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진의 기록이 부족한 한국 사진의 역사에서 1980년대 중반의 이태원이 사진작가 김남진의 손으로 다시 태어났다. 1984년부터 1986년까지의 이태원이 담긴 ‘이태원의 밤’이 눈빛사진가선 열두 번째 사진집으로 발매된 것. 그가 찍은 이태원은 아직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국적 장소였다. 당시 서울 주둔 미군기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 이태원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외국인들이 드나들기 좋은 펍, 바, 식당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는 정부가 집중적인 단속과 규제를 시작하기 전 미군전용클럽, 스트립클럽이 즐비한 환락의 거리, 마지막 이태원의 모습이다.
작가는 90년대에 접어들기 전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놓인 이태원을 담았다. 당시 ‘이태원의 밤’은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세상에 쉽게 공개하기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87년, 용기 내어 연 전시에서 잠시 빛을 봤지만, 이후 그는 필름을 모두 잃어버렸다. 사진집 ‘이태원의 밤’은 당시 전시 때 인화한 사진을 다시 스캔해서 엮은 것.
80년대 중반의 이태원이 오롯이 담긴 ‘이태원의 밤’ 출판기념 사진전은 작가 본인이 운영하는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오는 14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