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시스템의 전복을 노리는 아티스트 리자(Lyzza)가 EP [SUBSTATE]의 발매를 기념해 지난 19일 이태원의 케이크샵을 찾았다.
2016년, 16살의 나이로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세계를 돌며 DJ 경력을 쌓아온 브라질 출신의 리자는 바일레 훵크부터 볼티모어 클럽, 영국 드릴까지 아우르는 프로듀서이자 보컬리스트로 성장, 유수의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이름을 알렸다. 특히 2022년 발매한 앨범 [MOSQUITO]를 통해 일렉트로닉 아방가르드 팝 아티스트로의 면모 역시 입증해 냈고 예술, 패션계를 넘나들며 영향을 발휘해 왔다.
사랑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이야기했던 전작들과는 다르게 [SUBSTATE]에서는 보다 내밀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러나 그 화살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계로 향한다. 이는 ‘SUBSTATE’라는 단어를 뜯어보면 알 수 있다. ‘SUBSTATE’는 전복을 뜻하는 ‘subversion’과 국가를 뜻하는 ‘State’의 합성어로, 세상을 뒤집어 엎겠다는 리자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리자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음악 산업 안에서 너무나도 익숙해진 관행들이 그의 주요 타겟. 클럽 안에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사운드만큼이나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또렷하지만 동시에 가장 취약하기도 한데, 그가 직면했던 개인적인 어려움이 가장 연약한 상태로 드러난다. 그러나 “개인적인 것이 항상 아름답거나 즐거운 건 아니”라 외치는 무방비 상태의 리자는 이때 가장 강한 목소리를 낸다.
이는 흑인 아티스트로서 여러 도전에 맞선 경험을 담은 첫 번째 트랙 “Blackball”에서부터 알 수 있다. 도입부의 “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거야/모든 노래가 따라 부르도록 만들어진 건 아니야(I’m going to say what I want to say/ Not every song is made to sing along too)”라는 가사는 리자가 이번 앨범을 통해 전하려는 언어를 가감 없이 나타낸다.
이어지는 트랙 “Too Slow”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하면 더욱 좋다. 타이틀과는 상반되는 빠른 비트와 카메라 무빙 그리고 심지어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까지. [MOSQUITO] 이전 초기 리자가 지향했던 격렬한 클럽 사운드의 회귀다. 법적 문제에 휘말린 경험의 “90210”, 성적 차별에 대응하며 감정적인 면모를 폭발시킨 “Swallow”까지. 4트랙으로 구성된 EP [SUBSTATE]는 시스템에 대항하는 리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다. 세상을 바꾸려는 자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듯, 거칠고 파괴적인 리자의 사운드 안에는 왠지 모를 사랑이 느껴진다. 무대에 오르기 전 리자와 만나 잠시나마 짧은 대화를 나눴으니 함께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