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께서 남기신 속담 중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말이 ‘말(Horse)’일까? 아님 ‘말(Ward)’일까? 혹자는 전자라고 생각하기 쉽겠다. 하지만 이 또한 편견의 일종이지 않을까? 그것이 ‘말(Horse)’였다면 말이 허공을 가로질러 비행하는 초현실적 상황으로, ‘비행기가 아닌 말을 타고 비행하는 세련됨을 일컫는 표현’이지 않나. 하지만 때마침 파리 출신의 어느 뮤지션이 새 앨범을 통해 발 없는 말(Horse)이 멀리 갈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줬다.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을 전개 중인 에밀리엔 포인트(Emilien Point)가 어소시에이션 페이탈(Association Fatale)을 통해 새 앨범 [Hear The Sound of My Feet]을 발표했다. 줄루(Zulu)라는 활동명으로 더 잘 알려진 에밀리엔 포인트. 릴 라디오(LYL Radio)의 레지던트로도 활동하며 힙합(Hip Hop)부터 덥(Dub), 정글(Jungle)까지 폭넓은 지변을 무자비하게 보여준 그가 이번 앨범을 통해 댄스 플로우 전방위로 자신의 진면모를 여과 없이 선보이고 있다.

종종 에밀리엔의 믹스를 통해 그가 만든 곡들을 목격해 왔지만, 이번 앨범은 과거와는 다른 톤 앤 매너를 지녔다. 특히 “White Gaze”와 같이 치밀한 구성의 브레이크(Breaks)는 우리 다리와 머리를 움직이는 브레이크를 브레이크(Break)할 뿐이며, “Ewon Doe”와 같은 트랙 속 공기를 따라 길고 빠르게 흐르고 있는 엔벨로프(Envelop)의 형상은 발 없이 비행하고 있는 말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이처럼 트랜스가 깃든 신디자이저부터 트라이벌(Tribal) 계열의 드럼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앨범 전반에 걸쳐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단순 뱅어(Banger)들로 앨범이 채워진 것이 아닌 그의 뿌리와 음악적 근원을 향한 탐구를 엿볼 수 있는 대목.

앨범명처럼 그가 들려주고자 했던 그의 발소리는 말(Horse)의 발소리같이 웅장하지만, 소리의 근원이 없는 신묘한 말(Word)소리임을 깨닫는 순간, 휘몰아치는 몸 사위를 제동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될 것. 시시콜콜한 유언비어들로 몸과 마음이 지쳤다면 지면과 떨어져 세련되게 달리고 있는 줄루의 이번 앨범을 지금 바로 확인해 보자.

Association Fatale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이미지 출처 | Association Fat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