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펑크 신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담은 사진집, ‘Crash Bang’

1977년 12월 16일 런던 브루넬 대학교, 섹스 피스톨즈의 공연

일생에 한 번 마주칠까 싶은 결정적 순간이 내 눈앞에 펼쳐져있고, 마침 손에는 카메라가 쥐어져 있다면? 아마 셔터를 누르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이다. 그것은 사진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운명 같은 순간이다. 1970-80년대, 미국의 펑크 밴드 공연장을 돌아다니던, 동시에 사진가를 꿈꾸던 한 남자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

미국 레이브 문화의 개척자이자, DJ DB라는 활동명으로 알려진 ‘DB Burkeman’의 사진집, ‘CRASH BANG: Pictures from a Punk’는 1976년부터 1982년까지 런던, 뉴욕, LA의 펑크 록과 뉴 웨이브 신(Scene)을 기록한 작품이다.

“음악은 언제나 내 삶의 원동력이었다. 시간 날 때마다 밴드 공연을 보러 갔다. 대부분의 밴드는 아직 유명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으로 가득했다. 그 순간을 카메라로 담고 싶었다.”

1977년 새해 전야, 런던 ‘The Rainbow’에서 라몬즈의 공연
1980년 런던, 라몬즈의 백스테이지에서

하지만 사진에 몰두하던 16세 무렵 그는 약물 중독에 시달렸고, 학습 장애로 자퇴하기에 이른다. 이후 가진 돈은 대부분 약물 치료에 쓴 탓에, 애써 촬영한 카메라 필름은 현상하지 못한 채 침대 아래의 서랍 속에 묻어두었다. 그 기간만 자그마치 40년. 그리고 마침내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DB Burkeman은 우연히 필름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필름은 펑크 록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고스란히 압축한 타임캡슐과도 같았다.

사진집을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125 장의 사진에는 라몬즈(Ramones),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 더 크램프스(The Cramps), 수지 앤 더 밴시스(Siouxsie & The Banshees), 이기 팝(Iggy Pop) 등 전설적인 뮤지션의 생생한 라이브 현장과 무대 뒤 대기실에서의 친근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집은 오는 10월 출간될 예정이며, Blurring Books 웹사이트에서 사전 예약할 수 있다(아쉽지만 해외 배송은 미주, 유럽, 일본만 가능하니 직구를 이용해 보는 것도 방법).


이미지 출처 | Blurring Books, Flux Magazine, Kick Sta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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