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면 가끔 이 긴 선로의 끝이 어디쯤일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또한, 낡고 노쇠한 기차의 마지막 종착지에 대해서도. 저 먼 남미 볼리비아에서 이 두 가지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명소가 있는데, 바로 기차의 무덤으로 일컫는 알티플라노 고원이다. 1900년대 초중반 볼리비아의 광산이 호황기를 맞던 그 시절 알티플라노 고원을 오가던 기차는 광산의 폐광과 함께 영원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호주 출신 사진작가 크리스 스테어링(Chris Staring)은 이 기차의 무덤을 방문, 황량한 고원과 녹슨 기차를 사진에 담았다. 온갖 낙서로 뒤덮인 채로 방치된 기차와 오묘한 빛깔의 하늘은 사뭇 세기말적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그 누구도 찾지 않을 것 같은 음산한 곳이지만, 사실 기차 무덤은 이미 볼리비아 내 유명한 관광지로 유명하다. 한때 고원을 호령하며 달리던 육중한 기차의 마지막은 왠지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