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베드는 인터넷에 표류하는 한국 음악을 찾아 큐레이팅하는 사이트다. 전자음악부터 힙합, 훵크, 록, 포크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아티스트를 소개함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들이 큐레이팅한 십여 곡의 음악을 매달 VISLA Magazine에 소개한다.
1. Kim Kate – “Sagittal Club (LOBOTOMY Remix)
허니 배저 레코즈(Honey Badger Records)는 최근 ‘Boiler Room Seoul’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 JNS가 설립한 레이블이다. 소속 아티스트인 킴 케이트(Kim Kate)의 “Sagittal Club”을 영기획(YOUNG, GIFTED & WACK)의 로보토미(LOBOTOMY)가 리믹스했다. 원곡보다 더 부해진 드럼과 저지 클럽의 구성, 곳곳에 삽입된 소스는 그간 로보토미의 트랙에서 볼 수 있던 센스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부분. 그의 정규 앨범 [LEMON]은 여전히 소식이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반갑다. 킴 케이트의 원곡 역시 허니 배저 레코즈의 사운드클라우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종현 – Deja-Boo(IMLAY Remix)
파티 크루 서브비트(SUBBEAT)와 함께 하고, SM 스테이션에 편곡으로 참여하며 활발한 모습을 이어나가고 있는 서울의 젊은 프로듀서, 임레이(Imlay). 그가 샤이니(SHINEE) 종현의 곡 “Deja-Boo”를 리믹스했다. 원곡에 사용된 훵크 기타와 베이스를 적절히 사용한 인트로를 지나면 곡은 순식간에 퓨처 베이스로 변모한다. 곡의 원래 주인인 종현의 외모만큼이나 달콤하고 시원시원한 곡.
3. 야광토끼 – Room314 (Feat. Mark Redito)
데미캣(Demicat), 스멜스(Smells)를 비롯해 다양한 아티스트의 곡에 참여하고, 사운드클라우드에서도 그 특유의 색으로 주목받은 야광토끼의 “Room314″는 나긋나긋한 보컬과 잔잔한 분위기로 한여름 밤의 무드를 그려낸다. 한편, “Daytime Disco”에서 이미 함께한 적 있는 마크 레디토(Mark Redito, 구 Spazzkid)가 피처링으로 참여하며,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한편, 야광토끼의 앨범 [Stay Gold]는 그의 밴드캠프에서 스트리밍, 구매할 수 있다.
4. FIRST AID – [Back To The Innermind]
발티모어에서 시작된 전자음악 레이블, 노이지 메디테이션(Noisy Meditation)을 통해 발매된 퍼스트 에이드(FIRST AID)의 [Back To The Innermind]는 7개의 트랙, “Day 1″부터 “Day 7″까지 마치 일련번호 같은 제목, 그리고 드럼 앤 베이스(Drum And Bass)라는 명확한 특징을 지닌 앨범이다. 제목으로만 유추한다면 일주일간의 명상과도 같은 느낌을 음악 안에 담았을 것 같다. 실제로 들어보면 드럼 앤 베이스라면 빠질 수 없는 드럼 리프와 그 위를 부유하는 듯한 사운드로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5. Beautiful Disco – “HalfRmmrdDreems (DAYDREEMS) (Viann Remix)”
뷰티풀 디스코(Beautiful Disco)가 “HalfRmmrdDreems (DAYDREEMS)”를 공개하며 기지개를 켰다. 이후 그가 속한 수퍼프릭 레코즈(SuperFreak Records)는 이 곡을 가지고 [HalfRmmrdDreems [DAYDREEMS] Remix Pack]을 공개했는데, 그중 비앙(Viann)의 곡을 소개한다. 원곡이 철저히 샘플링의 질감을 지닌 힙합에 집중했다면, 비앙의 리믹스는 조금 더 현재 메인스트림에서 쓰이는 구성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재밌는 건 콴돌(Quandol)과 DJ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로 추정되는 멘트다. “대망의 비트를 공개합니다.”, “소름이 돋았어요.”와 같은 이야기는 뷰티풀 디스코를 향한 비앙의 트리뷰트일 것이다.
6. Autolaser & PLS&TY – Hiding From The Rain(BRLLNT Remix)
최근 올모스트90(Almost90)라는 단체를 만들고, 퓨트 디럭스(Pute Deluxe)에도 합류한 브릴리언트(BRRLNT)의 리믹스는 전형적인 알앤비 스타일의 보컬과 유려한 멜로디의 피아노, 퓨처 베이스와 펑키한 신디사이저가 적절히 섞이는 두 가지 순간을 듣는 이에게 제공한다. 다만 어딘가 심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건 조그마한 흠.
7. Slug Christ – Honja (Feat. Keith Ape) (Glam Gould Remix)
글램 굴드(Glam Gould)는 최근 베가스 트립(Vegas Trip)이란 단체를 만들고, 이태원에 위치한 신도시에서 첫 번째 파티를 마쳤다. 그가 슬러그 크라이시스트(Slug Christ)의 “Honja”를 리믹스한 트랙을 소개한다. 원곡이 가진 비장함은 조금 사그라들었지만, 그 익살스러움은 유지한다. 앞서 언급한 브릴리언트와 더불어 장래가 기대되는 단체, 프로듀서다.
8. June One Kim – Dazed
글렌 체크(Glen Check), 얼터 이고(alter Ego) 등 준원(June One)을 수식할 단체는 매우 많으며, 더 베이스먼트 레지스탕스(The Basement Resistance) 역시 그중 하나다. 이를 통해 공개한 “Dazed”는 “Rave Before We Die”, “Working!”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사람 목소리와 테크노 혹은 트랩 기반의 리듬 등에서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있다. 위의 세 트랙과 함께 들어보면 준원이 생각하는 레이브(Rave)가 무엇인지 어림잡을 수 있을 듯하다.
9. Kwangjae Jeon & Han – Hold Your Hand
https://soundcloud.com/hexwhite/kwangjae-jeon-han-hold-your-hand
“Hold Your Hands”는 노 아이덴티티(No Identity)를 중심으로 모인 크루, 헥스 화이트(Hex White)의 컴필레이션에 수록된 곡이며, 크루 멤버 전광재와 한(Han)이 참여했다. 전체적으로 중심이 되는 소스가 없이, 이펙트가 잔뜩 걸린 드럼과 목소리, 피아노 등으로 곡을 이끌어 나간다. 듣는 이에게 장르적 쾌감을 선사하기보다는, 특정한 감정 전달에 그 목적을 둔 곡.
10. Theoria – Collision (Kim Kate Edit)
https://soundcloud.com/kimkate/theoria-collision-kim-kate-edit
가장 앞서 소개한 곡이 허니 배저 레코즈 소속 뮤지션의 곡을 영기획 소속 뮤지션이 리믹스했다면, 이번엔 그 반대다. 영기획 소속 프로듀서 띠오리아(Theoria)의 곡, “Collision”을 킴 케이트가 에디트한 것. 여유롭던 원곡은 잘게 쪼개진 리듬과 빠른 진행, 그라임 혹은 게토의 색을 짙게 띠고 있다. 사운드클라우드라는 포맷의 등장 이유 중 하나가 아티스트 간의 활발한 교류였던 만큼, 이런 방식의 리믹스가 잦아지고 있다는 점은 음악 애호가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11. Akimbo – Flute Worship
아킴보(Akimbo)가 한국 전통 음악을 재해석한다는 취지 아래 공개한 “Flute Worship”. 각 악기의 정확한 이름을 알 순 없지만, 그 색이 서양의 드럼 머신과 섞였을 때도 큰 이질감이 없다는 게 재밌다. 최근 하위 리(Hawie Lee)를 위시한 중국의 프로듀서들이 유사한 시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단 점을 고려한다면, 국내에서도 꽤 재밌는 흐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12. KOHO – I’LL DIE 4 U
싱어송라이터 고호(KOHO)는 신세하(Xin Seha), 시마호이(Simahoy), 이다흰 등, 실력 있는 뮤지션들과 함께하며 두각을 서서히 나타내는 중이다. 그런 그의 새 믹스테입 [I’LL DIE 4 U]은 조금은 미숙한 모습이지만, ‘고호’라는 아티스트가 가진 색을 이해하기엔 부족하지 않다. 좋은 여성 솔로 보컬리스트들이 여럿 등장하는 최근의 흐름 속에서, 몇 년 안에 고호의 이름이 그사이에 껴있을 거라 예상해본다.
13. Eaeon – Drug (THE FAKE PLACE Remix)
‘제4회 암페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던 더 페이크 플레이스(THE FAKE PLACE)는 딘(DEAN), 지코(Zico), 롤러코스터(Rollercoaster) 등 다양한 뮤지션의 리믹스 트랙을 사운드클라우드에 공개하며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장르는 다운 템포를 기반으로 한 트립합, 앰비언트 부류의 음악이 주를 이룬다. 그가 이이언(eAeon)의 “Drug”을 리믹스한 것 역시 비슷하다. 그의 음악이 더 궁금하다면, 그의 셀프 타이틀 앨범인 [THE FAKE PLACE]를 들어보자.
14. 75A – MAN RAY SYSTEM (Demo)
75A는 후쿠시 오요(Fuckushioyo)와 그레이(Graye)의 프로젝트 그룹이다. 지금까지 몇 번의 공연을 진행했고, 몇 개의 곡을 공개했다. 그리고 그들의 정규 앨범이 베일을 벗을 준비중이다. “MAN RAY SYSTEM (Demo)”는 그중의 하나. 후쿠시 오요의 몽환적인 보컬과 예쁘장한 그레이의 신디사이저가 인상적이다. 물론 이 곡만으로 그들의 음악 전체를 대변할 순 없지만, 적어도 그 색을 엿볼 순 있을 듯하다.
15. Rihanna – Bitch Better Have My Money (:Brushe Remix)
리아나(Rihanna)의 “Bitch Better Have My Money”를 다양한 색깔로 재해석한 곡은 너무나도 많다. 이 리믹스에도 사용된 퓨처 베이스라는 장르가 자주 사용되는 코드나 스타일이 명확한 만큼, 기준은 음악적인 분석보다는 결국 ‘귀에 듣기 얼마나 좋은가?’로 귀결되기 마련. 그런 의미에서 :브러쉬(:Brushe)의 리믹스는 나름 성공적이다. 디자이너(Desiigner)의 목소리를 사이사이에 추가하고, 후반부의 변주, 일본색이 진하게 나는 소스에서 특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