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컬렉션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는 슈프림(Supreme), 그 다채로운 정규 컬렉션만으로도 전 세계 스트리트웨어 신(Scene)을 술렁이게 하지만, 그보다 더욱 화제가 되는 것은 역시 넓은 영역에 걸쳐있는 그들의 협업 컬렉션이다. 전 세계 스니커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나이키(Nike)와의 지속적인 협업은 물론,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스톤 아일랜드(Stone Island) 등등 스케이트보드, 스트리트웨어의 범주를 넘어선 그들의 협업은 슈프림이라는 브랜드의 거대한 팬덤을 지속하게 하는 또 다른 원동력이다.
허나, 그들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슈프림은 주변의, 혹은 그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아티스트에게까지 손을 내밀어 그들의 위대한 작품에 빨간 박스로고를 박아버린다. 그 작품 대개는 거칠고 키치하며 파격적이다. 그리고 이것은 슈프림의 자신의 브랜드를 정의하는 또 다른 방식이기도 하다. 슈프림은 18 F/W 컬렉션에 미국 디트로이트 출신의 현대 비디오, 설치미술가인 마이크 켈리(Mike Kelley)를 불러들였다. 마이크 켈리의 작품은 미국의 대중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대중과 대중문화가 가지는 관계의 친숙함보다는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나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 가족과 학교 등 현대인의 삶에 너무도 당연시되고 익숙한 가치에 대한 타당성을 계속해 의심했다.
이번 슈프림과의 협업에서는 그가 1987년 발표한 ‘More Love Hours Than Can Ever Be Repaid’와 91년작 ‘Ahh… Youth!’로 작품의 주체는 모두 동물 인형이다. 이는 마이크 켈리의 유년 시절로의 역행에 대한 집착과 함께 긴 시간 서양 전통과 예술의 기준으로 정의되어 온 고급예술과 키치함으로 대표되는 저급예술의 경계를 거부하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더불어 미국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남성의 성기로 묘사한 ‘Reconstructed History’는 학창시절 낙서를 예술로 형상화, 미국 역사에 대한 극적인 논평을 제공한다.
슈프림이 왜 이번 시즌 마이크 켈리를 주목했을까, 사실 이러한 의문과 추측은 이미 지구상 스트리트웨어 마켓의 우두머리를 차지한 슈프림에게 어떠한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제작한 각종 옷에 그들을 대변할 수 있는 아티스트, 작품을 담아내고 스스로의 만족감과 유희를 얻는 것이다. 슈프림이 아니라면 그 누가 마이크 켈리의 작품을 옷에 담아내며, 그 누가 슈프림 로고 따위가 새겨지지 않은 마이크 켈리의 옷을 입을까. 지금도 꾸준히 양성되는 슈프림 추종자는 슈프림 덕분에 앤디 워홀(Andy Warhol)이 아닌 미국을 대표하는 또 다른 팝아티스트를 알았다는 것, 또는 마이크 켈리 작품을 멋들어지게 입을 수 있는 색다른 큐레이션을 제공했다는 사실에 슈프림이라는 브랜드가 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