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래퍼 이웬 스펜서(Ewen Spencer)는 지난 수십년간 영국의 생생한 유스 컬처(Youth Culture)를 렌즈에 담아왔다. UK 개러지(UK Garage), 그라임 신(Grime Scene)의 성장을 함께해 온 그가 최근 디제이 알베르토 구엘리니(Alberto Guerrini)와 새로운 프로젝트의 출간 소식을 전했다. 이들의 젊음이 온전히 담겨있는 프로젝트 “하드코어 소울(Hardcore Soul)”은 90년대 영국의 노던 소울(Northern Soul)과 개버(Gabber) 신을 품는다.
이웬 스펜서는 과거 영국의 문화를 바꿨다고 평가받는 더 페이스(The Face)와 슬리즈네이션(Sleazenation) 매거진의 포토그래퍼를 담당한 인물이다. 브라이튼 대학교(Brighton University)에서 에디토리얼 포토그래피(Editorial Photography)를 전공한 그는 졸업 후 곧장 슬리즈네이션에 입사해 UK 개러지 신에 던져졌다. 수많은 매거진이 각자의 영향력을 뽐내던 그 시기에 그는 런던의 파티 문화를 가장 충실히 기록하는 포토그래퍼로 성장했고, 이후 팰리스 스케이트보드(PALACE Skateboards)의 룩북과 사진집 “영 러브(Young Love)” 등을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세월이 쌓이며 어느새 관록의 사진가이자 디렉터의 위치에 올랐지만, 그는 여전히 영국의 하위문화를 탐구하는 일을 놓지 않았다. 2017년, 이웬 스펜서는 알베르토 구에리니를 만나면서 “하드코어 소울” 프로젝트가 점점 그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알베르토 구에리니는 개버 엘레간자(Gabber Eleganza)라는 텀블러(Tumblr) 페이지를 운영하며 하드코어 신과 가깝게 호흡하던 인물이었다. 2011년에 이완 스펜서의 작업물을 처음 접하게 된 알베르토는 그에게 새로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자고 제안했고, 오랜 시간이 지난 2017년에 드디어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당시 그들이 가장 흥미롭게 느끼고 있던 것은 90년대의 하드코어 개버와 노던 소울 신. 대부분 노동자 계급의 젊은이들로 이루어진 이 두 신은 실질적으로 영국의 유스컬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날 그들의 열띤 대화는 공통의 종착역을 발견했고, 이는 자연스레 “하드코어 소울”로 이어졌다.
“하드코어 소울” 노던 소울과 개버의 세계를 한곳에 모은 두 권의 책이다. 80페이지에 달하는 첫 번째 책은 이웬 스펜서의 사진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두 번째 책은 16페이지 정도로 이웬 스펜서와 비디오 설치 예술가 마크 레키(Mark Leckey)의 대담을 담고 있다. 두 책은 초록색 PVC로 감싸져 있으며, 타이포그래피는 영국의 주목받는 아티스트 제이콥 와이즈(Jacob Wise)가, 책의 디자인은 스튜디오 템프(Studio Temp)가 맡았다.
5월 16일로 예정된 “하드코어 소울”의 발매를 앞두고 개버 엘레간자 측은 책의 콘셉트를 전달하는 믹스테잎를 공개하기도 했다. 개버 엘레간자는 “하드코어 소울 믹스테잎(Hardcore Soul Mixtape)”이라는 이름의 이 믹스를 두고 “무한한 디지털 피아노, 긍정적인 멜로디와 함께하는 영원한 희열의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과거 한 행사에서 이완 스펜서는 “내 작업물들이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고,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한 가지는 우리가 모두 한 때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당연히 그 자리에 함께였다”라고 말했다. 비록 사는 나라와 문화는 다를지라도, 우리 모두는 현재 사진 속 그들과 동일한 “젊음”을 살고 있다. 그가 포착한 사진들을 천천히 감상해보시라. 당신도 그들과 한 자리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음이 느껴지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