만의 스니커즈를 디자인하는 꿈을 꾸곤 했다. 본격적으로 신발 커스텀을 시도한 것은 시간이 한참 흐른 2011년 중순, 30대의 시작을 기념하며 ‘Chinese Zodiac’ 시리즈를 디자인한 것이다. 그때부터 모든 것이 시작됐다.

2014년부터 운동화로 마스크를 만들며 인지도를 얻었다. 어떤 계기로 시작한 프로젝트인가?

Z 베이징의 스모그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난 밤마다 달리기를 즐기는 아마추어 마라토너였다. 어느 날 밤, 평소와 같이 달리던 중 가로등 불빛 아래로 떠다니는 엄청난 양의 먼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달리기를 마치자마자 목이 부은 게 느껴졌다. 그제야 이 문제가 내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느꼈다. 그때부터 달리기를 할 때마다 기관지 보호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시중에 나온 여러 마스크를 착용해봤지만, 하나같이 내 얼굴형에 맞지 않을뿐더러 장시간 착용 후에 귀가 너무 아팠다. 결국 디자인과 기능성을 모두 잡은 나만의 마스크를 만들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처음 마스크를 만들자고 결심했을 때, 첫 마스크의 재료를 고민하던 중 내 스니커즈 컬렉션이 눈에 들어왔다. 대부분의 스니커즈, 특히 러닝화의 어퍼(Upper) 부분이 가볍고, 튼튼하며 공기가 잘 통하는 재질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때부터 그 부분의 소재를 주재료로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대기 오염에 대한 사회적 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마스크를 제작한 지 어느덧 7년이 지났다. 상황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하나.

Z 개인적으로 여전히 대기 오염 문제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태도겠지. 스모그가 더 심해지기 전에 대부분의 사람이 현실을 직시하고 현 인류와 다음 세대를 위한 환경 보호에 나설 수 있을지 걱정된다. 


이번에는 당신의 작업물들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스니커마다 그 소재와 외형, 재봉 방식이 다르다. 스니커 마스크를 제작할 때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Z 처음 스니커를 받아 손에 쥐면, 가장 먼저 스니커의 디테일을 천천히 살핀 뒤 눈을 감고 온갖 디자인 가능성을 떠올려 본다. 머릿속으로 신발을 분해하고 여러 파트를 재조합해보는 거다. 이 명상 단계가 그 다음 제작 단계보다 훨씬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고 즐거운 단계이기도 하지. 내 머릿속에서 이미지는 마치 포토샵처럼 레이어(Layer)로 이루어져 쌓고 쌓이며 최종 결과물을 만든다.

지난 7년간 같은 마스크를 재생산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 스니커는 곧 내게 새로운 경험이다. 대부분 작업에 필요한 재료는 모두 스니커 한 켤레에서 나온다. 특히, 콜레트 AJ1 고야드 마스크(Colette AJ1 Goyard Mask)와 같이 한정판 스니커를 활용한 경우에는 한 번 만에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므로 신중하고 체계적인 자세로 접근한다.

스니커를 해체하고 다시 마스크로 변형하는 있어 정교한 재봉 실력이 필요할 텐데, 이런 교육을 따로 받은 적이 있는지.

Z 바느질, 낙화술(Pyrography), 가죽 공예, 목재 공예 등 필요한 모든 기술은 독학으로 습득했다.

당신의 마스크가 전량 수작업으로 완성된다는 글을 인스타그램에서 읽었다. 다른 이의 도움 없이 100% 당신과 아내 둘이서 만들어내는가?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전반적인 제작 과정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Z 그렇다, 모든 과정을 나와 아리아 둘이서 진행하고 있다. 내가 제작을 담당하고, 나머지 과정은 모두 아리아가 담당한다. 보통 마스크 하나를 만드는데 약 1주일 정도 소요되지만, 주문의 성격에 따라 제작 기간은 천차만별이다.

A 쯔쥔은 마스크를 만드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고 나는 그 외에 필요한 기획 및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편이다. 물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는 함께 클라이언트의 얼굴 이미지를 수집하고 스니커 특성을 고려한 사전 브리프(Brief)를 만들어 회의를 진행한다. 결과물이 완성되면 내가 화보 이미지를 기획하고 촬영하여 프로젝트를 마무리한다.

당신의 작품에서 퓨처리즘, 스팀 펑크 다양한 미학적 요소들이 눈에 띈다.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는 편인가?

Z 모든 스니커의 고유한 정체성(Identity)이 내게 가장 큰 영감을 준다. 아리아가 조사해주는 클라이언트 정보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보통 그녀가 전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내가 나만의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식이다.

본인을 가장 유명하게 작품은 무엇인가.

Z 이케아 프락타 마스크(IKEA FRAKTA MASK). 2017년부터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 엄청난 리포스트 횟수를 기록하며 최고의 화제작이 되었다.

A 그 마스크를 제작한 해에 우리 부부가 이케아를 유난히 자주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이케아 창고의 대형 선반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곤 했다. 자연스럽게 어느 날 배경에 어울리는 이케아 마스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어, 이케아에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아, 그리고 많은 이들이 눈치채지 못한 부분인데, 사진을 자세히 보면 이케아 프락타 백의 손잡이를 활용해 내 머리를 묶은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촬영 전에 즉흥적으로 시도했는데, 재미있게 잘 나온 것 같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Z 언제나 다음 작업물이 가장 기대되고 애착이 간다.

A 개인적으로 이지 부스트 350 V2 마스크(Yeezy Boost 350 V2 Mask)에 애착이 간다. 이 작품은 2017년 ‘Items: Is Modern Fashion?’ 전시 이후 뉴욕 현대미술관에 영구 소장되었다. 전시회를 통해 선보인 쯔쥔의 첫 작품이며 우리의 작업에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많은 유명인이 당신이 제작한 스니커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노출한다. 당신의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 가장 인상 깊은 이가 있었다면.

Z 빌리 아일리쉬(Billie Eilish).

A 빌리 아일리쉬는 정말 대담하고 아름다우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다. 작업 중에 알게 되었는데, 본래 다양한 마스크 스타일링을 즐기는 것 같더라. 에어포스 원 스플릿 마스크(Air Force 1 Split Mask)는 그녀의 개러지 매거진(GARAGE Magazine) 화보에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

특별히 협업해 보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Z 지드래곤(G-Dragon)인 것 같다.

A 지드래곤은 단순한 퍼포머(Performer)를 넘어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해내는 사람이다. 그 점에 영감받은 에어포스 원 피스마이너스원 마스크(Air Force 1 PeaceMinusOne Mask)는 본래의 검은색 페인트 오버레이(Overlay)를 최대한 유지하여 고객이 착용을 통해 표면에 직접 갈라짐(Crack) 패턴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굉장히 조심스럽고 섬세한 작업이었다.

한국에서도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 영상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특히 대한민국 국군과 작업한 마스크가 흥미로웠다. 어떤 의미를 담은 작업인가?

A 공식 협업 프로젝트는 아니다. 지드래곤이 군 복무를 마쳤다는 소식을 접해 쯔쥔에게 관련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그가 사진을 보며 한국 군복과 어울릴 만한 마스크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사진은 실제 촬영된 이미지가 아니고, 완성된 작품을 뉴스 기사 사진에 합성한 것이다.

Z 대한민국 국군 카모 마스크(The ROK Camo mask)는 한국의 KF-94 마스크 실루엣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기존 실루엣의 전면에 밸브(Valve)를 달아 극한 상황에서의 기능성과 보호성을 향상했다.

당신의 작업은 뉴욕현대미술관에 영구 소장되는 등, 스니커 컬쳐를 넘어 현대미술 작품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마스크를 위생적인 목적을 넘어 ‘쌩얼’을 가리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하니 정체성의 담론을 통해 당신의 작업을 들여다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당신의 마스크는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고. 고가의 사치스러운 스니커를 잘라내어 일회용품 마스크를 만들어내는 당신의 작업, 어떤 의미로 읽힐 수 있다고 생각하나?

A 마스크를 많이 착용하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마스크가 어느 정도 서브컬처적인 의미를 띄게 된 것 같다. 당신의 질문대로, 마스크는 동아시아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보완하기 위해 사용하는 인공 장치가 되었고, 사람들과의 접촉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한 일종의 방패로 사용되기도 한다.

Z 사회적 환경은 언제나 패션에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삶에서 더욱 떼어내기 힘든 필수 액세서리가 된 것 같다. 내 스니커 마스크는 젊은 세대에게 환경과 마스크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를 촉구한다. 이 변화는 단순한 메시지로 끝날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판매가 아닌 사회적 메시지 전파를 위해 작품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이슈에 대항하기 위한 ‘Maskology’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어떤 영감 혹은 계기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나?

Z 코로나바이러스의 팬데믹 선언 이후, 내 작품에 대한 피드백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했다. 이를 보며 나와 아리아는 약 한 달간의 작업을 통해 누구나 집에 있는 재료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마스크 템플릿을 만들어냈다. 내가 마스크를 만드는 방식과 차이가 있지만, 이 시기에 보건용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A 전 세계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온라인상에 같은 템플릿을 7개의 다른 언어로 공유했다. 이 중에는 한국어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이슈로 마스크에 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마스크 제작자로서 지금의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Z 연초부터 바이러스로 인해 직간접적인 고통을 받는 모두에게 어려운 시기다. 특히 마스크뿐 아니라 음식, 의약품 등을 아우르는 물자 부족은 많은 국가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우리의 기술과 노하우가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스크 새로 도전해보고 싶은 스니커 커스텀 장르가 있는지.

Z 과거에 아디다스(adidas)와 푸마(Puma)를 위한 스니커 가방을 만든 적이 있다. 이런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언제든 관심이 있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은?

A 올해 하반기부터 다음 전시회를 위한 작품 준비와 함께 ‘Maskology’ 템플릿을 활용한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언젠가 한국에서 전시회를 개최할 날도 기다리고 있다.

Z 끝없이 도전하고 안전하게 지내기.


에디터│오욱석 김용식
사진 출처│ ZHIJUN WANG

*해당 인터뷰는 지난 VISLA 매거진 종이잡지 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VISLA Paper는 지정 배포처에서 무료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RECOMMENDED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