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기반의 듀오, 암네시아 스캐너(Amnesia Scanner)와 다학제(multidisciplinary) 아티스트 프리카 텟(Freeka Tet)이 함께한 앨범, [HOAX]가 발매되었다. 이전 작업물 [STROBE.RIP]에 이어서 또 한 번 베를린 기반의 레이블 PAN에서 발표한 두 번째 합작이다.
암네시아 스캐너는 2014년에 시작된 빌 하이말라(Ville Haimala)와 마르티 칼리알라(Martti Kalliala), 두 사람으로 구성된 핀란드 국적의 그룹으로, 개인적인 면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다소 비밀스러운 프로젝트 그룹이라 할 수 있다. 작곡과 프로덕션, 창의적인 스테이지 퍼포먼스를 모두 아우르는 듀오는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그라임과 트랩, 그리고 레이브 등의 특징이 엿보이는 그들만의 장르와 문법을 만들어내 전자음악 페스티벌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로 우뚝 섰다.
프리카 텟은 아티스트일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퍼포머, 그리고 프로그래머이기도 하다. 새로운 기술과 창의적인 코딩, 해커와도 같은 예술적인 제작 방식을 사용하며, 문화 소비에 대한 현대인의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전복하고자 한다. 그는 무대 뒤에서 일명 ‘크리에이티브 용병’으로 활동하며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유명 인사에게 컨설팅 및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이전 협업 앨범인 [STROBE.RIP]은 라이브 공연과 설치, 비디오, 실물 제품 등의 광범위한 시리즈로 일부로써 제작되었다. 암네시아 스캐너라는 듀오는 계속해서 이 그룹을 온라인과 현실에서 실험을 통해 재정의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목표하였고, 이러한 목적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일환으로 앨범이 발매되었던 것.
이번 앨범 [HOAX]의 가장 특별한 점이라면 2-disc 형식이라는 점. 이는 단순히 정규 트랙과 리믹스가 함께 발매된 형태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특히나 돋보인다. 오히려 두 개의 미러링 된, 서로를 강화하거나 반대로 해체하는 기록으로 펼쳐지는 경험에 가깝다. 첫 번째 디스크에 해당하는 트랙들이 과잉된 표현과 맥시멀리즘에 가까운 소리를 들려준다면, 두 번째 디스크에서는 그에 대척점에 있는 드론화(drone-ification) 된 패턴과 숨겨진 움직임들이 담겨있다. 이를 통해 청자는 [HOAX]의 잠재적으로 인코딩된 레이어에 더 깊이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
프리카 텟은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의 유비쿼터스 기술을 이 “음악 거부” 실험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주변 소음을 제거하려는 욕구를 음악 자체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주변 소음 제거를 위해 가상공간 시뮬레이션을 만들고 스펙트로그램 이미지에 노이즈를 추가하는 등의 독창적인 기법을 사용했다고. 이러한 이중 음반 프로젝트는 음악과 창의성에 대한 신랄한 논쟁을 통해 포스트 디지털, “포스트 암호화-AI 유토피아-인류세”의 상태에 있는 현시점에서 예술가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앨범의 정식 발매에 앞서 “AS Disco”와 “AS Over”는 비주얼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선공개된 바 있다. “AS Disco”에서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섬광효과가 극대화된 텍스트가 주가 된다면, “AS Over”에서는 AI로 제작된, 떠돌아다니는 비닐봉지의 이미지가 반복해서 등장하며 심상을 끌어낸다.
[HOAX]는 LP 및 디지털 음원으로 발매되었으며, PAN 공식 웹사이트와 암네시아 스캐너의 밴드캠프에서 구매할 수 있다. 지금 프리카 텟과 함께 작업한 모든 LP를 프리오더할 수 있는 링크 역시 암네시아 스캐너의 밴드캠프에 공개되었다고 하니, 암네시아 스캐너와 프리카 텟이 함께 제시하는 현재의 예술이 궁금하다면 놓치지 말도록 하자.
Amnesia Scanner 밴드캠프 계정
Amnesia Scanner 인스타그램 계정
Freeka Tet 인스타그램 계정
PAN 공식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