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king Patrol

지금으로부터 수년 전, 인스타그램부터 텀블러(Tumblr), 서브스택(Substack) 등 각종 이미지 중심의 마이크로 블로그를 통해 탄생한 큐레이션, 아카이빙 플랫폼. 개중에서도 숱한 패션 계정이 등장했으며, 그 안에서 또다시 ‘아웃도어’를 위시한 콘텐츠가 끊임없이 생산됐다. 이들의 친절한 안내 덕에 멋을 쫓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었으나 정보 전달과 소통의 창구, 그다음에 관한 물음에는 시원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2019년에 등장한 하이킹 패트롤(Hiking Patrol) 또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웃도어에 기반한 라이프스타일 소식을 빠르게 다루는 인스타그램 계정 중 하나. 허나, 지금의 하이킹 패트롤은 단순 큐레이션 계정에서 탈피, 계속해 흥미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몇 브랜드 캠페인에 긴밀히 관여하며, 흥미로운 결과물을 선보인 게 이미 여러 차례, 지금에 이르러 협업 등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잇고 있음은 물론, 올해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자체 브랜드를 런칭했다. 팝업을 위해 서울을 방문한 하이킹 패트롤의 디렉터 와이(Wai)에게 지금까지의 활동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하이킹 패트롤, 그리고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노르웨이 오슬로 기반의 온라인 플랫폼 하이킹 패트롤의 설립자 와이라고 한다. 하이킹 패트롤은 2019년 라이프스타일과 아웃도어를 잇는 디지털 공간을 조성하는 걸 목표로 시작했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아웃도어에 관한 관심과 열정을 공유하는 허브가 되길 원했고, 이와 함께 여러 글로벌 브랜드와의 캠페인 제작, 협업 등을 통해 지금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로 운영 중이다.

하이킹 패트롤의 시작에 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줄 수 있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처음에는 아웃도어와 라이프스타일에서 파생한 비주얼이나 프로덕트를 아카이빙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며, 글로벌 캠페인과 협업하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로 발전했고, 자체 브랜드도 전개했지. 난 플랫폼을 제공했을 뿐, 하이킹 패트롤 커뮤니티는 아웃도어를 사랑하는 이들을 통해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자체 브랜드 런칭 또한 유저, 고객의 니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하이킹 패트롤의 의류는 도심과 아웃도어를 넘나드는 이들을 위한 기능적이면서도 간결한 의류를 제공하려 한다.

하이킹 패트롤을 시작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얼핏, 패션 산업에 종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소매업에 종사하다가 세일즈 부서로 옮긴 후 본격적인 패션 필드에 들어왔다. 뉴발란스(New Balance)와 칼하트 WIP(Carhartt WIP), 푸마(Puma) 스포츠 스타일의 브랜드 매니저를 거쳐 스칸디나비아의 패션 브랜드 홀츠와일러(Holzweiler)의 바이어 겸 콘셉트 개발자로 일했고, 지금은 수이코크(Suicoke)의 글로벌 마케팅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하이킹 패트롤을 시작한 2019년은 전 세계적인 아웃도어 열풍과 함께 이를 전문으로 다루는 온라인 채널이 여럿 생겨난 시기다. 타 플랫폼과 어떤 방식으로 차별화했나?

트렌드를 쫓지 않고, 항상 일관된 접근 방식을 유지한 것이 타 플랫폼과의 차별점이라면 차별점이겠지. 단순한 하입보다는 하이킹 패트롤의 비전에 부합하는 콘텐츠에 초점을 맞춰 선별적으로 게시물을 올렸다. 또한, 적극적인 미디어 활동과 글로벌 캠페인 진행, 킨(Keen)과 마무트(Mammut), 디에메(Diemme)와 같은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깊이 있는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었다. 이제 하이킹 패트롤은 자체 의류 라인을 출시하며, 또 새로운 영역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피드에 게시하는 콘텐츠에 대한 특별한 기준이 있다면.

엄격한 기준은 없지만,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에셋이 우리 플랫폼과 잘 어우러지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전통적인 글로벌 브랜드, 그리고 신생 브랜드와도 격의 없이 협력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브랜드의 글로벌 팀과 장기적이고 신뢰 높은 파트너십을 구축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거다.

브랜드와의 협업을 강조하고 있는데, 비주얼 프로젝트를 큐레이팅하고 제작하는 데 있어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이를 함께 제작하는 사람들이다. 프로젝트를 맡은 뒤 가장 먼저 하는 고민은 이를 어떤 에이전시, 혹은 팀과 협업할지 결정하는 거다. 난 연결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걸 즐긴다. 내가 좋아하고, 잘 맞는 이들과 그 기회를 공유하고 싶다.

혹자는 고프코어(Gorpcore)의 수명이 다했다고 이야기하고, 또 누군가는 순간의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당신의 의견이 궁금하다.

맞다. 누군가는 고프코어가 일시적인 트렌드라고 얘기하곤 한다. 난 자연은 언제나 인간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시대를 초월한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논쟁이 계속 이어진다면, 브랜드도 변화해야겠지. 기능성과 내구성, 그리고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이러한 요소를 의류에 어떻게 녹여낼지 연구하는 게 중요하다. 트렌드는 빠르게 왔다가 또 금세 사라지지만, 이런 측면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고프코어라는 패션 장르가 단순 유행이 아닌 문화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 마무트, 디에메 등의 브랜드와 협업했다. 이러한 브랜드들이 하이킹 패트롤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가치관이 하이킹 패트롤의 비전과 부합했으니까. 같은 시야를 공유하는 이들이 서로 협력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는?

패션에 관심이 없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는 없다.

올해 FW 컬렉션과 함께 본격적으로 패션 브랜드를 런칭했다. 브랜드의 주요 콘셉트는 무엇인가? 특별히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우선 하이킹 패트롤은 패션 브랜드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걸 일러두고 싶다. ‘조용한 아웃도어’ 공간에서 잘 만들어진 기능성 의류에 대한 수요를 인식했고, 도시 생활의 역동성과 아웃도어의 평온함을 결합하려 했다. 도시와 아웃도어를 모두 누비는 현대인을 위해 디자인된 이번 컬렉션은 성능이나 미학에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접근하기 쉬운 다양한 제품군을 제공한다.

탄생과 성장, 재생의 끊임없는 순환을 반영하는 하이킹 패트롤의 정신을 담았다. 각 의류에 이러한 자연의 리듬과 변화하는 환경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높은 기준을 충족하는 컬렉션은 높은 내구성을 지닌 원단과 장인정신에 입각한 제작 방식,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실루엣을 융합했으며, 의도적으로 로고와 노골적인 브랜딩을 배제해 옷 그 자체로 정체성을 표현하려 했다.

8디비전과 카시나까지, 두 스토어를 통해 팝업을 진행했다. 두 채널을 활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두 공간의 개성이 각각 다르니까. 서로 다른 리테일 콘셉트로 협업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걸 커뮤니티에 보여주고 싶었다. 하이킹 패트롤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두 숍을 연결함으로써 그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생각도 있었다. 경쟁보다는 서로를 돕는 것에 중점을 뒀다.

이번 팝업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다면?

키아프 서울(KIAF Seoul)에서 전시 중인 아티스트 찰리 로버츠(Charlie Roberts)의 커스텀 조형물을 전시 중이며, 카시나와 8디비전을 위한 익스클루시브 아이템을 제작했다. 또한, 현지의 플라워 디자이너, 가구 디스트리뷰션 스페이스로직(Spacelogic)과 협력해 특별한 USM 세팅을 진행했다.

패션 플랫폼부터 브랜드까지, 앞으로 예정된 하이킹 패트롤의 계획은 무엇인가?

브랜드의 기반을 잘 유지해 꾸준히 지속하고 싶다. 난 짧은 순간이 아닌, 오래도록 여기에 머물고 싶거든. 좋은 사람, 브랜드와 협업하고,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도 하이킹 패트롤의 움직임을 계속해 지켜봐 달라.

Hiking Patrol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오욱석
Photographer | 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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