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사이 프랑스 파리 거리의 광고판 600여 개가 예술가 단체 브랜달리즘(Brandalism)에 의해 교체되었다. 영국에서 시작한 브랜달리즘은 광고로 인한 거대 기업의 영향력 강화에 시각적 이미지로 저항하는 안티 광고 프로젝트다. 11월 30일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하 COP21)에 대한 협상 타결 촉구 시위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프랑스 정부는 시위 금지령을 내렸고, 이에 대한 반발로 브랜달리즘이 두 팔을 걷고 나섰다. COP21을 후원하는 기업의 광고 이미지를 조롱과 비판의 소스로 사용한 것이다.
버스 정류장 등 공공장소의 광고 패널이 현 사태를 꼬집는 멋진 아트워크로 변신했고, 이는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현 상황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개국, 80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 이 중에는 익히 알려진 뱅크시(Banksy) 또한 포함되어 있다. COP21의 대표적 후원 기업인 폭스바겐(Volkswagen)에 대해서는 ‘잡혀서 죄송합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해 최근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에 대한 조롱을, 에어 프랑스(Air France)에게는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취한 승무원 위에 ‘기후변화에 대응 하느냐고? 물론 아니지, 우리는 항공사니까.’라는 말로 그 이중성을 풍자했다.
이권을 노리는 거대 기업의 상업적 이미지와 맞서는 브랜달리즘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예술로 무장한 투사가 떠오른다. 이들은 금번 COP21뿐 아니라 2012년과 2014년 다양한 사회 주제와 함께 거리 위 작품을 만들어낸 바 있다. 필요에 의한 저항과 실천성은 단순한 예술의 성질을 넘어 우리를 성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