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1989년작 ‘Untitled (Your Body is a Battleground)’ 포스터가 최근 폴란드의 슈체친(Szczecin) 거리에 다시 한번 모습을 드러냈다. 폴란드 우익 정부가 낙태법 금지를 강화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렬해지자 이에 준하는 여성 인권 포스터가 길거리에 도배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시위가 벌어진 10월 중순으로부터 지난 2주 동안 슈체친 거리에는 수백 장의 포스터가 배포되었다. 해당 포스터는 애초에 미국 내 낙태 금지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던 1989년, 바바라 크루거가 여성의 선택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이미 1990년대 후반에 폴란드로 건너가 산모의 선택과 권리를 지지하는 운동의 역사적 일부가 된 바 있다. 이번 시위에 그 포스터가 다시금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현재까지 포스터가 지속적인 영향력을 끼쳤음을 상징하는 한편 여성의 자유를 위한 투쟁이 30년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바바라 크루거는 꾸준한 저항에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은 억압에 의연한 반응을 표했는데, 개인의 자유와 육체를 통제하는 차별은 수세기와 대륙에 걸쳐 지속되었다며, 현재는 성별, 인종 및 계급을 둘러싼 논쟁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시점이라 언급했다. 또한 지배세력에 대한 용기 있는 시위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며 시위 세력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보탰다. 수십 년간의 자유를 위한 투쟁, 그 끝이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보자.
이미지 출처 | The Art Newspaper / Andrzej Gol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