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의 영원한 동반자, 대한민국의 ‘뽕짝’ 카세트테이프를 한데 모은 아트북이 출간됐다. 이름하여 ‘뽕짝아트 1001’. 하염없이 뻗은 고속도로의 지루한 드라이빙에 흥을 돋우는 뽕짝은 그 발랄한 리듬만큼이나 형형색색의 독창적인 카세트테이프 패키지로 시선을 끌어왔다. 가판대 위 수많은 테이프 중 눈길을 사로 잡기 위해 제작된 패키지는 큼지막한 폰트와 직관적인 타이틀 그리고 다소 자극적인 사진과 멘트가 어우러지는 것이 일반적. 물론 테이프에 담긴 음악 역시 대중 음악의 불법적인 커버곡과 독립 뽕짝 가수의 창작물이 버무려지며 발전해 왔다.
‘뽕짝아트 1001’은 바로 이러한 카세트테이프 패키징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바라보며 아카이빙한 패키지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전반에 걸쳐 쏟아진 뽕짝 카세트테이프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그만큼 뽕짝의 이름 아래 발매된 음악 역시 무수하다. ‘뽕짝아트 1001’에 수록된 테이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장르는 ‘뽕짝 디스코’로 모두 실제 시중에 판매되던 테이프다. 또한 가요 메들리, 민요, 팝송은 물론 블루스, 발라드 등 엄밀히 따지면 뽕짝의 범주에 들지 않는 ‘고속도로 테이프’도 포함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뽕짝아트 1001’의 저자가 일본인 3인방으로 구성된 ‘환상의 명반 해방동맹(幻の名盤解放同盟)’이라는 사실. 환상의 명반 해방동맹은 만화가 네모토 다카시(根本敬), 음악 평론가 유아사 마나부(湯淺學), 디자이너인 후나바시 히데오(船橋英雄)로 구성된 잊혀진 명반 발굴 그룹으로 “모든 음반은 턴테이블 위에서 평등하게 플레이되는 권리를 가진다”라는 슬로건 아래 활동 중이다.
‘뽕짝아트 1001’는 도쿄의 출판사 도쿄 키라라(東京キララ社)를 통해 발간되었으며 일본 현지에서의 구매가 어렵다면 수입을 맡은 박다함에게 문의해 보자.
이미지 출처 | 東京キララ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