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흐랍 후라(Sohrab Hura)는 인도 태생의 사진작가다. 그는 2014년, 세계적인 사진가 집단, 매그넘(Magnum Photos)에 정식 회원으로 발탁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인도 출신 작가로는 1977년 이후 두 번째. 수많은 예술가가 그렇듯, 소흐랍 후라는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세계관을 구축했다. 그가 열일곱 살 때인 1999년 여름, 그의 어머니는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증세가 악화되면서 자연스레 지인들의 왕래도 끊겼다. 그녀의 편집증적 증세는 온 집안 벽을 벗겨내기에 이르렀고, 벗겨진 페인트처럼 고이 간직한 삶의 흔적들도 하나둘씩 지워져 나갔다. 이때부터 소흐랍 후라의 사진은 큰 변화를 겪는다. 외부와 단절된 가족. 어머니와 개 한 마리만 덩그러니 남은 집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것이다.
주로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를 찍으며 보도 사진 기자로 활동하던 그가 돌연 개인적인 삶을 추적하게 된 데는 물론, 여러 계기가 있겠으나 아무래도 어머니의 병세가 가장 크게 작용했을 터다. 저널리즘에 심취한 사진작가들이 으레 빠져드는 번뇌 같은 것. 그 역시 타인의 고통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위선을 느꼈던 건 아닐까. 진실한 자신의 삶으로 들어가는 통행증은 바로 아버지가 떠난 뒤 고통만이 남은 집이었다. 밀란 쿤데라가 발표한 소설과 동명의 사진집, ‘Life is Elsewhere’에는 이러한 작가의 내면적 변화가 담겨 있다. 진정한 삶은 어디에? 이 질문에 그가 내린 답은 어머니였다. 어머니와 자신은 생각보다 더 깊고 끈끈하게 이어져 있었다.
그녀가 계속해서 파괴적인 행동을 반복할 때도 자신을 향한 사랑은 한순간도 변하지 않았다고 작가는 회고한다. 그는 사진에서 어머니가 어머니 그 자체로 보이길 원했다. 그것은 ‘훈련된’ 사진작가가 촬영한 어머니가 아닌 아들로서 ‘엄마’를 그린 것. 친구들이나 자신의 여행을 기록한 다른 사진에는 매혹적인 이미지를 창출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역력하지만, 유독 가족을 찍은 사진만큼은 정직하며 특별한 기교 역시 느껴지지 않는다.
소흐랍 후라는 이렇듯, 저널리즘 사진에서 어머니와 가족, 친구들로 잠시 방향을 틀었다. 몇 년의 여행에서 결국, 내면의 평화를 찾은 걸까? ‘Life is Elsewhere’의 연장선에 있는 사진집 ‘Look It’s Getting Sunny Outside!!!’는 기존의 흑백 사진에서 벗어나 총천연색 실로 어머니를 감는다. 그녀의 병세가 호전되는 이 시기가 두 모자(母子)에게는 겨울을 지나보내고 다시 봄을 맞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2014년, 13년의 세월을 어머니와 함께한 개 엘사(Elsa)가 하늘로 떠났다.
소흐랍 후라는 이제 다시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 인도 농촌의 삶을 비롯해 다양한 삶을 기록한다. 그의 발길이 닿는 곳은 여전히 깨끗하고 잘 포장된 도로가 아니지만, 처음 보도 사진 기자로 발 들였던 시절과는 사뭇 다른, 더는 번민이 없는 발걸음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제 그 무엇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 유일한 단 하나의 증거는 그의 강렬한 감정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