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raits of Melbourne – 11월 오후 카페 앞에서 만난 사람들

평소 피츠로이에 위치한 블랙캣과 칼턴 노스에 위치한 플로리나 그리고 콜링 우드에 위치한 번 사이드 카페를 즐겨 찾는다. 멜버른의 카페 대부분이 이른 아침에 문을 열어 오후 3시, 늦어도 4시면 마감하기에 점심시간 카페는 유달리 멋진 사람들로 북적인다. 내게는 그 시간이 카메라를 챙겨 나가기 가장 적절한 때다. 이번에는 커피와 간단한 요깃거리로 여유로운 점심을 보내는 11월의 멜버른 멋쟁이들을 카메라에 담았으니 재밌게 감상해 주길 바란다.


Holly – 마켓 워커

트램을 타러 가는 중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귀여운 소녀. 패션 스타일에서 특별한 매력을 느꼈다기보다, 정류장 벤치에 본인의 점심 식사를 안고 앉아 있는 모습이 카메라를 쥐게 했다. 나는 홀리처럼 본인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이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Anai Godfrey – 플로어 매니저

카페 플로리나에서 만난 아나이. 반려견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퍽 보기 좋았다. 여유로운 동내 분위기 덕에 더욱 편안해 보였다. 멋진 몸매를 가진 그레이 하운드와 감각적인 그녀의 스타일에 도무지 사진을 부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Luca – 세컨드 핸드숍 오너

카페에 가던 길에 세컨드 핸드숍 오페라에 들렀다. 매력적인 브랜드를 우아하게 편집해 낸 오페라의 오너 루카. 그의 창백한 피부는 퇴폐적인 분위기를 한층 짙게하며, 디테일이 돋보이는 무채색 옷차림과 슬림한 실루엣은 루카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Max – 바리스타

카페 플로리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맥스. 짧은 헤어스타일의 그는 한쪽 귀에 항상 펜을 꽂고 커피를 내린다. 이날은 블루 스트라이프 셔츠에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실루엣의 데님을 입고 있었다. 다양한 패션 매거진을 즐기는 그는 항상 과하지 않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플로리나에 올 때마다 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Oscar – 뮤지션

커피를 마시던 중 만난 오스카. 그는 뮤지션이다. 취미는 필름 사진 찍기. 16살 때 처음 캐논 A-1을 사용했고 현재는 마미야의 중형 포맨 C220을 사용한다고 한다.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의 실루엣이 심상치 않다. 얇고 긴 몸매를 가진 그이기에 가능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몸과 표현하고자 하는 스타일을 멋지게 소화해 낸 느낌이다. 특히 안에 입은 보라색 셔츠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Scott- 패션 바이어 & 리테일 매니저

콜링우드에 위치한 편집숍 하운의 바이어 스콧. 이날은 번 사이드 카페에 가는 길이었다. 아크테릭스, 꼼데가르송, 살로몬, 로아, 아리스 등 다양한 브랜드를 편집하는 스토어의 바이어를 담당하고 있는 그의 스타일은 편안해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느낌이다. 어디 하나 튀지 않는 컬러와 실루엣 그리고 적당히 힘을 준 액세서리가 그의 센스를 드러낸다.

Daisy- 카페 스태프

카페 블랙캣의 매력적인 친구 데이지. 사실 블랙캣에서 근무하는 모든 친구가 저마다의 멋진 스타일을 가졌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데이지는 항상 소녀스럽고 펑키한 옷차림 그리고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한다. 이날은 머리를 뒤로 묶고 선글라스를 대충 걸쳤다. 검은색 티셔츠 위로 귀여운 디테일이 돋보이는 목걸이를 뽐냈으며, 짧은 흰색 스커트에 마크 제이콥스 헤븐의 닥터마틴을 신고 있었다. 아! 물론 이날 스타일의 완성은 한 손에 두른 붕대다.

Kalem – 피자가게

브런즈윅에 위치한 카페 그린 팩토리 앞에서 만난 칼렘. 본인을 피자가게 셰프라고 소개하긴 했으나, 그는 스케이터이기도 하다. 실제로 내가 본 피자 셰프 중 가장 멋지다. 그에게는 조금 큰 티셔츠와 바지지만 왜인지 다부진 느낌이다. 강인한 인상에서는 느껴지는 터프함과 몸 곳곳의 타투가 그를 표현하고 있다.

Jada – CMF 디자이너

종종 콜링우드 거리를 걸으며 시간을 보낸다. 이날도 난 사거리에 위치한 번 사이드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하나 주문하고 야외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눈앞을 지나가는 사람들과 카페에 들어서는 손님을 훔쳐본다. 그러다 제이다를 만났다. 선하지만 강한 눈빛 그리고 각진 안경에 볼드한 골드 이어링. 새하얀 셔츠의 버튼 하나쯤은 시원하게 풀었으며, 날이 조금 더웠는지 입고 나온 두터운 그레이 울 코트는 한 손에 걸친 채 내 앞에 섰다. 테이퍼드 실루엣의 데님의 기장은 두말할 것 없이 적절했고, 나이키 신발에 톰 삭스가 제이다에게 완벽하게 어울렸다. 

Tim & Kal- 뮤지컬 큐레이터

이른 점심시간에 카페에 앉아 자신의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팀을 발견했다. 편한 복장으로 산책을 나온 그의 옷차림은 특별하지 않았지만 행복해 보였다. 팀과 칼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보면 본가에 두고 온 나의 쿠키와 사탕이가 떠올라 퍽 외롭다. 사진을 보며 글을 쓰고 있으니 팀같은 복장으로 반려견과 산책 혹은 집 앞 조용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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