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좋아하기로 유명한 한국이지만, 술을 논할 때 또 빠질 수 없는 나라가 바로 러시아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사한 국가별 1인당 알코올 소비량으로 벨라루스가 1위를 차지했으며, 몰도바가 2위, 러시아가 3위를 차지했는데, 세 국가 모두 소비에트 연방에 속해있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극한의 추위, 적은 임금 등 그들의 막대한 알코올 소비량에 관한 그럴듯한 근거가 다수 존재하지만, 1인당 18ℓ를 웃도는 그들의 알코올 소비는 역시나 놀랍다.
이러한 소비에트 3국의 술 사랑은 과거 소비에트 연방이 펼친 알코올 방지 캠페인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적당한 오락거리가 없던 그 시절에는 더욱 많은 이들이 여가로 술을 즐겼으리라.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장장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진 ‘안티 알코올 캠페인’은 술로 인한 표준 이하의 작업 능률과 생산량, 범죄와 사고, 저출산을 방지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모두가 열심히 일해 잘살자는 공산주의 국가의 이념상 항상 술은 악마의 음료나 다름없었기에 소비에트 정부는 술의 유해, 위험성을 나타내는 이미지를 삽입한 포스터를 공공장소와 거리 곳곳에 부착함으로 만취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 했다. 허나, 지금의 결과를 보면 그리 큰 효과는 없었던 것 같기도.
아무튼, 당시 소비에트 연방의 내로라하는 디자이너가 집합해 완성한 절주 캠페인 포스터는 우리가 상상하는 경직된 공산주의 사회의 분위기만이 아닌 다소 해학적인 삽화 또한 만나볼 수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더불어, 런던 기반의 그래픽 디자인 하우스이자 출판사 퓨엘 디자인(FUEL Design)은 소비에트 연방의 절주 캠페인 포스터를 모아 ‘ALCOHOL’이라는 제목의 아카이브 북으로도 발간했다. 아카이브 북에서는 다수의 포스터는 물론, 술에 취한 소비에트 연방인의 사진,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냈으니 과거 소비에트 연방의 술 문화를 알고 싶다면, 좋은 참고서로 부족함이 없다. 아래 링크를 통해 구매할 수 있으니 관심이 인다면 방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