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에는 위대한 형제 영화감독들이 존재했다. 최초의 영화를 발명했던 뤼미에르 형제(Lumière Brothers), 벨기에의 자랑인 다르덴 형제(Frères Dardenne), 이탈리아의 거장이었던 타비아니 형제(Taviani Brothers) 그리고 할리우드의 자존심 코엔 형제(Coen Brothers)까지. 그리고 2010년대 중후반 뉴욕 언더그라운드를 기반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사프디 형제(Safdie Brothers)의 영화 “헤븐 노우즈 왓(Heaven Knows What)”은 또 다른 스타 감독 형제의 출현을 기대하게 했다.
2017년 로버트 패틴슨(Robert Pattinson)과 함께했던 “굿타임(Good Time)”, 2019년 아담 샌들러(Adam Sandler)의 열연이 돋보인 “언컷 젬스(Uncut Gems)”의 연타석 홈런을 날릴 때까지만 해도 샤프디 형제는 넥스트 코엔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컸다. 각본을 담당하던 형 조슈아 사프디(Joshua Safdie)와 연기와 편집을 담당한 동생 베니 사프디(Benny Safdie)의 조합은 환상에 가까웠고, 그들의 차기작에 대한 루머는 끊임없이 영화팬들을 설레게 했다. 특히 2022년 4월 제기된 아담 샌들러와 사프디 형제의 재회설은 새로운 역사를 쓰는 작품이 나오나 하는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지난 1월 4일 영화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와 베니 사프디가 가진 장문의 인터뷰에서 두 형제는 홀로서기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의 “오펜하이머(Oppenheimer)”에서 에드워드 텔러(Edward Teller) 역을 맡고, PTA의 영화 “리코리쉬 피자(Licorice Pizza)”에서 시장 조엘 웍스 역을 맡는 등 베니 사프디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며 그는 이미 독자적인 커리어를 밟고 있었다. 그럼에도 두 형제의 협업을 기대했던 영화팬들에게 홀로서기 선언은 큰 아쉬움으로 다가올 것.
인터뷰에 따르면 베니 사프디는 현재 영화사 A24와 손을 잡고 UFC 챔피언 마크 커(Mark Kerr)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 “더 스매싱 머신(The Smashing Machine)”으로 첫 독자적인 감독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마크 커 역에는 드웨인 존슨(Dwayne Johnson)이 합류할 예정이라고. 사프디 형제 특유의 폭발할 듯 질주하는 에너지가 과연 결별 이후에도 계속 발현될 수 있을까. “굿 타임”과 “언컷 젬스”의 쫓기듯 끝없이 뛰어다니는 영화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삼키게 될지도.
이미지 출처 | Variety, Far Out 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