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glypta’라는 사진집은 사진작가 닉 와플링턴(Nick Waplington)이 소장하고 있던 512장의 미공개 사진들을 보여준다. 사진집을 한 장씩 넘기면 신자유주의의 성장과 몰락을 기록함과 동시에 작가의 경력을 따라가게 되는데, 그는 이 사진집을 두고 “책은 전쟁을 겪은 후 40년 동안 중산층의 삶, 질 높은 교육 및 과학, 진보적 이상과 같은 유토피아를 지향하기 위해 노력한 우리의 모습들을 담았다”라며 설명한다. 책에 담긴 사진은 와플링턴이 처음 언더그라운드 음악 신(Scene)을 접하며 그 안에서 형성된 저항의 움직임에 자극을 받아 촬영한 작업물이며, 사진이 보여주는 클럽의 모습을 모은 진(Zine)의 제작을 목표로 경력이 시작되었다.
닉 와플링턴은 책의 발간에 앞서 “1979년은 파업이 기름에 불을 붙인 듯이 퍼졌고 마치 세상의 끝을 보는 것 같았다. 6주 동안 학교가 문을 닫는 동안 나는 집에서 클래쉬(The Clash)나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을 틀어대며 춤췄는데, 14살이 된 1980년에 처음 카메라를 잡아보며 포스트 펑크 신의 모습을 촬영했고 그것을 친구들과 공유하며 로컬 진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전자음악, 힙합 등의 공연에 갈 때마다 카메라를 지니며 촬영했고, 그것은 예술과 정치적인 방면으로 나아가는 단계를 거쳐 예술학교에 진학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지난 40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나의 ‘여행’에 관한 일부분이다. 독자들이 사진집을 통해 내가 체험한 것을 그대로 경험해보길 권한다”라며 제작 동기와 독자에 대한 메시지를 남겼다.
77펑크가 유행했던 닉 와플링턴의 유년기 시절처럼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격동의 사회에서 아래로부터 발생하는 문화가 동반하는 현상은 사뭇 다르면서도 유사한 면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의 사진집 ‘Anaglypta’를 통해 40년 전부터 현재까지 와플링턴이 접한 언더그라운드 문화들을 간접적이나마 체험해보는 것은 또 다른 진귀한 경험이 될 듯하다.
이미지 출처 | Charcoal Book 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