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등장, 설립 2년 만에 도버 스트리트 마켓(Dover Street Market)과 에센스(SSENSE), LN-CC 등 탁월한 셀렉션의 편집 스토어에 입점하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는 패션 브랜드 팔리 할리우드(Paly Hollywood). 브랜드 이름처럼 미국 영화 산업의 중심지이자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관광지 할리우드를 테마로 하는 이 브랜드는 독특한 디자인 철학으로 많은 이를 매료하고 있다.
디자인을 논하기 전 브랜드의 창립자가 누구인지 이야기한다면, 팔리 할리우드라는 브랜드가 어떤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 이해하기가 수월할 것. 팔리 할리우드는 카일 린드그렌(Kyle Lindgren)과 제임스 프랭코(James Franco)라는 두 남자에 의해 탄생했다. 카일 린드그렌은 퍽킹어썸(Fucking Awesome)에서 디자이너 경력을 쌓았으며, 이후 LVMH 럭셔리 벤처가 투자한 유일한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매드해피(Madhappy)로 옮겨가 수석 디자이너로 일했다. 제임스 프랭코는 그 이름만 들어서는 그가 누구인지 쉬이 가늠할 수 없겠지만, 영화 “스파이더맨” 속 대표적인 빌런인 ‘그린 고블린’, ‘해리 오스본’ 역할을 맡은 배우라고 하면 금세 그 얼굴이 또렷이 떠오를 것.
퍽킹어썸과 영화, 그렇게 할리우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을 지닌 둘이 할리우드를 주제로 한 패션 브랜드를 런칭한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참고로 할리우드 앞 ‘팔리(Paly)’는 제임스 프랑코의 모교 팔로알토 하이스쿨을 이르는 말이라고. 제임스 프랭코가 카일 린드그렌이 알게 된 지 5년쯤 지났을 때 할리우드라는 공통의 테마가 겹쳐졌고, 이후 이를 ‘패션’이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보여주기로 한 게 팔리 할리우드의 시작이다. 이러한 브랜드 설립 역사를 미루어 봤을 때 팔리 할리우드가 매 시즌 컬렉션을 통해 할리우드에 대한 찬사를 보여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에 가깝다.
컬렉션의 스토리텔링은 영화산업과 가장 가까이 있는 관계자, 제임스 프랭코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그 안에 일하며 느낀 두려움과 혐오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그 영감이 된다고 한다(실제, 제임스 프랭코는 성추문으로 몰락을 겪었다). 또한, 제임스 딘(James Dean)이나 브래드 렌프로(Brad Renfro),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등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할리우드 배우를 추모하는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으며, 이는 그래픽과 문구에서도 선명히 드러난다. 그 컬렉션 속에서는 이따금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음모론을 주제로 삼기도 하는데, 프랭크의 말에 따르면, 이는 할리우드 신화의 일부분으로 이것이 진실인지 가짜인지는 중요치 않다고 한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을 잊지 않고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거라고.
제임스 프랭코는 브랜드 전개 이전 본인의 회화 작업으로도 유명한데, 할리우드, 영화, 배우 등의 이미지를 차용해 7,000점 이상의 무수한 작품을 남겼다. 이렇게 제임스가 의류 디자인에 필요한 재료를 제공하면, 카일이 이를 편집해 하나의 아이템으로 완성하는 게 팔리 할리우드의 제작 프로세스다.
이와 함께 각종 아이템의 디테일 역시 할리우드에 대한 그의 애증을 느낄 수 있다. 팔리 할리우드의 컬렉션을 보면, 멀쩡한 옷이 없다시피 할 정도로 각종 가공이 더해진 의류가 주를 이룬다. 샌드워시와 데미지, 자연 건조를 통한 변색과 같은 후가공 처리로 브랜드 특유의 어두운 색채를 더한다. 낙서와 콜라주가 뒤섞인 그래픽도 눈에 띄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의류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카일의 또 다른 정체성으로 오랜 시간 퍽킹어썸을 지켜본 이라면, 팔리 할리우드와의 유사성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
더불어, 일본에서 공수한 빈티지 원단이나 데드스톡 밀리터리 팬츠를 활용한다는 점도 팔리 할리우드의 흥미로운 지점이다. 콘셉트에 관한 집착, 그로 인한 통일감 있는 컬렉션은 브랜드의 색을 더 짙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실례로 가장 최근에 발매한 리얼트리 패턴 롱슬리브, 티셔츠의 베이스도 동네에서 구한 데드스탁 빈티지라고 설명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할리우드의 어두운 면’을 비추고 있는 팔리의 의류의 팬이다.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Hal Chalamet)와 제이콥 엘로디(Jacob Elordi)와 같은 영화배우와 모델 루카 사바트(Luka Sabbat), 그리고 배드 버니(Bad Bunny), 오프셋(Offset) 등의 뮤지션이 팔리 할리우드의 아이템을 착용하는 모습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디테일과 데드스탁 베이스의 아이템 등의 이유로 그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그럼에도 대다수 제품의 주요 사이즈가 일찍이 품절되는 모습은 팔리 할리우드의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지금껏 시도되지 않았던 독특한 콘셉트, 그리고 대중에게 너무나 익숙하지만, 그만큼 베일에 가려져 있던 할리우드라는 장소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팔리 할리우드. 할리우드 배우와 패션 디자이너의 만남으로 탄생한 흥미로운 배경의 이 브랜드가 또 어떤 독창적인 컬렉션을 선보일지, 앞으로의 움직임을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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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Paly Hollyw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