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서울 압구정에 16번째 스토어를 오픈하며, 다시 한번 브랜드의 건재함을 과시한 슈프림(Supreme)이 이번 주 24년을 여는 SS 시즌을 공개했다. 정식 발표 전부터 머펫츠(The Muppets)의 부활, 오랜 시간 파트너로 함께해온 아티스트 푸추라(Futura)와의 협업, 나이키 스니커 컬래버레이션 등 여러 미끼를 풀어낸 슈프림은 수많은 추종자의 기대에 부응하며, 자신만만히 그들의 새로운 시즌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수백 가지가 넘는 방대한 컬렉션으로 컬렉터의 눈을 홀리는 슈프림, 개중 어떤 아이템이 이번 시즌의 핵이 될지. 몇 가지 흥미로운 아이템을 꼽아보았다.
The Muppets
사실 누군가는 한국에서 그리 유명하지도 않은 이 동물 인형이 왜 슈프림에 등장하는 것이며, 어떤 이유로 이슈가 되는지 당최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거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곳에 대략 설명해두었으니 정 궁금하다면, 잠깐 참고해보도록 하고, 여기에서는 옷에 관해서만 이야기해 보자. 매 시즌 슈프림이 발매하는 전천후 아우터인 고어텍스 재킷 등짝에 나타난 커밋 더 프로그(Kermit the Frog). 숲속 나뭇등걸에서 밴조를 퉁기고 있는 해맑은 개구리의 모습은 2008년 커밋의 첫 슈프림 데뷔를 기억하는 이라면, 누구라도 반갑게 여길 색다른 그래픽이다. 퍼플, 오렌지, 블랙까지 많은 이의 구미를 당길 멋진 컬러 라인업이 준비되어 있지만, 등판의 우스꽝스러운 개구리를 선택하는 건 당신이 슈프림의 진짜 팬이라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이외에도 슈프림은 또 다른 아이템을 통해 머펫의 복귀를 열렬히 환영하고 있다. 아더 컬러 없이 단독으로 발매한 플리스 재킷이 바로 그것. 이번에는 머펫쇼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를 무지개 빛깔 위에 옮겼다. 션 파블로(Sean Pablo)가 걸쳤던 섹시한 핏의 미스 피기(Miss Piggy) 티셔츠는 아쉽게도 이번 라인업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지만, 머펫쇼의 강아지 피아니스트 로울프(Rowlf) 티셔츠로 그 아쉬움을 덜었다.
Futura
슈프림은 언제나 뉴욕의 아티스트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뉴욕 그래피티 신(Scene)의 선구자 중 한 명인 푸추라(Futura)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하나. 2006년부터 2011년, 2020년 2022년, 그리고 올해까지 휘갈겨 쓴 듯한 푸추라 특유의 폰트, 그리고 각종 작품 이미지를 활용한 협업 아이템을 선보였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자신의 재능을 십분 활용한 그래픽을 슈프림 곳곳에 흩뿌렸다. 알파 인더스트리(Alpha Industries)의 피쉬테일 파카를 비롯해, 스웨터와 후디, 티셔츠에 남겼고, 푸추라의 그래피티 쓰인 ‘Seoul’이 낯설면서도 반갑다. 많은 이가 고대하던 푸추라 박스 로고 티셔츠의 뒷면에는 ‘You was raised off Our Shit’이라는 문구를 남기며, 진정한 형님의 간지란 무엇인지 다시금 전언한다.
AOI Industries
자수가 휘황찬란하게 새겨진 아오이 산업(Aoi Industries)의 워크 재킷도 인상 깊다. 최근 계속해 값이 오르고 있는 칼하트(Carhartt)의 워크 재킷이 눈에 아른거리는 이라면, 이번 슈프림의 워크 재킷을 물망에 올려봐도 좋겠다. 후디부터 가슴팍, 팔뚝, 등판까지 통일성이라고는 없는 자수가 가득한데, 이는 슈프림은 물론, 베러 기프트 숍(Better Gift Shop)과 같은 브랜드의 자수 아트워크를 맡고 있는 도쿄의 느낌 있는 자수 업체 아오이 산업의 작품이다. 아오이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후드의 사나운 눈, 그리고 온몸에 문신을 뒤덮고 있는 사내가 호랑이를 제압하고 있는 자수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그 주변으로는 세계 각지 슈프림 숍이 자리한 도시가 차례로 나열되어 있으며, 여기에서도 역시 서울을 찾아볼 수 있다. 아오이 워크 재킷의 짙은 왜색이 부담스러운 이라면, 이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분위기의 후드 집업으로 눈을 돌려봐도 좋겠다.
Maradona
지난 2020년 60세의 나이로 사망한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Diego Maradona)가 슈프림에 등장했다. 4년이 지난 뒤의 추모가 조금 뜬금없이 느껴지긴 하지만, 매 시즌 슈프림이 선보이는 축구 저지와 쇼츠, 관련한 여러 액세서리는 축구를 좋아하는 슈프림 팬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컬렉션이기도 하다. 더불어, 그 인물로 선수 생활 중 약물 남용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마라도나를 선택하며, 슈프림 내면의 일리갈(Illigal)함을 내세우려는 장치인 것 같기도. 때문인지 포토 티셔츠에는 1988년 개최한 마약 오남용 방지를 위한 자선 경기 속 마라도나의 사진을 삽입했고, 그 외 왠지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 마라도나의 그림이 담긴 축구 저지와 캠프캡을 만나볼 수 있다.
RealTree
작년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리얼 트리(RealTree) 패턴 또한 시즌 컬렉션 곳곳에서 눈에 띈다. 오래전부터 각종 아이템에 카무플라주 패턴을 삽입했던 슈프림이지만, 이번 시즌에 있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느낌이다. 신슐레이트 안감의 리버시블 워크 재킷부터 스몰 박스 로고 후디, 스웨트 팬츠, 6패널 캡과 뉴에라까지, 사람 한 명의 나무로 둔갑시킬 수 있을 정도의 리얼 트리 컬렉션을 완성했다. 리얼 트리 패턴의 바라클라바까지 나왔다면, 더 완벽했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Accessary
매 시즌 예상을 벗어나는 놀라운 아이템으로 의류 컬렉션의 인기를 넘어선 호응을 얻는 슈프림의 액세서리 컬렉션. 이번에도 역시 컬렉터의 손을 떨게 하는 다채로운 액세서리가 줄을 이으며, 예상 구매 목록을 채우고 있다. 24 SS 컬렉션에서는 어떤 비싼 떼기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살살 훑어보자.
Ducati
산타크루즈(Santa Cruz)의 자전거부터 콜맨(Coleman) 미니 바이크, 혼다(Honda)의 더트 바이크까지 선보이며, 조금씩 기어를 올리고 있던 슈프림이 이제는 이탈리아의 고성능 모터사이클 두카티(Ducati)에 손을 뻗치며, 기어이 바이크의 끝으로 내달렸다. 이번에 선보이는 모델 두카티 스트리트파이터 V4 S(Ducati Streetfighter V4 S)의 가격은 한화 3,990만 원이지만, 바이크 곳곳의 슈프림 도장이 새겨진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오토바이는 무리겠지만, 헬멧과 글러브 정도는 욕심을 내봐도 될 법하다.
Roland
펜더(Fender)의 일렉트로닉 기타, 펄 드럼(Pearl Drums)의 드럼 키트, 테크닉스(Technics) 턴테이블 등 슈프림의 매 시즌 컬렉션에 음악 관련 액세서리가 빠지면 섭섭하다. 이번 시즌 슈프림의 타깃은 일본의 전자악기 제조사 ‘롤랜드(Roland)’로 명기 ‘Juno-106’ 및 ‘Juno-60’을 리메이크한 모델 ‘JU-06A’과 TR-808 드럼 머신의 리메이크 모델인 ‘TR-08’을 새하얀 흰색으로 칠한 후 강렬한 슈프림 로고를 적용해 출시했다. ‘TR-08’은 제어판 오른쪽 위 로고가 너무 작게 새겨져 아쉽고, 또 ‘JU-06A’는 정중앙의 로고가 너무 커 제어판 컨트롤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단점이 각각 존재한다. 근데 그게 또 뭐 그리 중요하겠나, 멋있으면 장땡이지.
Linea Zero
아마 이미 많은 이들이 눈독 들이고 있을 것 같은 슈프림 홈 굿즈 리네아 제로(Linea Zero)의 투칸 램프(Toucan Lamp). 1970년 리네아 제로의 오너이자 디자이너 에네아 페라리(Enea Ferrari)가 선보인 이 어린이용 램프는 문자 그대로 왕부리새를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등장 후 약 6년간 유럽의 조명 도소매 업체에서 판매, 이후 생산이 중단되었는데, 미드센추리 디자인 컬렉터, 그리고 각종 조명 수집가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베이(eBay)를 통해 알아본 빈티지 램프의 대략적인 가격대는 50만 원 내외다. 슈프림과 함께 근 50년 만에 부활한 투칸 램프는 그 상징과도 같은 부리에 슈프림 로고를 박아 넣었고, 그 이외에는 원본에 충실히 복각되었다. 이런 근사한 램프가 본인의 책상, 혹은 침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렇게 슈프림의 24 SS 시즌 컬렉션 속 아이템을 가볍게 이야기해 보았다. 정규 컬렉션 외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메탈기어 솔리드(Metal Gear Solid), 그리고 으레 발매하는 나이키(Nike)와의 스니커 협업 등 앞으로도 추종자를 흥분케 할 추가적인 이슈가 남아있다. 특히, 2024년은 슈프림 설립 30주년을 맞이 하는 해이기에 그 기대감을 고조하는 중. 아직 끝나지 않은 슈프림의 24 SS 드롭이 우리를 또 어떻게 놀라게 할지. 그들의 새로운 이슈를 느긋한 마음으로 즐겨 보자.
이미지 출처 | Supre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