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하나의 장르를 파고들어 집요하게 수집 활동을 한 대부분의 컬렉터에게 자신의 컬렉션이란 굉장히 비밀스럽고 개인적인 취향의 집약체다. 조심스레 빗장을 걸어 잠근 채 온전히 자신만의 놀이로 즐길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이들은 자신의 소장품을 타인과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지금부터 소개할 @solitudeofravens 계정의 주인, 알렉산더 B.(Alexandre B.)의 경우가 바로 후자에 해당한다.
일본 사진가 후카세 마사히사(Masahisa Fukase)의 전설적인 사진집, ‘The Solitude of Ravens’에서 따온 계정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solitudeofravens는 알렉산더의 방대한 일본 사진집 아카이브를 소개하는 계정이다.
약 13~14년 전부터 일본 사진가들의 사진집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그는 수집 활동을 정해진 책만 모으는 것이 아닌, ‘열정과 애정으로 끝없이 이어갈 여정’으로 정의할 만큼 퍽 낭만적인 수집가. 수천 권에 달하는 희귀한 자료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들을 골라 정성스러운 설명과 함께 업로드하는 그의 계정은 사진가뿐 아니라 매혹적인 이미지에 목말라하는 수많은 인스타그래머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코 나라하라(Narahara Ikko), 후카세 마사히사, 다이도 모리야마(Moriyama Daido) 등 사진사(史)에 족적을 남긴 다큐멘터리 사진가를 중심으로 폐간된 사진 잡지, 비교적 주목을 받지 못한 여성 사진가 등 다양한 주제를 소개하는 그는 한 장의 유명 작품이 아닌 일본 사진계 전반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종종 스토리 기능을 통해 진행하는 Q&A 세션에서는 사진집 추천 및 수집을 위한 팁을 제공하기도 하니, 그가 이 계정에 들이는 정성과 열정을 짐작할 수 있을 터. 평소 일본의 흑백 다큐멘터리 사진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면, 그의 계정을 필수적으로 팔로우하도록 하자.
이미지 출처 | solitudeofrave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