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무작위성의 즐거움, 신생 브랜드 Cold F33t 탐구하기

콜드피트(Cold F33t)는 런던을 기반으로 2019년 설립된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다. 90년대 헤비메탈부터 오늘날의 하이퍼팝, 전통 부족의 문양부터 길거리의 그래피티, 모바일 이모지, 디지털 아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모티프를 혼용한 창의적이고 톡톡 튀는 아트워크를 옷가지 위에 선보인다. 디자이너인 프란체스카 프랭키스(Francesca Frankis)의 펑키하면서도 사이키델릭한 에어브러시 그래픽이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 컬렉션의 바탕이 되는 의류는 스웻, 티셔츠, 조거 팬츠, 봄버 재킷, 데님 등 평범한 빈티지 일상복들이지만 그 위에 놓인 것은 원색적이고 화려한 아트워크들이다. 각각의 아트워크는 거의 신경질적으로 느껴질 만큼 화려하고, 또 난삽하다. 하지만 그 조화가 만들어내는 인상이 심상치 않다. 피스들 하나하나가 강렬하고 유니크하다. 무엇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단 한 벌의 커스텀이란 느낌을 강하게 준다. 어느 자리에서든 TPO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버릴 듯한 이 아찔한 개성의 원천은 무엇일까.

다양한 문화적 영감이 있겠지만, 프란체스카는 무엇보다 음악이라고 말한다. 애초에 디지털 아트와 그걸 활용한 의류를 제작하기 이전에는 음악을 하기도 했었다고. 그가 작업할 때 듣고, 만드는 음악이 해당 피스의 가장 주요한 모티프가 된다.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영 린(Yung Lean)드레인 갱(Drain Gang)이라지만, 메탈과 R&B, 하이퍼팝 등 다른 장르 역시 마음에 든다면 가리지 않고 듣는다고 한다. 어쩌면 이런 두서없는 음악 취향이 영감을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주는지도.

경계 없는 취향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은 콜드피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프란체스카는 콜드피트를 시작하기 이전 패션 스쿨에서 디자인을 배웠다거나, 혹은 미술을 배워본 적이 없다. 학위도, 커리어도, 전문 지식도 없다는 점에서 자신감이 없었지만, 무작정 돌진해 본 것이 오히려 승부수가 됐다. 2019년 코로나로 거리가 록다운 된 런던에서 프란체스카는 이베이를 통해 구입한 빈티지 의류에 무작정 에어브러시를 손 가는 대로 난사하기 시작했다. 과잉된 그녀의 그래픽들은 전통적 디자인 관습을 말 그대로 ‘쌩까버리는’ 것들이었다. 성장과정에서 그녀를 둘러쌌던 많은 문화적 코드들이 의도도, 상징도 없이 그저 창작 본연의 유희에서 뒤섞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점차 콜드피트만의 개성이 완성되어 갔다. 거리두기로 인해 SNS를 유영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그의 작품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점차 뜨거운 호응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 부분에서 콜드피트를 현시대의 특징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브랜드로 지목할 수 있을지 모른다. 패스티시(pastiche, 혼성모방)란 현대 예술의 일면을 특징짓는 주요한 창작 경향이다. 이는 창작자들이 전통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문화적 요소에 접근이 가능해진 오늘날, 그들이 그것들을 맥락 없이 차용하며 유희적으로 창작하는 기법, 혹은 경향성을 말한다. 이는 패러디나 오마주와 다소간 비슷한 측면이 있으나, 패러디와 오마주가 대상에 비판을 가하거나, 경의를 표하기 위한 목적성을 갖는 반면, 패스티시는 목적보단 그저 유희적인 측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갖는다. 처음 패스티시란 용어는 깊이 없음과 피상성을 꼬집기 위해 주로 사용되었으나, 오늘날엔 그것이 지니는 전복성과 창조성이 주목되기도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패스티시에 대한 가치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는다.

중요한 건 콜드피트는 오트쿠튀르나 프레타 포르테, 으리으리한 쇼룸과 화려한 패션쇼, 패션 스쿨 등등으로 정의되는 패션의 전통, 관습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다. 콜드피트는 그저 SNS와 인터넷상에 존재하며, 그 안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며 잡식성으로 문화를 흡수하고, 나름대로 변용하는 식으로 유통된다. 유구한 역사의 패션 하우스들이 디자인 철학과 헤리티지에 집중할 때, 콜드피트는 그저 그들의 유산 위에서 여기저기 그래피티를 끄적이며 가지고 논다. 의복의 전통과 철학을 중요시하는 입장에서 이를 어떻게 바라볼지는 모르겠으나, 이쪽 플레이어들은 애초에 그들이 뭐라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 같다는 게 필자의 생각.

프란체스카는 패션을 비롯해 오늘날 여러 분야에서 창작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우선 뭐든 좋으니 만들어볼 것을 권한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우선 충동적으로 도전해 볼 것. 그리고 창작을 학위나 커리어, 인맥 따위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 안에서부터 시작하라는 것이 그녀의 조언이다. “결과를 지나치게 생각하지 않고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창조하고 존재하도록 허용하는 것이죠.” 이는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직접 전한 말이다.

상기했듯 이런 자유분방한 창작 정신이 현재 콜드피트의 개성화를 이끌었다. 하나뿐인 옷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길 원하는 이들이라면 콜드피트의 독특한 피스들은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일 것이다. 콜드피트의 또 다른 주요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커스텀과 리미티드 정신이 있다. 프란체스카는 어린 시절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한정판 투어 굿즈에 강하게 매료되곤 했다. 한정판이 자극하는 소장욕과, 제한된 수량의 굿즈를 손에 넣음으로써 나만의 개성을 완성해가는 기쁨은 프란체스카를 강하게 유혹했다. 그래서 그녀는 브랜드를 시작할 때부터 세상에 단 한 개 또는 몇 개만 존재하는 특별한 느낌의 제품들을 만들고 싶었다고. 콜드피트가 개인 커스텀 혹은 한정 수량으로 판매 정책을 이어가는 이유다.

옷을 통한 남들과는 다른 미감 표시는 의복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다. 더욱이 이는 오늘날 소비자들의 개성화에 대한 열망과 부응하며 더욱 심화된다. 현대의 여러 문화적 행동 강령들은 남들과는 뭔가 다를 것을 강박적으로 부추긴다. 계속하여 새로운 유행과 소비 패턴을 만들어낸다. 이는 특히 패션계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며, 이 점에서 누군가는 피로함을 호소하기도 할 것이고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남들과 같으면 왜 안 되는 건데?” 혹은, “과연 이런 식으로 개성이 찾아지는 걸까?” 같은 종류의 물음들. 하지만 어찌 됐든, 오늘날 이러한 문화 양식에서 새로운 종류의 즐거움이 개발되는 것도 맞다. 콜드피트는 개성을 향한 현대 사회 풍조에 이렇다 저렇다 판단은 우선 뒤로하고, 그저 소비자들의 즐거움에 부응한다. 콜드피트의 팬들, 그리고 좀 더 다른 옷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이들은 이렇게 물을 것이다. “그래서 뭐? 나만의 옷을 입는 건 일단 즐거운데.”

콜드피트가 애초 의도나 계획을 가지지 않았던 것처럼, 앞으로의 행보 역시 가늠되지 않는 건 매한가지다. 과거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프란체스카 본인은 비디오 게임 속 캐릭터의 패션 디자인에 흥미가 간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 역시 그저 관심일 뿐 확실치 않다. 다만 어째선지 신뢰가 가는 건 작품을 가능한 한 많이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말뿐이다. 모쪼록 브랜드가 지닌 여러 귀퉁이를 살펴본바, 콜드피트는 오늘날 동시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법한 패션계의 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들의 발걸음이 과연 어디로, 어떻게 이어질지 눈길이 가는 이유다.

Cold F33t 로고 아트워크

Cold F33t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Cold F33t 공식 웹사이트


이미지 출처 │ Cold F33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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