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과 일상을 음악으로 녹여내는 뮤지션, 최성

뮤지션 최성. 그는 과거 이클락, 검은 해적단, 한국사람 등 다양한 이름으로 활동하며 힙합, 클래식, 앰비언트 등 장르를 넘나들었다. 음악을 통해 감정을 진솔하게 기록하고 청자에게 전하는 아티스트로, 마치 감정 기록 보관소와도 같은 그의 디스코그래피는 청자들에게도 강렬한 공감과 울림을 선사했다.

최성은 최근 앨범 [PAGAN]을 공개했다. 이 앨범은 그가 경험하고 느낀 사회적 통념, 감정적 충돌,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일반화된 시선을 허무는 작업을 담고 있다. 힙합 장르를 기반으로 활동했지만, 이러한 시선 또한 벗어나려는 듯, 사이키델릭, 슈게이징, 일렉트로닉 사운드 등 다양한 요소를 접목한다.

이하는 최성과 나눈 짧은 담화문이다. 힘 있는 답변과 그의 보금자리인 경복궁 인근 서촌의 평화로운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그의 음악과도 맞닿아 있는 듯했다. 인터뷰 촬영을 위해 전자 악기 세팅을 부탁하자, 그는 세팅을 마친 뒤 현장에서 앰비언트 라이브를 연주했는데, 그 음악은 최성의 공간을 가득 채우며 그의 고요한 일상과 하나로 이어지는 듯했다.


초기에 힙합에 집중했던 이유와 클래식이나 앰비언트 등 다른 장르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어떤 개인적인 동기가 있었나?

어렸을 때부터 그림, 피아노, 바이올린을 배우며 자랐고, 부모님이 들려주신 음악 또한 매우 다양했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어머니의 차 안에서 지누션, 서태지, 자우림 같은 음악부터 SG워너비와 같은 발라드, 그리고 그랜드캐니언 원주민들의 음악까지 접했다. 또한, 집에서는 클래식을 자주 들으며 성장했다. 덕분에 특정 장르에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힙합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당시 오버클래스, 스윙스의 Mixtape, 릴 웨인(Lil Wayne)과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힙합이 단순히 멋을 부리고 겁을 주는 음악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원래 글을 쓰고 싶었다.

음악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한다고 들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심리적 변화를 경험하나? 이러한 과정이 창작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나?

어떤 감정을 노래로 표현하려고 할 때 대개 가사를 쓰는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을 통해 감정을 글로 정리하며 스스로를 더 깊이 탐구하게 되고, 이는 1차적으로 감정의 해소를 가져오는 듯하다. 이후 정리된 가사를 감정을 담아 노래로 부르는 것은 2차적인 해소로 느껴진다. 작업을 마친 후에는 마치 그 노래 안에 내 감정을 덜어내어 보관해 둔 듯한 기분이 들곤 한다. 작업 후 후련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곡에는 내 감정, 생각, 기억 등을 고스란히 담아 기록하려는 마음으로 임한다. 이렇다 보니 작업할 때 진실된 감정을 기반으로 할 때가 많다. 매우 화가 났다거나, 슬프거나, 행복할 때 말이다. 이러한 방식의 장점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곡으로 풀 때 진도가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것이지만, 단점으로는 외주나 외부 작업에서는 몰입하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된다는 점이 있다.

‘선’ 크루와 협업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하게 된 계기와 그 경험이 음악적 시야를 어떻게 확장시켰는지에 대해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우리는 각자의 적절한 시기에 자연스럽게 모였고, 모두가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루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중문화예술적인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다. 선 크루 덕분에 다양한 시도를 수용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생긴 것 같다. 예를 들어, 한남파인드라는 곳에서 DJ 셋을 맡게 된 경험이 있다. 나는 DJ라는 것이 어느 정도 숙련도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했기에 두려움이 있었지만, 크루 멤버들의 지지로 시도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하면 뭐라도 된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게 되었고, 이후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도 손을 뻗어 보게 되었다.

앨범 [PAGAN]는 사회의 통념과 감정적 충돌을 음악적으로 표현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사회적 통념을 깊이 탐구하기보다는 내 삶에서 느낀 감정들을 솔직히 담으려고 했다. 이는 내가 사회를 벗어나 살 수 없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번 앨범은 30살이 된 대한민국 한 사람의 넋두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일상에서 즐기는 취미가 음악 외의 창작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 특히 그림이나 글쓰기에 어떻게 접근하는지도 이야기해줄 수 있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내 세상을 채우고 싶어 한다. 음악도 그런 요소 중 하나이다. 음악 외에는 식물을 기르는 것을 좋아하고, 사진을 찍는 것과 희귀한 소품을 수집하는 것도 즐긴다. 나는 어떤 일이든 그것이 나에게 일처럼 느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림이나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전시나 출판의 목적이 있어도 작업하는 동안에는 그 목적을 머릿속에서 지우려고 노력한다. 과거에 ‘개는 목적지보다 앞을 보고 달리기 때문에 더 오래 달릴 수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나에게는 많은 영감을 주었다.

음악을 통해 표현되는 자신과 일상에서의 자신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느끼나? 이 두 이미지를 어떻게 조화롭게 관리하나.

활동 초창기에는 괴리감이 컸다. 예를 들어, 가족들과 함께 살며 방에서는 가족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음악을 만들다가도 저녁에는 함께 밥을 먹으며 웃곤 했다. 이러한 상황이 나름 괴로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또한 나 자신임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이제는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뒤에서 비판할 수도 있고, 앞에서는 잘 대해줄 수도 있는 것이 나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앞으로 음악적으로 더 탐구하고 싶은 분야나 실험하고 싶은 새로운 장르가 있다면? 이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나.

나는 아직 모르는 영역들을 탐험해 보고 싶다. 이미 장르라는 이름이 붙은 것들도 내가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그 순간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것 같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내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봐라’이다. 그것이 설령 보기 좋지 않더라도, 좋은 선례든 나쁜 선례든 모두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음악 외에 다른 예술 형태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것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다른 예술 형태와의 융합은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영상이나 브랜드를 제작하며 음악까지 하는 사람들을 보면 큰 감명을 받는다. 표현의 모든 형태는 서로 연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아티스트로서 달성하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가 있니?

‘아티스트’라는 단어는 아직 나에게 조금 쑥스럽게 느껴진다. 나는 생각으로만 존재하던 것을 실체화하는 모든 작업이 창조와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 그림, 대화, 글 등 모든 표현은 창조적 행위에 포함된다. 이러한 창조적 행위는 우리의 삶을 무의식적으로 그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고 믿는다. 나 역시 이러한 창조적 행위를 통해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더 나은 환경으로 바꾸고 싶다. 예술 자체의 가치와 목적도 중요하지만, 나는 예술이 여전히 나에게 재미있는 놀이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최성 인스타그램 계정


Editor │황선웅
Photographer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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