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레베카 제토(Rebecca Szeto)는 공사 현장에서 사용한 뒤 버려진 붓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많은 재료가 버려지는 걸 보며 환경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 게 새로운 작업의 원동력이 된 것. 어느 날, 볼품없는 붓에 빨간 반점이 찍힌 걸 보고 그녀는 17세기, 궁정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그린 오스트리아 왕녀, 마르가리타의 초상화를 떠올렸다.
찰나의 영감으로 시작된 레베카 제토의 작업은 1999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녀는 작은 칼을 사용해 붓을 깎고, 페인트로 장식해 작품을 완성한다.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남긴 걸작,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라든지, 앞서 언급한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또 다른 작품인 ‘시녀들’처럼 대중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초상화를 붓의 형태로 옮겨낸다. 유럽 왕정의 고귀한 왕녀가 낡은 붓에서 품위를 유지하는 모습은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초상화로 다시 태어난 레베카 제토의 독특한 붓을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