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수많은 아티스트가 집결해 영감을 발산하는 허브로써 방콕은 최근 몇 년 동안 간과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 이곳에서 가장 떠오르는 아티스트, 디자이너, ‘테이스트 메이커’[1]를 소개하는 급진적인 크리에이티브 집단인 IWANNABANGKOK©은 그 어느 곳보다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콜렉티브는 실험과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현대적인 얼굴’을 방콕에 선사한다는 사명을 품고 있다. 베를린의 한 파티에서 한 여성이 “I wanna bang cock”이라고 외친 데서 영감을 받아 시작한 그래피티 태그가 지금은 그 이상의 의미로 발전했다.
디자인을 전공한 두 설립자 아디삭 “빔” 지라삭카셈(Adisak “Beam” Jirasakkasem)과 수파콘 “그로페” 부아루안(Supakorn “Grofe” Buaruan)은 부부로, 2014년 설립 이후 인턴 및 파트타임 어시스턴트 몇 명과 함께 IWANNABANGKOK©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 에너지, 스릴을 위해 항상 젊은 층과 협업한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인스타그램은 10대의 카탈로그와 같은 역할을 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커뮤니티에 소개하여 관계를 확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클럽 문화에 익숙하다면, 한 번쯤은 이스턴 마진스(Eastern Margins)를 들어보지 않았는가? 아시아의 디아스포라적 사운드에 집중하는 레이블로, LVRA와 1300 등 굵직한 아티스트들 역시 소속되어 있어 지나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들의 파티 레이블인 동서 아시아 지역의 퀴어 클럽 나이트 파티, ‘끼(GGI)’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익숙한 ‘Burin Pong’의 일러스트가 프린트된 의류 역시 IWANNABANGKOK©의 대표 제품 중 하나다.
IWANNABANGKOK©을 설립한 두 사람은 중고 옷을 무더기로 가져와 기념품처럼 판매하기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했으나, 점점 더 진지해졌고 이내 자신들의 제품을 통해 팔로워들에게 새로운 에너지를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특히, 아디삭은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 “아이 러브 뉴욕(I Love New York) 캠페인[2]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한다. “이 문구는 너무 재미있고 섹슈얼해서 뉴욕과 정말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저는 이 농담을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비주얼과 함께 사용함으로써 사람들의 관점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외국인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요. 방콕이 섹스 관광(sex tourism) 도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있습니다”
또한 IWANNABANGKOK©의 첫 시작은 아디삭이 “처음 2년 동안은 그래픽 티셔츠를 만들었지만, 반응이 없었습니다”라고 회상할 만큼 오로지 로고만이 존재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뭔가 다른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도시 곳곳에 스텐실을 그려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아디삭은 젊은 디자이너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이자 인생의 동반자인 수파콘을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게릴라 캠페인을 펼쳤다. 이는 무려 이 부부의 첫 데이트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라고. 이들의 시작이 제품도 없이 그래피티만 존재했던 만큼, 최근 수년 동안 IWANNABANGKOK©은 스텐실부터 CGI 모델 제작, 헐크 발 슬리퍼를 비롯해 시선을 사로잡는 제품 출시에 이르기까지 시도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을 해왔다.
느리지만 유기적으로 성장한다는 자신들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들은 로컬의 뜨거운 반응을 등에 업고 성장하고 있다. 첫 번째 팝업 스토어를 열었을 때 매출의 90%가 태국 청소년들이었다고. 이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더 나은 사회, 더 창의적인 사회다. 또한 브랜드 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퀴어 커뮤니티와의 밀접성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처음부터 한 커뮤니티만을 위한 콘텐츠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방콕은 다양한 섹슈얼리티 측면에서 매우 특별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레이디 보이(lady boy)가 일상에서 걸어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죠”
다양성을 포용하는 IWANNABANGKOK©은 자연스럽게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었다. “많은 브랜드가 이런 일을 하지만 홍보를 위한 것이죠. 우리는 그저 우리가 원해서,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뿐입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두 사람은 최근 파리, 암스테르담, 베를린, 브뤼셀 등 유럽을 돌며 몇 가지 작업을 진행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도시로 뻗어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베를린 매거진 ‘Sicky’에 실린 에디토리얼 화보를 통해 독보적인 비주얼을 남기며 다시 한번 주목을 모았다. 현재는 동남아시아에서 더 많은 협업에 집중하여 동남아시아의 크리에이티브 씬이 확장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우리는 부유한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성장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잠재력은 높지만,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서로를 지원했으면 합니다”
IWNNABANGKOK©에서 또한 돋보이는 점은 최근 매장 위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옷을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공장의 최소 생산량이 너무 높아서 기계를 사서 직접 만드는 것이 더 저렴했기 때문에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런 방식이 그들의 개성을 더욱 부각시켰고, 아디삭은 이런 방식을 통해 더 다양한 디자인을 할 수 있고 훨씬 창의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오늘 디자인하고 내일 프로토타입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설립자 부부는 방콕의 크리에이티브 씬에 대해서 자신들의 사회가 모든 면에서 훨씬 더 개방적이고, 그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밝힌다. 이곳의 젊은이들이 부부에게 터널 속 빛 같은 존재라는 것.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낡은 시스템에 맞서 싸우고 있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지역 사회와 밀접하게 함께 성장해 나가며 의류, 사진 이벤트, 미술 전시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 나가고 있는 이 젊은 크리에이티브 그룹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