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깎은 머리와 스케이트보드, 나이키(Nike) 조거 팬츠와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윈드 브레이커. 윈터 반덴브링크(Winter Vandenbrink)는 뉴욕, 파리, 런던, 암스테르담 등 유럽 도시의 유스 컬처를 포착하는 네덜란드의 사진작가다. 어딘가 불량하고 위험하기까지 해 보이는 10대들의 모습을 보면 다소 파괴적인 ‘반달(Vandal)’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리고 마침내 윈터 반덴브링크는 이를 한데 모아 사진집 ‘Vandals’로 엮어냈다. 번화가, 지하철역, 박물관 등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를 골라 커다란 망원 렌즈로 멀리서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포착했으며, 연출되지 않은 젊은 혈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친밀한 모습을 담았다.
사진집 제목인 ‘Vandals’는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W. Adorno)의 동명의 에세이에서 영감 받았다. 아도르노는 대중 매체가 더 이상 인간의 자율성이나 창의성을 표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대중을 통제하고 획일화하는 수단이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비슷하게, 반덴브링크는 젊은 세대가 소비문화 속에서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헤어, 메이크업, 패션 등을 통해 개성을 드러내려 애쓰지만, 결국 그 표현들은 사회 문화적 트렌드의 여파일 뿐이다. 그는 개인과 집단의 경계를 탐구하며, 현대 소비 사회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400페이지가 넘는 사진집에는 소년들의 자연스러운 표정, 몸짓을 담은 스트릿 포토가 가득하다. ‘Vandals’는 500부 한정으로 출판되었으며, 아쉽게도 현재는 온라인 판매처에서 모두 품절된 상태다.
이미지 출처 | Etudes studio, Indie, The 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