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츠네 미쿠 보컬로이드를 활용하는 스크리모 뮤지션, that same street 내한

보컬로이드의 대명사격 캐릭터 하츠네 미쿠(Hatsune Miku). 그를 두고 더 이상 오타쿠의 전유물이라 말하는 이가 있을까. 이미 치솟을 대로 치솟은 명성과 거대한 스크린 앞에 무수한 군중을 불러 모으고 그들을 뛰게 하는 모습은 여느 저명한 뮤지션과 다름없다. 올해는 무려 코첼라 무대에도 등장한 미쿠는 이제 가히 슈퍼 스타라 할만하다.

그러나 미쿠가 여전히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만큼, 그를 활용한 2차 창작 움직임 역시 무한히 이뤄지고 있는데, 그 움직임은 역시나 미쿠가 태동한 일본 음악 시장에서 활발하다. 그리고 그 창의적 움직임의 중심에는 언더그라운드 신의 스크램즈(혹은 스크리모) 뮤지션 댓 세임 스트리트(that same street)가 있다. 미쿠와 함께하는 감성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사운드를 앞세운 댓 세임 스트리트는 특유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독특한 무대장치로 북미권역 인터넷 등지에서 주목받고 있다.

마침내 그가 다음 달 7일과 8일 을지로의 ACS와 신도시 찾아 강렬한 사운드를 하사할 예정이다. 그를 서포트하기 위해 ‘baan’, ‘Saiki Toshio’, ‘Cultgazer’, ‘기나이직’이 함께한다. 오직 육신과 영혼을 내다 버릴 자들만을 환영할 두 공연에 앞서 댓 세임 스트리트와 담화를 나눴다. 공연으로 떠나기 전 그의 이야기를 함께 음미해 보자.

“너희 -스크램즈- 밴드 귀엽네, 근데 다같이 건물에서 뛰어*** 훨—씬 더 귀여울 것 같아” 

(that same street 밴드캠프 소개글 중)

댓 세임 스트리트를 처음 만나는 한국 관객들에게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반갑다, 덱스(Dex)라고 한다. 하츠네 미쿠와 함께 댓 세임 스트리트라는 스크램즈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동시에 모레루(moreru)라는 밴드에서 드럼을 치고 있다. 또 다크 인페르노(Dark Inferno)라는 동방 프로젝트 어레인지 서클도 운영 중이다. 댓 세임 스트리트는 보컬로이드가 아름다운 멜로디를 부르고, 제가 절규로 그걸 엉망으로 만드는 것, 그게 전부다.

댓 세임 스트리트라는 이름의 의미가 궁금하다. 혹시 ‘Flowers Taped To Pens‘의 동명의 곡에서 영감을 받은 것인지?

맞다! 원래 이름 짓는 것을 잘 못하는데, 스크램즈 장르에서 가장 위대한 밴드 중 한 팀인 ‘Flowers Taped To Pens’의 명곡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가 정말 멋지니 모두 꼭 한 번 봤으면 좋겠다.

Flowers Taped To Pens – that same street

보컬로이드를 활용하는 아티스트들은(ex. mikgaze) 보통 자신의 목소리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던데, 어떤 계기로 하츠네미쿠와 스크램즈를 결합한 ‘mikramz’를 시작하게 되었나.

원래 댓 세임 스트리트와는 별개로 보컬로이드 곡을 만들고 있었는데, ‘좋은 멜로디와 절규가 동시에 울려 퍼지는 음악이 가장 아름답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두 가지를 결합하게 됐다.

최근 EP [mikramz]를 발매했다. 앨범을 만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이전 EP [Endgame]에서는 전자음악적인 접근을 많이 했었는데, 그 방향성에 조금 질려버려서 다음 작품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때 사오신(Saosin)과 포어그라운드 이클립스(Foreground Eclipse) 같은 스크리모 밴드의 작업물을 듣고는, “이거다!”라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

멜로디. 항상 ‘좋은 곡’을 만드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좋은 곡’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바로 뛰어난 멜로디라고 생각한다.

음악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장르, 아티스트에게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데 댓 세임 스트리트에게 가장 영향을 준 아티스트가 있다면 누굴까. 그리고 최근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아티스트도 궁금한데.

댓 세임 스트리트를 구성하는 큰 요소인 ‘스크램즈’와 ‘보컬로이드’라는 두 장르로 나누어 생각해 보면 먼저 스크램즈에서는 역시 ‘Flowers Taped To Pens’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현재 ‘5th wave emo’나 베드룸 스크램즈(bedroom skramz)의 흐름 전체가 그들의 영향 아래 있으니까. 눈여겨보고 있는 아티스트로는 일본의 이모 오타쿠(emo otaku)를 꼽고 싶다. 위대한 인물이다. 보컬로이드 쪽에서는 ‘나유탄성인(NayutalieN)’을 정말 좋아한다.

올해 여름, ‘your arms are my cocoon’, ‘godfuck’과 함께 북미 투어를 다녀왔다. 외국인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 요즘 일본의 언더그라운드 신(Scene)은 세계적으로 또 다른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로컬 아티스트로서 자국의 언더그라운드 신을 바라보는 입장은 어떤가.

조금 복잡한 상황이라 답변이 길어질 수 있겠다. 실험적인 전자음악 신에서는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스크램즈를 포함한 하드코어 신에서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의 언더그라운드 전자음악 신은 현재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최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수많은 멋진 아티스트들이 있고, 그를 즐기는 많은 청중이 존재한다. 하지만 스크램즈 같은 하드코어 신에서는, 미국 투어 중 확연한 차이를 느꼈다. 스크램즈 밴드의 공연에 맞춰 모쉬하고 광란의 춤을 추는 고등학생이나 고스걸들의 모습은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으니까. 앞으로 일본에서도 이런 활발한 신이 태동하기를 바라며, 언더그라운드 하드코어 밴드들이 이름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적절한 과정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

앨범아트나 머천다이즈에 사용하는 그래픽 아트 역시 굉장히 귀엽다. 본인이 직접 디자인하고 있나?

귀엽지 않나! 모레루의 멤버인 이와모토 유키토나 내 여동생이 디자인해주고 있다.

that same street 인스타그램 계정
ACS 인스타그램 계정
신도시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 장재혁
Interviewer | 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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