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나 말썽꾸러기는 존재하기 마련. 그건 신사의 나라 영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실제 스킨헤드, 훌리건, 차브가 처음 태어난 곳 역시 영국이 아니던가. 다양한 의복에서 파생한 이 문제아의 역사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때는 1950년대, 런던의 뒷골목에 마치 과거로 회귀한 듯한 1910년대 의복을 착용한 젊은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일컬어 테디 보이(Teddy Boy)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테디란 1901년부터 1910년까지 영국의 국왕이었던 에드워드 7세의 애칭이었다. 이 시기 의복을 흉내 내 롱 재킷, 슬림한 팬츠, 뾰족한 구두를 신기 시작한 것. 다른 말로 에드워디안 룩(Edwardian Look)이라 불리며, 당시 런던의 하위문화의 한 축을 이끌었다. 이러한 테디 보이의 여성판이 바로 테디 걸(Teddy Girl)로 짧은 타이트 스커트에, 끝이 뾰족한 하이힐, 풍성한 파마로 멋을 낸 헤어스타일이 그녀들의 정체성을 대변했다.
1950년은 영국의 저명한 영화감독 故 켄 러셀(Ken Russell)이 대학에서 사진을 배우던 시기와도 겹치는데, 이때 러셀은 뒷골목, 빈민가의 테디족을 대상으로 많은 사진을 남겼다. 한참 다양한 브랜드의 스포츠웨어가 제작되고 있던 시점, 40년을 거슬러 올라간 이 패션은 반항적인 영국의 젊은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실제 지금 입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복장은 복고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세련됐다. 전후 경직된 영국 사회에서 여성의 전통적인 역할을 당당하게 거부한 영국 최초의 걸갱, 테디 걸은 왠지 모르게 멋져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