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재형이 구멍이 송송 뚫린 발망(Balmain) 티셔츠를 입고 TV에 출연했을 때 대중의 반응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발망이라는 브랜드가 아직은 낯설던 그때지만 얇디얇은 티셔츠와 거기에 더해진 ‘데미지 가공’이 과연 45만 원의 가치가 있는지 온전히 이해하기는 분명 쉽지 않았다. 공을 들여 정성스레 만든 모든 물건은 그에 상응하는 가격을 지니기 마련이지만, ‘어째서?’라는 물음 또한 지우기 힘들다. 브랜드값이 더해진 높은 가격의 의류가 한두 벌이 아니거니와 굉장한 팬덤을 형성하는 브랜드 역시 넘쳐나는 지금의 패션 시장이다. 그리고 여기 감성의 끝판왕, 비즈빔(Visvim)이 또 한 번 엄청난 일을 해냈다.
소자본으로 시작한 개인 브랜드가 어떤 위치에 오르게 되면 다양한 시도를 시작한다. 이전까지 길단(Gildan), 프롯 오브 더 룸(Fruit of the Room) 따위의, 대량으로 생산되는 무지 티셔츠 위에 날염으로 그래픽을 새겼다면, 슬슬 자체적으로 티셔츠를 제작해 더 좋은 질의 의류를 제작하는 데까지 욕심이 뻗친다.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다양한 시도가 브랜드를 점점 발전하게 하는 긍정적인 절차이지 않을까.
이런 면에서 비즈빔은 실로 대단한 브랜드다. 스노보드의 명가 버튼(Burton)에서 익힌 탄탄한 기술과 디렉터 나카무라 히로키(Nakamura Hiroki)가 전 세계를 여행하며 얻은 영감을 결합한 의류. 실로 히로키라는 인물을 그대로 투영, 응축한 브랜드가 바로 비즈빔이다. 이런 브랜드에 감성이 없다면 그거야말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겠지. 그리고 이번에 비즈빔이 3개들이 한 팩의 무지 티셔츠를 발매했다.
이 세 장의 티셔츠 가격은 398달러. 세계 최고의 명품 코튼을 만들어내는 이집트의 기자(Giza) 면을 사용해 비즈빔 특유의 ‘존나’ 정교한 제조공정을 거친 티셔츠의 가격이 398달러다. 한 장만 산다고 해도 16만 4천 원쯤 하는 셈이다. 무지 티셔츠에 어떤 정교한 제조공정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자 면을 사용한 무지 티셔츠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회사에서는 장당 32달러의 가격에 기자 면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400달러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헤인즈(Hanes) 티셔츠를 100장 정도 살 수 있다(기자 면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하루 대충 입고 쓰레기통에 던져도 100일간 새하얀 티셔츠를 입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이 기자 코튼으로 된 비즈빔 무지 티셔츠, 입는 순간 젖어드는 감성에 뜨거운 눈물이 흐를 것만 같은 이 티셔츠를 갖고 싶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비즈빔을 사랑해 마지않는, 자신과 같은 사이즈의 옷을 입는 세 명의 친구와 133달러씩 돈을 걷어 1장씩 나눠 입는 방법과 구글에 Giza Cotton T shirt를 검색, 기자 코튼 티셔츠를 구매한 뒤 정성을 다해 원작의 지그재그 디테일을 직접 새겨 넣는 것. 무엇이 현명한지는 잘 모르겠다. 비즈빔 무지 티셔츠는 하단의 웹스토어에서 판매 중이다. 과연 어떤 옷일까? 평생 입어볼 일이 없을 것 같아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