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스트리트 아티스트 #3 Lady P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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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에콰도르에서 태어나 뉴욕 퀸즈에서 자란 Lady Pink는 15살 때부터 그라피티를 시작해 1979년부터 1985년까지 지하철을 돌아다니며 흔적을 남겼다. 당시 그녀가만든 TC5(The cool 5)와 TPA(The Public Animals) 크루는 순식간에 이름을 알리며, 내로라하는 남성 그라피티 크루에 견줄만한 실력을 갖춘 유일한 여성 크루로 거듭났다.

1970년대는 남자가 하는 모든 일을 여자들 역시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기였다. 당시 남자들은 굉장히 남성 우월적인 사고를 하고 있어서 그라피티 신(Scene)에 여성이 유입되는 것을 철저히 경계했다고 한다. 그들이 Lady Pink에게 그라피티를 그만두라고 말할 때도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보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쏟았다. 그녀는 남자들의 존중을 받기 위해서 ‘Bitch’가 돼야 했고, 언제나 큰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내야만 했다. 이런 노력 끝에 그녀는 수십 년에 걸쳐 몇 백 개의 캔버스와 벽에 자신의 작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

 

물론 Lady Pink가 여성 그라피티 아티스트의 시초는 아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이미 많은 여성 아티스트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1979년, 그녀가 그라피티 신에 발을 들였을 때는 소수의 여성만이 남아있었다고. 당시 여성들은 2~5년 정도 그라피티 작업을 하다가, 나이가 들고 나서는 직업을 찾거나 학교에 가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였다. 하지만 그때 신에 계속 머물러 있던 여성 아티스트들이 크루를 결성하고 지속적인 활동을 하면서 여성 그라피티의 초석을 다진 것이다. 당시 70년대의 뉴욕은 우범지역이어서 여성이 돌아다니기에는 매우 위험했기에 항상 크루와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신분도 잘 숨겨야 했다. 그들은 당시에는 작은 크루였지만 꾸준히 활동한 끝에 더욱 견고한 집단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또한, 그녀는 그라피티와 힙합 문화가 녹아든 영화 “Wild Style”에서 Rose 역을 맡은 바 있다. Lady Pink는 남성 지배적 성향이 강한 그라피티 신에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여성 아티스트다.

Lady Pink는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딱히 페미니즘을 주장하지도 않지만, 단순히 보기 좋다는 이유로 여성을 그린다. 여성은 그렇게 약하지도, 귀엽지도 않으며 굳이 남자들의 보호가 필요 없다고 그녀는 말한다. 여성에 대한 선입견은 단지 우리 사회 속 단면일 뿐, 여자 스포츠 선수, 여자 군인처럼 그라피티를 하는 여성도 있다는 것.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이해하는지, 자신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감정을 표출하고, 할 말을 하는 데 있다고. 여성에 관련된 문제는 곧 그녀와 그녀의 삶에 관계된 것이기에 여성, 어린이, 약자들이 겪는 부당함에 대해 종종 말하곤 한다. 그녀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나 관심 있는 모든 주제를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라피티 아티스트에게 경찰은 떼어놓으려야 떼어놓을 수 없는 집단일 것이다. 2013년, 경찰이 그녀의 집에 들이닥쳐서 온갖 개인 물건들을 가지고 간 적이 있다. 남편(그녀는 그라피티 레전드, SMITH와 결혼했다)과 전혀 관련이 없는 그라피티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엮어서 유죄로 만들고, 컴퓨터, 그라피티 관련 서적, 스프레이 등 개인 물건까지 압수한 것이다. 경찰은 그녀에게 밖에서 벽화 작업을 하는 것을 그만두고 갤러리에서 전시하라고 말했다. 그녀의 작업이 도시에 공포감을 조성하고, 청소년들에게 반달리즘을 전파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라피티가 사람들을 고무한다면, 이것은 재미있고 멋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도시에서 그라피티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작품을 직접 벽에서 지워야 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술계는 이미 스트리트 아트의 진가를 인정했다. 길거리 예술은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되어 왔으며, 그 시장성 또한 입증했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예술을 만들어내는 아이들을 격려함으로써 다음 세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현재 그라피티를 기반으로 한 캔버스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그녀는 Whitney Museum, Metropolitan Museum of Art, Brooklyn Museum과 같은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등 순수예술 분야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은 여성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평생을 살아온 그녀의 말이다. “여성으로서 그라피티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여성이 약하고, 의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시 나는 15살이었고, 그런 말을 듣는 게 너무 싫었다. 나는 이에 맞서 여성들도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했다. 다른 여성 아티스트를 위해서라도.”

Lady PInk 공식 웹사이트
여성 스트리트 아티스트 #4 Lady Aiko

정혜인
VISLA Art Feature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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